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처음 내원했을 때 혈액 산소 포화도는 정상 범주보다 훨씬 낮은 86%였으며, 폐기능도 45%에 불과했다. 하지만 4개월간의 치료 후 산소포화도는 98%로 정상 수치를 회복했고, 폐기능도 70% 이상으로 개선됐다. 이후 지속되는 기침, 호흡곤란으로 1년 사이에 12kg나 감소했던 체중이 다시 늘고 전신 무기력이 회복돼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됐다.
영동한의원 김남선 원장은 “폐섬유화증은 완치가 어려운 진행성 난치 질환이다. 하지만 빠른 시기에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진다면 생활의 불편감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특히 폐섬유화증 환자들은 필수적으로 금연해야 하며, 증상을 악화시키는 유해 가스, 먼지 등을 접촉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에 더해 지속되는 호흡 곤란으로 발생하는 기력 저하, 무력감, 소화 불량 등 신체 전반의 기능을 함께 개선한다면 폐섬유화를 진단 받은 환자들일지라도 증상의 악화 없이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은 1분에 평균 12~ 20회 호흡을 하며, 이 때마다 몸 안의 폐는 크게 팽창했다가 다시 작게 줄어든다. 시간당 120회에 달하는 숨쉬기 운동을 하면서도 우리가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호흡이 무의식적인 신체 활동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생명 활동인 숨쉬기에 이상이 생기면 호흡을 할 때마다 버겁고 답답해지며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게 된다. 호흡을 불편하게 만드는 다양한 폐질환이 있는데, 풍선처럼 늘어나는 폐의 조직에 이상이 생기는 폐섬유화증이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이다.
◇ 폐의 간질이 딱딱해지며 호흡이 불편해지는 폐섬유화증
폐 안에는 포도송이와 같이 생긴 허파 꽈리가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을 담당하고 있다. 숨을 크게 들이쉬면 산소는 코와 기관지를 거쳐 폐포까지 들어와 폐를 크게 확장시킨다. 폐포벽의 작은 혈관들은 유입된 산소를 받아들여 온 몸 구석구석으로 전달하고, 몸 안에 남은 이산화탄소를 다시 내보내 날숨으로 배출시킨다. 덕분에 우리 몸은 충분한 산소와 영양을 공급받아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게 된다.
폐섬유화증은 이렇게 산소 교환을 담당하는 폐포벽, 즉 폐의 ‘간질’이 딱딱하게 섬유화되는 질환이다. ‘간질성 폐질환’은 폐의 간질부에 이상이 발생하는 질환을 총칭하는데, 류마티스 질환이나 약물 복용, 방사선 노출 등에 의해 간질에 염증이 생기거나 섬유화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명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폐섬유화증으로 진단된다. 현재까지는 흡연으로 인한 화학 물질의 지속적인 축적, 미세먼지 등 환경 오염에의 노출, 유해 가스, 방사능, 석면 및 분진 등으로 인해 폐가 손상받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는 알려져있지 않다.
폐섬유화증의 증상은 매우 다양하지만 ▶서서히 악화되는 마른 기침 ▶호흡 곤란이 대표적이며, 지속되는 호흡 장애로 몸 안의 산소가 부족해지면 ▶입술 주변이 파랗게 질리는 청색증 ▶손가락 끝이 둥글게 되는 곤봉지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 확실한 치료법이 없고 예후 불량해
특발성 폐섬유화증이 무서운 이유는 간질성 폐질환 중 가장 흔하면서도 효과적인 치료법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특발성 폐섬유화증은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40%에 그치며, 대부분 진단 3-5년 후 사망하는 질환으로 예후가 매우 불량하다. 때문에 진단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폐가 딱딱해지는 섬유화가 더 넓어지지 않도록 방지하고 심부전 등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50세 이상의 연령에서 ▶마른 기침이 나거나 ▶운동을 할 때 호흡 곤란이 발생하고, ▶불편감이 점차 심해지며 ▶3개월 이상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흡연 이력이 있거나 석면, 분진이 많이 날리는 공사장 등에서 근무한 경우에는 가벼운 증상도 주의 깊게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호흡기 질환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도 평소 폐 건강에 신경 써야 한다.
◇ 부정거사(扶正祛邪)의 원칙으로 폐섬유화 개선
특발성 폐섬유화증은 이제껏 효과적이라고 입증된 치료 약제가 없었으나, 최근에는 폐가 딱딱해지는 속도를 늦추는 항섬유약제를 투여해 치료하고 있다. 하지만 양한방을 통틀어서도 질환 자체를 ‘완치’할 수 있는 약은 없다. 폐가 섬유화되는 것을 늦추거나 줄이고, 기침 가래와 같은 불편 증상을 개선시키며 일상 생활의 불편감을 줄여 생존 기간을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치료로 꼽히는 이유이다.
한의학에서는 부정거사(扶正祛邪)의 원칙을 바탕으로 폐섬유화증을 치료한다. 부정거사란 ‘바른 것은 부양하고 나쁜 기운은 몰아낸다’는 원칙으로, 폐를 손상시키는 원인 물질들을 줄이고 폐 자체의 자생력을 키운다는 것이다. 폐 간질이 딱딱해지는 이유는 많은 염증 세포들이 폐에 쌓이며 염증 산물들이 딱딱하게 섬유화가 되기 때문인데, 이러한 염증 반응을 억제시키며 폐기능을 개선시키면 폐의 기능이 악화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이렇게 폐의 섬유화를 방지시키는 대표적인 약재가 오미자, 반하, 길경이다. 이 약재들은 동의보감에서도 숨이 가쁘고 짧아지는 ‘단기(短氣)‘, 지속적으로 기침이 발생하는 ’해수(咳嗽)‘, 숨이 가빠지는 호흡 곤란 증상의 ’천증(喘症)‘을 치료하는 대표 약재로 기재되어 있다. 길경은 기관지를 튼튼하게 하고 염증성 고름을 배출하는 작용이 우수해 폐에 쌓인 염증을 가라앉히는데 탁월하며, 반하는 대표적인 거담작용을 하는 약물로 기침 가래를 억제하는데 효과적이다. 오미자는 신체 영양 물질인 진액을 생성하는 작용을 하는데, 딱딱해진 폐를 부드럽게 풀어줘 섬유화의 진행을 막는다.
◇ 폐기능 뿐 아니라 삶의 질을 개선시키려면
영동한의원 김남선 원장은 “이러한 약재를 효과적으로 처방한 약이 ‘녹용영동탕’”이라면서 “이 약은 폐 기능을 개선시키는 효과적인 처방으로, 폐 ·기관지에 좋은 약재뿐아니라 전신 면역력을 증진시키고 심폐기능을 향상시키는 녹용, 녹각교 등이 더해져 폐섬유화증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녹용영동탕은 폐 뿐 아니라 심장 기능을 함께 개선시켜 폐섬유화증의 치료율을 높이는 것이 핵심인데, 폐섬유화증 환자의 30%는 심장 질환으로 사망하기 때문이다. 폐가 딱딱해지고 호흡이 불편해지면 심장도 산소와 영양 공급을 충분히 받지 못하게 되고, 전신에 혈액 공급을 담당하는 심장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때문에 폐섬유화가 오래 지속되면 심장이 커지는 심실비대, 심부전 등 심장 합병증이 발생하게 된다. 호흡 부전의 뒤를 이어 폐섬유화증 환자의 사망 원인 중 두 번째를 차지할 정도로 심장 합병증은 흔히 발생한다.
이렇게 심장 질환이 동반된 경우 녹용영동탕과 심폐 기능을 개선시키는 공심단을 함께 복용하면 도움이 된다. 공심단은 심장 기능을 증진시키는 대표적인 강심약인 우황청심원을 바탕으로 사향, 침향, 녹용 등 심폐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약재가 더해진 약이다. 딱딱해진 폐에 부드러운 진액을 공급하고, 심폐기능을 항진시키면 폐섬유화증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불편 증상을 훨씬 개선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