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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벤츠도 실용적일 수 있다' B클래스

김형욱 기자I 2015.10.11 14:30:00

4000만원대 초반 가격에 넉넉한 실내 공간
고급차 다운 기본 안전·편의장치 두루 갖춰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요즘은 소형차 기반에 차체를 키워 활용성을 높인 소형 SUV가 대세다. 기술력의 발전으로 SUV이지만 주행 성능이나 승차감도 세단·해치백·쿠페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세계 최고의 고급 브랜드로 꼽히는 메르세데스-벤츠는 이 분야에서도 일찌감치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소형 다목적차(MPV) B클래스를 8년 전인 2007년 국내에 선보였다. 소형 SUV·MPV가 국내에서 관심을 끌기 시작한 건 불과 3년여밖에 안 됐다는 걸 고려하면 5년은 빠른 행보다.

벤츠코리아는 올 7월 B클래스 2세대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더 뉴 제너레이션 B200 CDI를 내놨다. 2012년 2세대 신모델 출시 이후 약 3년 만의 페이스리프트다. 새 엔진과 디자인, 옵션을 적용했다. 이를 최근 직접 시승해 봤다. (사진=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제너레이션 B200 CDI 앞모습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제너레이션 B200 CDI 옆모습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제너레이션 B200 CDI 뒷모습.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제너레이션 B200 CDI 앞좌석 전경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제너레이션 B200 CDI 뒷좌석
◇가장 실용성 높은 벤츠

B클래스의 가장 큰 특징은 벤츠 중 가장 실용성이 높다는 점이다. 태생 자체가 소형 MPV다. 벤츠를 실용성만으로 타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벤츠를 타는 사람 중에선 실용성이 있어야 하는 사람도 있다. B클래스는 그런 사람을 위한 자동차다.

국내 공식 판매가격은 4240만원이다. 벤츠치고는 낮은 가격대이다. 더 낮은 가격대의 준중형급 해치백 A클래스(3710만~4020만원)도 있지만 실내 공간이 압도적으로 넓다. 뒷좌석은 중형급인 C클래스보다 넓다. 트렁크 공간도 488리터, 뒷좌석을 접으면 1547리터의 수납공간이 나온다.

차체는 동급 소형 SUV GLA클래스(4760만원)보다 작다. 그러나 실내 공간을 가늠할 수 있는 축거(앞·뒷바퀴 거리)는 불과 1㎜ 차이다. 게다가 B클래스는 GLA보다 가격이 500만원 이상 낮다.

B클래스의 절대적인 크기는 쌍용차 티볼리나 르노삼성 QM3 같은 최근의 소형 SUV보다는 길이가 10~20㎝ 길고 기아차 스포티지나 현대차 투싼 같은 국산 준중형급 SUV보다는 10㎝ 미만으로 작다. 소규모 캠핑 때 필요한 짐 정도는 큰 무리 없이 실을 수 있다.

◇갖출 건 다 갖춘 소형 벤츠

실용성을 추구한 모델이지만 벤츠로서 갖춰야 할 기본 요소는 다 갖췄다.

우선 주행 성능이 보통의 MPV 수준 이상이다. 수치상 성능이 높진 않다. 그러나 안정적인 가속과 핸들링을 갖췄다.

벤츠 B200 CDI에는 배기량 2.1리터 직렬 4기통 터보 디젤 엔진이 장착됐다. 7단 듀얼 클러치 자동변속기(DCT)와 조합을 이룬다. 전륜구동(앞바퀴굴림)이다. 이전 모델과 수치상 성능은 같다. 엔진 배기량은 1.8리터에서 2.1리터로 늘었으나 최고출력 136마력(3200~4000rpm), 최대토크 30.6㎏·m(1400~3000rpm)는 이전과 같다.

국내 공인 복합연비는 16.5㎞/ℓ(도심 14.9 고속 19.0)로 이전(15.7㎞/ℓ)보다 좋다. 약 2시간, 60㎞ 거리의 도심 시승 기간 실연비는 15.8㎞/ℓ였다. 공인연비인 14.9㎞/ℓ보다 약간 높게 측정됐다.

정차 때 시동이 자동으로 꺼졌다 재출발 때 켜지는 에코 스타트·스톱 기능도 있다. 또 에코·노멀·스포트 3가지 주행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1㎞당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125g에서 117g으로 줄었다. 최근 관심이 많은 유해배출가스도 유로6를 만족한다.

B클래스는 A클래스보다 차체 높이가 85㎜ 높지만 공기저항계수는 0.27로 낮은 편이다. 주행성능과 연비를 고려한 것이다.

굿이어 이피션트그립 16인치 타이어가 기본 장착됐다. 펑크가 나도 일정 속도로 일정 거리를 달릴 수 있는 런플랫 모델이다. 트렁크 밑 보조 타이어는 없다.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제너레이션 B200 CDI 핸들. 벤츠 자동변속 차량은 변속 버튼이 통상적인 운전·보조석 사이 기어박스가 아닌 핸들 오른쪽 뒤에 있다. B클래스에는 수동변속 장치인 패들 시프트도 기본 장착돼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제너레이션 B200 CDI 계기판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제너레이션 B200 CDI 센터페시아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제너레이션 B200 CDI LED 헤드라이트
편의·안전사양은 적당한 수준이다. 가격을 고려해 일부 사양은 빠졌지만 최소한은 갖췄다.

운전석 시트는 자동 조절이지만 보조석은 수동이다. 내장 내비게이션은 없지만 USB 커넥터도 2개 있다. 장거리 주행 때도 충전 걱정 없이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이용할 수 있다. 블루투스를 이용해 스마트폰 음악 재생과 통화도 할 수 있다. 파노라마 선루프도 기본 탑재됐다. 장거리 주행을 위한 정속주행 장치(크루즈 컨트롤)도 있다.

안전 기능도 고급차에 어울리는 수준을 갖추고 있다.

추돌위험 때 경보를 울리고 속도를 줄여 피해를 최소화하는 충돌방지 어시스트 플러스(CPAP)와 운전자 집중력 저하를 인식해 경고하는 주의 어시스트가 있다.

또 사이드미러와 백미러 사이의 사각지대 차량을 감지해 불빛과 경고음을 울리는 사각지대 어시스트(BSA)와 주차공간을 스스로 찾아 핸들을 조작해주는 액티브 파킹 어시스트도 있다. 직접 주차할 땐 센서가 장애물과의 거리를 불빛과 소리로 알려준다.

◇젊은 마니아 육성하는 벤츠

한편 벤츠는 최근 수년 새 국내에 다양한 소형차를 들여왔다. A·B·CLA·GLA 4종에 B클래스를 뺀 3종엔 고성능 모델인 AMG 버전도 있다. 소형차에 최소 일곱 가지의 선택지를 제시한 셈이다.

벤츠는 이 모델을 통해 ‘젊은 벤츠 마니아’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벤츠는 충성도 높은 브랜드다. 이들 고객은 결국 C·E·S클래스 등 주력 모델로 이어지는 평생 고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소형 벤츠를 살 계획이라면 B클래스뿐 아니라 저마다의 특성이 있는 이들 모델을 모두 비교해보는 게 좋다.

최근 판매 추세를 보면 월초 100대 이상 팔렸던 A클래스는 고성능인 A45 AMG 4매틱을 빼면 저조하다. B클래스는 이와 반대로 7월 신모델 출시 후 월평균 70대 이상씩 판매되고 있다.

스타일리시한 쿠페 형 CLA는 5월 이후 월 100대 이상씩 판매된다. 소형 SUV인 GLA도 CLA보다는 적지만 매월 100대 이상씩 판매되고 있다. 모두 나름의 마니아층을 갖고 고급 소형차 시장 공략에 나선 모양새다.

B클래스는 벤츠라는 가치를 속에서 최대한의 실용성을 추구하는 고객에게 적합할 듯하다. 도심 주행 위주라면 A클래스도 충분하지만 짐을 많이 싣거나 야외 활동이 잦은 사람에겐 B클래스가 훨씬 유용하다. 좀 더 역동적인 주행 성능이나 날렵한 디자인을 원한다면 비용을 좀 더 들여 CLA·GLA나 AMG 모델을 알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올 7월 국내 출시한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제너레이션 B200 CDI 홍보 이미지. 벤츠코리아 제공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제너레이션 B200 CDI 트렁크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제너레이션 B200 CDI 보조석 시트조절 다이얼식 수동 버튼. 앞뒤와 높낮이, 기울기를 조절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제너레이션 B200 CDI 엑셀·브레이크 페달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제너레이션 B200 CDI 운전석 시트조절 자동 버튼. 앞문 위쪽에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제너레이션 B200 CDI 앞좌석 뒤에 붙은 뒷좌석 컵홀더.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제너레이션 B200 CDI 뒤 가운데 좌석. 어린이 탑승자를 고려한 받침대가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제너레이션 B200 CDI USB 커넥터. 기어박스 뒤 수납함 안에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제너레이션 B200 CDI 모니터. 블루투스를 이용해 스마트폰 음원을 재생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제너레이션 B200 CDI 사이드미러. 사각지대 어시스트(BSA) 불빛이 들어와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제너레이션 B200 CDI 앞 주차보조 센서 작동 모습. 장애물과 가까워지면 불빛과 함께 경고음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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