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047040)은 눈 앞에 닥친 현안 문제고, 산업은행 민영화는 현 MB정부가 민 회장에게 부여한 가장 중요한 과제다. GM본사와 협상은 미국의 상징적인 거대 기업에 맞서 민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사안으로 곧 `성과물`이 나온다.
지난 2년간 산업은행이 짊어져야 했던 무거운 숙제들을 처리해 왔지만, 민 회장과 2시간 가량 인터뷰하는 동안 피곤함이나 지루함보다는 열정과 에너지만 느껴졌다.
민 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GM본사와 소수 주주권 회복 협상에 대해 "성에 차지 않는다"고는 했지만 "9월말이면 어느정도 마무리를 져야 한다. 조만간 구체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낙관했다. 지난 4월말 사석에서 "한번 제대로 협상해보겠다. 지켜봐달라"고 했던 결의가 4개월 사이 자신감으로 변해있었다.
이번 협상은 미국과 외교·통상 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있고 부품 협력업체들의 고용이 연계돼 있어 정부도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또 GM 조직의 관료적 특성과 거대 기업의 우월적 위치 등으로 협상 초기에는 산업은행이 `코너`에 몰렸던 것도 사실이다.
민 회장은 GM본사가 IPO(기업공개)를 진행할 때 약점을 파고 들면 승산이 있다고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지난 5월부터 1조원대 GM대우 대출금 회수 압박과 국제중재재판소 제소 카드를 `조커`로 꺼내들면서 상황을 반전시켰다.
앞으로 진행될 산업은행 민영화에 대해서는 주주인 정부를 의식해 신중하게 발언했다. 하지만 발언이 이어질 수록 목소리 톤이 높아졌고 평소 소신도 쏟아냈다.
그는 민영화 사전 절차로 2011년 국내증시, 2012년 해외증시에 상장하겠다는 일정에 대해 "그룹 임직원의 의지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민영화 방식과 절차는 주주(정부)가 결정하는 것으로 경영진인 나의 롤(역할)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민 회장은 대신 "상장을 포함한 민영화 절차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우선 몸을 만들어야 한다"며 "지난 2년간 작업을 착실히 진행한 결과 산업은행의 모든 재무지표가 개선 추세"라고 강조했다. 그는 `물리적으로 내년 상장은 힘들다`는 지적에 "지시만 떨어지면 상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산업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08년 2.05%에서 2010년(예상치) 5.96%로 높아졌다. 같은기간 기본자기자본(Tier-1) 비율은 12.16%에서 14.96%로 개선돼 세계최고 수준이다. 레버리지 비율은 10배에서 7.9배로 좋아졌다.
민 회장은 "올해 `G20` 정상회의 후 자본 건전성과 레버리지 유동성 규제가 도입되면 글로벌 메이저 투자은행들은 자산을 줄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레버리지가 좋은 산업은행은 싼 가격에 좋은 매물들을 사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GM과 협상때처럼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리겠다는 전략.
대우건설 문제는 사전에 보낸 인터뷰 질의서 12개 항목 중 6번째 순서. 하지만 민 회장이 인터뷰 시작과 동시에 "대우건설은 가능하면 국내회사에 넘기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대우건설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우선 대우건설의 국내외 부실을 떨어내고 유상증자 등으로 자본을 증액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하지만 그는 추가 질문에 대해서는 "이정도면 충분히 팁(tip)을 드린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대우건설 인수·합병(M&A)을 확정 발표할 때 기자회견 등으로 더 구체적인 설명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민 회장은 늦어도 11월이면 대우건설 인수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야 한다. 금호그룹 구조조정이라는 정책금융과 연계된 M&A딜이지만 시가로 1만원 안팎의 주식을 1만8000원에 사야 하는 상황은 최고경영자(CEO)에게 상당한 부담이다. 구조조정 당시 불가피했던 상황과 제약 조건들을 풀어놓을 법도 했지만, 그런 말은 일체 없었다.
그보다는 M&A 후 기업 가치를 높여 주가를 끌어올리는 정공법이 `민유성`식 해법인 것이다.
다음은 민 회장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대담=김기성 금융부장, 정리=좌동욱 민재용 기자, 사진=한대욱 기자]
- 산업은행장 취임한 지 2년이 넘었다. 성과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산업은행 민영화 방향이 확정되고 산업은행 민영화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정책금융공사가 분리돼 출범했고, 산은금융지주 설립으로 산은금융그룹이 출범했다. 또 금호아시아나 그룹 구조조정 등 시장 안전판 역할을 잘 해낸 것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다만 수신기반을 확보해 자금조달 구조를 안정화하지 못한 것이 과제로 남아있다.
- 대우건설 인수 작업이 계속 늦춰지고 있다
▲늦어도 11월까지는 종결할 것이다.
- 금융과 건설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싶다
▲시너지가 꽤 좋다. 대우건설을 산업은행 밑에 두면 국제시장의 신인도가 굉장히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추가적인 액션도 하겠다. 앞으로 현대건설 못지않게 글로벌 건설 쪽에서 큰 포션(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우리나라 1년 수출액 기준으로 건설 비중이 가장 크다. 세계 전체 건설업 시장은 20년간 매년 5조달러인데, 한국은 500억달러로 1%밖에 안된다. 산업은행으로서도 PF 대출, 시공자 금융, 해외공사 이행보증 등으로 대우건설을 다양하게 지원할 계획인데, 이는 산업은행에게도 새로운 사업기회가 될 수 있다.
- 추가액션에 대해 시장에서 궁금해할 것 같다
▲몇 가지가 있다. 일단 대우건설의 자본을 증액해야 한다. 국내외 부실들을 털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대우건설이 앞으로 필요한 분야에 투자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엔지니어링 부분이다. 방식은 오거닉(자체 성장) 비(非)오거닉(M&A) 다 포함된다. 일단은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조치가 필요하다. 과거 대우건설의 경쟁력을 넘어, 글로벌 최고수준의 기업으로 키워내겠다.
- 자본 증액은 대주주 유상증자를 말하나
▲유상증자도 있을 수 있고,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상장회사라서 더 이상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다. 인수가 확정되면 기자회견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겠다.
- 대우건설 언젠가는 팔아야 한다. 시점은 어떻게 잡고 있나
▲대우건설 가능하면 국내회사에 넘기려고 한다. 우리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빠른 것이 좋다. 대우건설 경쟁력이 높아지면 산업은행 지분을 잠재력 있는 SI(전략적투자자)나 바이어(재무적투자자)에 분할 매각을 하다가, 적절한 타이밍이 오면 경영권을 팔겠다. 값도 더 받을 수 있다.
- 용산국제업무단지 PF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대우건설이 산업은행과 함께 참여하는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는 금융전문가지 건설전문가가 아니다. 대우건설 경영진이 전적으로 판단할 문제다. 대신 경영의 자율권은 충분히 주려고 한다.
- 해외 대형 PF 사업에 공동으로 진출하겠다고 하는데, 국내 사업은 좌초위기를 겪고 있다. 대우건설과 산업은행이 일정부분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대우건설에 재무적인 서포트(지원)라는 프레임(틀)을 주고 프로젝트에 대해서 건설 전문가인 경영진이 판단해보라고 하면 (대우건설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현금이 필요한 건설사들이 (대규모 PF사업) 참여를 꺼리고 있어 사업성 있는 프로젝트를 선별할 경우 대우건설이 도약할 수 있는 상당히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용산(프로젝트)이 좋다 나쁘다는 대우건설 경영진이 판단해야 할 문제다. 산업은행의 역할은 재무적인 개선으로 뒷받침을 해주는 것이다.
- 산업은행은 내년 국내 상장, 2012년 해외 상장을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대로 추진할 계획인가
▲이미 발표한 상장 일정에 대해 그룹 임직원들의 의지에는 변화가 없다. 다만 민영화 방식과 절차는 주주(정부)가 결정하는 것이다. 경영진의 롤은 상장을 포함한 민영화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우선 몸을 만드는 일이다. 지난 2년간 이런 작업들을 착실히 진행한 결과 은행의 모든 재무지표가 상향 추세다. 산업은행의 순이자 마진(NIM)이 최근 2~3년새 2배이상 상승했고, 기본자본비율(티어 원)도 15%대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레버리지 비율은 2년사이 10배에서 7.9배로 떨어졌다.
- 내년 상장은 물리적으로도 시간이 부족해 보인다
▲이미 준비는 다 돼있다. 지시만 떨어지면 움직일 수 있다. 우리금융 부회장 시절 상장하는데 2년 걸렸다. 당시 우리금융은 완전히 망가진 회사였다. 산업은행은 이와 달리 재무재표가 좋은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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