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 가천대 석좌교수(반도체교육원장)는 지난달 30일 이데일리와 만나 “시스템반도체 설계의 경우 중국 팹리스 기업이 한국보다 20배 이상 많다”며 “국내 기업에 100여 곳이라면 중국은 2000여 곳이 넘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가운데 선도 팹리스 역시 한국보다 중국이 더 많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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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과거 D램의 경우 중국과 기술 격차가 5~6년은 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중저가용 PC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D램(DDR4)은 중국 메모리 기업이 생산할 정도까지 됐고, 최근 DDR5까지 생산했다”고 중국의 반도체 수준을 높게 평가했다.
중국 내 자급자족의 중심에는 중국 최대 IT 기업인 화웨이가 있다. 이를테면 화웨이의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칩을 설계하고, 주요 팹리스인 SMIC가 첨단 7나노 공정으로 이를 생산하는 식이다. 그 칩을 화웨이 스마트폰에 장착하고, 운영체제(OS) 역시 자체적으로 만든 ‘하모니’를 쓰고 있다. 반도체 칩에서 세트개발까지 완료한 것이다. 낸드플래시 역시 양쯔메모리(YMTC)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김 교수는 “최첨단 초미세 영역은 중국이 아직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며 “만약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지 않았다면 이미 비슷한 수준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업체 입장에서는 시간을 버는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미국이 아니었다면 K반도체가 중국의 더 빠른 추격을 허용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에 김 교수는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영역에서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AI 시대에 고성능 AI 메모리 반도체만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양한 분야의 국내 팹리스들이 나서서 설계한 칩의 수요는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 AI 서버에 적용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외에 경량형 AI 모델 역시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비용이 많이 드는 거대언어모델(LLM)이 아닌 소형 언어모델(sLM)에 대한 접근도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전망이다. 그는 “AI 서버에 들어가는 성능 좋은 칩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안에 AI 반도체가 들어가고 스마트홈·스마트시티·자동차·CCTV 등 곳곳에 AI칩이 필요하다. AI 코어로 신경망처리장치(NPU)가 사용되는데, 제품 스펙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사용된다”고 설명했다.AI 시대는 열세인 시스템 반도체 분야를 키울 수 있는 기회라고 김 교수는 판단했다.
그는 “온디바이스 AI는 무궁무진한 만큼 그 시장에서 여러 팹리스들이 참여해 다양한 설계를 내놓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가 팹리스·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위한 노력을 전폭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팹리스들이 다양한 칩을 설계하고, 이를 상용화할 수 있는 반도체 생산 기업이 연계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