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우리 금융시장이 나아가야할 방향은 어떤 것일까. 서울 IB포럼과 한국증권연구소가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과 과제`라는 주제로 지난 1일 공동 주최한 국제컨퍼런스는 이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번 컨퍼런스가 소개한 방안은 `상업투자은행(CIB. Commercial Investment Bank)`이다. 소규모 자기자본으로 막대한 레버리지를 일으켰다 몰락한 미국계 투자은행의 몰락에서 보듯 여신 기반을 구축하지 않은 투자은행은 생존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CIB 모델의 성공 사례로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도이체방크와 맥쿼리은행이 거론됐다. 이날 포럼에서 논의된 맥쿼리와 도이체방크의 성공배경, 참석자들이 조언하는 CIB 발전전략을 세차례로 나누어 정리한다. [편집자]
이날 첫번째 연사로 나선 콜린 그라시 도이체방크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고경영자(CEO)는 "해외 진출의 필요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어떠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지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글로벌 CIB 도약의 최우선 과제"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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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 동안 상업 및 소매금융 비중은 62%에서 20%로 축소된 반면 IB 부문의 비중은 21%에서 56%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전체 수익의 69%를 독일 내에서 얻던 수익구조 또한 이 기간 급격히 다변화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도이체방크의 독일 시장 의존도는 29%, 나머지 70% 이상을 전세계에서 거둬들인다.
`동네 은행`에 불과했던 도이체방크가 글로벌 CIB로 도약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은 기업 인수합병(M&A). 89년 JP모간의 옛 런던 지사였던 모간그랜펠을 인수, IB 부문에 뛰어들었고, 1998년에는 미국계 IB인 뱅커스 트러스트(BT)를 인수해 월스트리트에 진출했다.
`왜 해외시장에 뛰어들었나`라는 물음에 콜린 그라시 CEO는 "세계화를 맞아 전세계 은행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답했다. "무역금융과 외환거래, 소매금융 등 전통적인 은행 업무는 도이체방크에서 받으면서도 투자은행 업무는 외국계 유명 IB에 맡기는 구조에서 도이체방크가 IB 부문에 진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설명이다. "해외 진출의 필요성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는 그라시 CEO의 주장에 대한 실례라 할 수 있겠다.
물론 M&A를 통한 성장 전략이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그라시 CEO는 "M&A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M&A를 하면 회사 규모는 커지겠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복잡성을 파악하지 못하고는 성공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다. 이에 대해 그라시 CEO는 뱅커스 트러스트 인수를 예로 들었다.
그는 "89년 모건 그랜펠 인수 이후 문화적인 통합을 이뤄내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과제였다"면서도 "95년 뱅커스 트러스트를 또다시 인수한 것은 미국 자본시장에 진출하지 않고는 가치를 창출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라시 CEO는 "도이체방크가 해외 시장에 뛰어드는게 맞을까라는 회의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해외 진출 및 가치창출의 필요성에 입각해 회사 임원진이 방향을 확고히 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글로벌 IB를 육성하기에는 한국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그라시 CEO는 "국제 금융시장이 위기를 맞고 있는 암울한 상황이지만 글로벌 IB들이 몰락한 덕택에 해외시장의 경쟁무대가 비교적 공평해진 점은 긍정적인 면"이라며 역발상을 제안했다.
다만 "목표의식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해외로 진출했다 실패한 일본의 경험을 새길 필요가 있다"며 "확실한 가치제안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