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여행업체에 다니는 30대 A씨는 최근 국내에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자신을 ‘백수’로 만들지 모른다며 불안해했다.
5일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44일 만에 5621명을 돌파했고, 사망자는 35명까지 늘었다. ‘코로나 포비아’에 시민들은 해외여행 취소는 물론 바깥 외출까지 꺼리고 있다. 여기에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여행·관광 업계는 줄도산 위기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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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지난 1월 20일 전후만 해도 중국 지역 여행 자제 수준이었지만, 지난 2주 사이 대구·경북 지방 신천지 교인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한 탓에 한국인들은 해외로 나가는 일이 어려워졌다.
한국발(發) 입국자를 대상으로 입국을 금지하거나 검역을 강화한 국가와 지역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3일 외교부에 따르면 기간 내 한국 체류·경유자에 대해서 입국금지 조치를 취한 곳은 37개국, 격리조치가 22개국, ‘검역강화 및 권고사항 등 조치’ 32개국 등 총 91개국이 한국발 입국자를 통제하고 있다.
특히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최고 등급인 3단계로 격상한 것은 이례적일 정도다. 2015년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 한국 여행 경보를 1단계(주의·Watch)로 발령한 것과 비교하면 강력한 조치다.
한국여행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한 달 동안 폐업 신청을 한 여행사만 약 50여 곳에 달한다. 정부가 고용노동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운용하고, 문화관광체육부의 관광진흥개발기금을 활용해 여행·숙박업 등 관광업계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500억원 규모의 특별 융자 등을 운용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업계 1위인 하나투어 마저 3월부터 두 달 동안 전 직원 대상 주3일 근무제(급여의 80%만 지급) 방침을 내놓은 상황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당장 매출 급감에 따른 자금난에 버틸 여력이 없는 중소 여행업체들은 지원 자금을 신청하고 받기까지 절차를 거칠 정도의 여력도 없다”면서 “업계에서는 위기 상황이 이어질 경우 3월 중으로 폐업 업체 수가 70곳을 넘어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가 판매 등으로 사계절 내내 인기를 누리던 이커머스 채널 여행 상품 구매 고객도 자취를 감췄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설 명전 이전에는 취소율이 20% 수준이던 중국 패키지 상품이 연휴 직후 일주일 50% 이상 늘었고, 현재는 중국뿐만 아니라 신규 예약 자체가 거의 없다”이라며 “현재는 여행을 안 가는 것보다 입국금지 등의 조치로 못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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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해외로 나가지 못하는 것처럼 외국인들 역시 한국을 찾지 않고 있어 호텔 업계의 시름도 깊다.
롯데호텔은 임직원들이 고통 분담 차원에서 최근 임금의 10%를 자진 반납한데 이어,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 휴가 신청도 받고 있다. 또 최근에는 신관을 전면 개선한 이그제큐티브를 휴점하는 방안까지 논의한 바 있다.
한화 호텔앤드리조트 역시 비용절감, 연차 사용 등의 전방위적 검토를 하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임원은 기본급의 20%, 총지배인·팀장 등은 직책 수당을 3개월 간 반납하기로 했다. 일반 직원들의 임금 및 복지 축소 관련해서는 논의하지 않았지만, 3월부터 5월까지 자율적인 연차 및 무급휴가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아쿠아리움은 일산, 제주점 휴관한 상태이고 여수 지점도 휴괌을 검토 중이다. 63빌딩에 위치한 파빌리온 뷔페도 오는 19일까지 주중 영업을 방역과 시설 점점 등의 이유로 멈췄다. 다만 고객들이 몰리는 금, 토, 일은 정상 영업한다.
강원랜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2일부터 오는 8일까지 리조트 내 모든 영업장에 대해 전면 휴장에 들어갔다. 카지노 역시 9일 오전 6시까지 휴장을 연장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하이원 그랜드호텔, 팰리스호텔, 마운틴콘도는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닫는다. 하이원 스키장, 힐콘도, 밸리콘도 등은 2일부터 폐장했고, 하이원 워터월드는 2일부터 20일까지 휴장해 시설 보수 및 안전 점검에 들어갔다.
중소면세점들도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SM면세점은 지난달 말 코로나19 여파에 무급휴직을 권고했고, 정부 지원과 유급휴직을 검토하던 엔타스면세점 역시 상황이 여의치 않아 무급휴직으로 방향을 틀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부터 중견·중소기업들까지 전반적으로 코로나19 패닉에 빠졌다고 할 정도로 상황이 어렵고 회복 시기도 단정할 수 없다”면서 “과거 조선업의 사례처럼 여행을 포함한 관광업 전체를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