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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문화재청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전북 익산시 제석사지(사적 제405호) 폐기유적 발굴조사 현장에서 백제시대에 만든 것으로 추정하는 ‘천부상’(天部像)이 출토되었다고 12일 밝혔다.
‘천부상’은 여래, 보살, 명왕에 이어 최하위에 놓인 존상의 총칭이다. 이번에 발굴한 ‘천부상’은 머리 부분의 파편만 남은 상태로, 살짝 다문 입술, 지그시 내려가 가늘게 뜬 눈매, 길게 늘어진 도톰한 귓불, 살짝 두툼한 턱이 잘 표현되어 있다. 나한상(羅漢像) 혹은 불제자(佛弟子)로 추정되는 2점은 지그시 감으면서 강인한 느낌을 주는 눈매, 두툼한 코, 둥그스름한 정수리가 잘 표현되어 있다.
악귀상(惡鬼像)은 동그랗게 뜬 채로 측면을 응시하는 눈, 살짝 들린 들창코, 야무지게 다문 입술 사이로 삐져나온 치아와 송곳니 등이 잘 표현되어 있고, 머리와 뺨, 턱까지 온통 털로 덮여 있으며 눈동자에 유리질이 남아 있다.
이들 유물들은 형태나 문양, 제작기법의 측면에서 중국 낙양 영령사, 부여 정림사지, 일본 천원사 출토품과 비교해 볼 때 백제를 중심으로 한 중국ㆍ일본 등 동아시아의 문화교류 양상을 밝힐 수 있는 유용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발굴 중인 폐기유적은 제석사에서 불에 탄 기와나 벽체 등 건축 부재와 사찰에 모셔진 소조 불상조각들을 버린 곳으로 남북 32.4m, 동서 28m의 규모이다.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이뤄진 시굴조사를 통해 흙으로 구운 소조불ㆍ보살ㆍ천부, 악귀ㆍ동물 등의 소조상과 연화문 수막새 등이 출토되어 백제 후기의 불교미술과 건축 등 백제문화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됐던 곳이다.
제석사는 백제 무왕이 도읍을 익산으로 옮길 계획을 추진하면서 왕궁 부근에 창건한 절이다 ‘관세음응험기’에서 중국 당 태종 13년(639년) 벼락으로 불당과 칠층탑, 회랑과 승방이 모두 불탔다는 기록이 있어 7층 목탑, 불당, 회랑(回廊), 승방 등을 갖춘 왕실사찰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발굴조사 성과는 오는 13일 오후 2시 개최하는 발굴현장 설명회를 통해 일반인에게 공개한다. 문의 063-836-9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