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 이틀째 100달러선...월가 “이란전 장기화땐 에너지 위기 현실화”(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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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윤 기자I 2026.03.14 06:49:28

호르무즈 봉쇄로 원유 수송 급감...공급 충격 본격화
IEA 4억배럴 방출·미국 가격 안정 조치에도 시장 불안
월가 “유가 147달러 넘어설 수도”...이란 “200달러 대비하라” 경고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월가에서는 이번 충돌이 장기적인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뉴욕 원유시장에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103.14달러에 마감하며 이틀 연속 100달러를 웃돌았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98.71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2022년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국제 유가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이후 전쟁이 3주째로 접어든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사실상 이어지면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물동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시장에서는 실제 공급 충격이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수송량이 하루 약 60만배럴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추정했다. 이는 평소 1900만배럴 이상에 달했던 정상 수준과 비교하면 사실상 대부분의 물류가 멈춘 수준이다. 이는 미국 전체 석유 생산량과 맞먹는 규모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공급 차질이 지속될 경우 세계 원유 시장이 심각한 부족 상태에 빠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JP모건의 나타샤 카네바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다음 주 말까지 원유 공급 감소 규모가 하루 1200만배럴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실물 시장 전반에서 공급 부족이 뚜렷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디젤, 항공유, 액화석유가스(LPG), 나프타 등 주요 석유 제품이 단순히 비싸서가 아니라 ‘없어서’ 소비되지 못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월가에서는 유가가 지금보다 훨씬 더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RBC캐피털마켓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제 유가가 2008년 기록한 사상 최고치(약 147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RBC의 글로벌 원자재 책임자인 헬리마 크로프트는 “이란 전쟁과 이에 따른 유가 충격의 지속 기간을 다시 평가하고 있다”며 “충돌이 봄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미 국제 유가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브렌트유 가격은 전쟁 이후 약 40% 상승했으며, 디젤과 항공유 가격도 아시아·유럽·북미 전반에서 빠르게 오르고 있다.

미국 휘발유 가격 역시 상승세다. 이날 기준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63달러로 13일 연속 상승하며 심리적 기준선인 4달러에 근접했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경제에도 충격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라이스대 베이커연구소의 짐 크레인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는 상황은 원유 시장에서 사실상 ‘석유 종말(apocalypse)’ 시나리오에 가깝다”며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와 동맹국들은 에너지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대응 조치를 내놓고 있지만 시장 불안을 완전히 잠재우지는 못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역대 최대 규모인 4억 배럴의 전략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고, 미국 정부는 인도가 러시아 제재 원유를 구매할 수 있도록 30일 한시 면제를 허용했다. 또 유조선 안전 확보를 위해 해군 호위와 긴급 보험 제공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이란은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인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국영 TV 연설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계속 봉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최근 “미국은 무제한의 화력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언제까지든 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 군 관계자들은 더 강경한 경고도 내놨다. 이란 군 대변인 에브라힘 졸파가리는 “지역 안보가 붕괴된 상황에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며 세계 시장에 대비를 촉구했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은 이번 공급 충격의 영향을 크게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아시아는 에너지 수입 상당 부분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오기 때문이다. 호주 정부는 공급 부족 가능성에 대비해 국내 연료 비축분을 방출하겠다고 발표했고, 일부 국가에서는 사재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가 급등이 소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벤 카힐 연구원은 “에너지 가격이 계속 오르면 소비자 행동이 달라질 것”이라며 “항공 여행이나 자동차 이동 같은 선택적 소비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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