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효과 없으면 약달러 카드…‘마러라고 합의’ 논의 시작”

김상윤 기자I 2025.01.05 15:25:55

[2025 전미경제학회]
옵스펠드, 모순된 관세-약달러 정책 방향 전망
“해외파트너국에 초장기 국채 매입 강요할수도"
퍼먼 교수 “관세정책 매우 무모..시장 견제 관건”
보수 싱크탱크 "관세 시장 왜곡, 완벽한 시장에서"

[샌프란시스코=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관세정책이 무역적자 감소 및 제조업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내지 못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달러 약세로 관심을 옮길 것이다. 무역파트너 국가에 압력을 가해 달러 약세를 유도한 1985년 ‘플라자 합의’ 같은 ‘마러라고 합의’(Mar-a-Lago Accord)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이다.”

모리스 옵스펠드 UC버클리대 교수 (사진=김상윤 특파원)
3~5일(현지시간)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2025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모리스 옵스펠드 UC버클리대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약달러 정책으로 선회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금리 인하를 더디게 만들면서 강달러 현상을 유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미국 제조업을 부흥하기 위해 약달러 정책을 펼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서로 모순된 정책이라 시장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는데, 이날 옵스펠드 교수가 트럼프 행정부의 구체적인 약달러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옵스펠드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 출신으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2년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을 맡는 등 국제무역 연구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석학이다.

스티븐 미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 지명자
“해외파트너국에 초장기 국채 매입 강요해 달러 약세 유도”

그가 힌트를 얻은 것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으로 지명된 스티븐 미런 전 재무부 경제정책고문의 보고서다. 미런 지명자는 CEA 의장에 지명되기 한달 전인 11월에 약달러를 통한 미국 제조업 강화 방안을 담은 ‘글로벌 무역 시스템 구조에 대한 사용자 가이드’를 발표했다. 이는 해외 무역파트너 국가들에게 달러를 초장기 국채(ultra-long-term bonds)로 바꿔 국제준비금으로 보유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요구하는 국방비 상향과도 연결된다.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 우산’에 대한 대가로 미국의 국채를 매입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보유 자산을 초장기 국채로 전환(수요증가에 따라 수익률 하락)하면서 장기 금리상승 위험을 낮추고 약달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미국 내에는 달러가 풀리는 것도 약달러로 이어질 수 있다. 미런 지명자는 보고서에서 “관세를 부과하면서 달러가 하락하도록 허용하면, 인플레이션 압박을 완화하고 무역 흐름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옵스펠드 교수는 “이는 일종의 양적완화(QE) 방식으로 재무부가 차입 비용을 낮추고 달러 약세를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대통령이 현행 행정 권한으로 할 수 있고, 트럼프 당선인이 해외 파트너 국가에 ‘통화를 어떻게든 하라. 그렇지 않으면 관세를 올리겠다’고 말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관세를 마러라고 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예상한 것이다.

◇퍼먼 교수 “관세정책 매우 무모..시장 견제 관건”

올해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책 효과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지난해만 해도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장기화 논의가 핵심이었던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특히 첫날 열린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 세션에는 수백명이 몰려 회의장이 가득 찰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을 역임한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세션이 끝난 후 본지와 인터뷰에서 “대체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매우 무모하다고 생각한다”며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에 실질적인 해를 끼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그가 이러한 정책을 실제 추진할 것인지, 시장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이를 포기할지 여부”라며 “트럼프 당선인의 무역정책이 중국에만 초점을 맞추고 전 세계 다른 나라는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 (사진=김상윤 특파원)
2021년 노동시장 연구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데이비드 카드 UC버클리대 교수도 트럼프 당선인의 불법 이민자 추방, 관세, 재정적자 문제를 3대 리스크로 꼽았다. 그는 “이민자 강제 추방,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의 관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며 “아울러 미국의 재정적자 증가를 계속 허용할지, 아니면 사회보장프로그램을 축소할지 문제를 놓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이민자 대규모 추방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유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다”고 답했다.

데이비드 카드 UC버클리대 교수 (사진=김상윤 특파원)
반면 보수성향 싱크탱크 어메리칸 컴파스 창립자인 오렌 카스는 “전통 경제학이 중국과 무역문제, 탈산업화 등 주요 문제를 예측하거나 해결하지 못했다”며 “경제학자들은 기존의 방식이 실패했다면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트럼프 관세 정책을 옹호했다.

그는 “관세가 비효율적이고 시장 왜곡을 초래한다고 경제학 교과서에서 가르치지만, 이는 시장이 이미 완벽하다는 가정에서 가능하다”며 “관세를 협상 도구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국내 생산을 장려하는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성향 싱크탱크 어메리칸 컴파스 창립자 오렌 카스 (사진=김상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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