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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9시께 흰색 셔츠에 빨간색 바탕에 노란색 꽃무늬가 가미된 넥타이를 매고 회의실에 도착한 이 총재는 위원장 자리에 착석해 취재진 요청에 따라 의상을 여러 차례 두드렸다. 그 후에도 취재진이 이 총재 사진을 찍자 새로운 위원들을 찍으라며 일종의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을 한 것.
회의장은 취재진을 비롯해 50여명의 사람들로 찼지만, 그 어느 때보다 엄숙했다. 금통위원들의 착석이 오전 8시56분께 마무리된 뒤 이 총재가 회의실로 들어오기까지의 4분여간 어떠한 잡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신임 금통위원들은 긴장한 듯 딱딱하게 앉아 있었고, 기존 위원들은 비교적 여유가 있었지만 최대한 말을 삼갔다. 집행 간부들도 침묵을 지켰다.
앞서 오전 8시55분 최고참인 신성환 위원이 금통위원 중 가장 먼저 회의실에 도착했다. 곧이어 1분간 유상대 부총재, 이수형 위원, 김종화 위원, 황건일 위원, 장용성 위원이 줄줄이 입장하며 금통위원들의 착석이 완료됐다.
엄숙했던 분위기는 이날 금통위 결정의 중요성을 대변한다. 이 총재가 통화정책 원점 재검토를 시사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이달 2일(현지시간)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 참석차 방문한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시 원점이라고 표현하기는 그렇지만, 4월 당시와 상황이 바뀌어서 다시 점검해야 한다”며 “4월 통화정책방향이 5월 통화정책방향의 근거가 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날 금통위 결정으로 새롭게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 △국내 깜짝 성장 △원·달러 환율 변동성 등 세 가지 전제가 변했다고 했다.
이번 금통위 핵심은 이날 오전 11시10분께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설명회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연 3.5%)에서 동결할 가능성이 우세한 가운데, 이 총재와 금통위원들이 현재 경제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고 앞으로 통화정책을 어떻게 운영할지를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동결 기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내 물가가 여전히 목표치(2%)를 웃돌고 있기에 한은이 섣불리 금리 안하에 나서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한은은 기준금리 결정 결과를 이날 오전 10시 전후로 발표한다. 이날은 수전경제전망도 있어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비슷한 시간 발표된다. 한은은 지난 2월 올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각각 2.1%, 2.6%로 전망했다. 내년은 각각 2.3%, 2.1%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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