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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연설은 대통령이 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국회에 출석해 국가 살림살이에 대한 설명과 협조를 당부하는 자리다. 시정연설은 대통령이 직접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명박 정부 때까지는 취임 첫해만 대통령이 직접하고 이후 국무총리가 대독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는 현직 대통령이 매년 직접 시정연설에 나서면서 작년까지 11년 연속 이어졌다. 윤 대통령도 취임 1·2년차에는 직접 참석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의 녹취록이 공개되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둘러싸고 여야 대립이 극에 달하면서 정쟁을 피하기 위해서 대통령실은 기존 관례를 깨려는 모양새다. 앞서 윤 대통령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초로 지난 9월 국회 개원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야당은 시정연설에 참석해 공천개입 의혹 등에 대해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을 멀리 하지 말고 4일 잡힌 시정연설에 꼭 참석해 달라”며 “국민의 대표 앞에서 나라 예산을 어떻게 이끌지 얘기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책임을 더 미루지 말고 명 씨(녹취록 등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한 것) 뿐 아니라 모든 의혹들에 대해서도 명명백백하게 밝히기를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개혁신당도 이날 대변인 논평에서 “국회와의 갈등이 걱정된다면 현장에서 대화로 푸는 것이 정도이고, 대통령실을 둘러싼 의혹들이 마음에 걸린다면 국민 앞에 털고 가는 것이 원칙”이라며 “산적한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하려는 대통령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백날 도망쳐도 그곳에 낙원은 없다”고 밝혔다.
여당 일각에서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 전 의원은 “김 여사 문제가 국정의 전부는 아니지 않나. 어떻게 대한민국이 김 여사 한 사람 때문에 블랙홀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 있느냐”며 “시정연설에서 대통령은 내년 예산안은 물론 중요한 국가적 현안들에 대한 정부 정책을 밝히고 의회의 협력을 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도 지지율 폭락이 위기의 시작이었다”며 “위기의 본질을 직시하고 검사 윤석열의 초심으로 돌아가서 국민의 눈높이에서 민심에 따르시기를 바란다”고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