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순철(66) 녹색발전소 대표는 기름때에 젖어 날지 못하는 오리를 본 후 환경운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 2004년부터 폐현수막을 모래마대나 가방 등으로 재활용해 구청 등 관공서와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경기 파주의 작업장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폐현수막 수만 수천 개가 소각되는 것을 바라보면 안타깝다”면서 “요즘 선거철 현수막은 예전과 달리 페인트 냄새도 나지 않고 인체에 유해하지도 않아서 충분히 사용할 수 있지만 버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가 폐현수막을 통해서 판매하고 있는 것은 천, 노끈, 나무 막대기 등이다. 수거된 천은 모래마대(500원), 재활용마대(1900원), 재활용 장바구니(7000원) 등의 형태로 판매된다. 주된 고객은 각 자치구들이다. 여름철 수해 방지를 위해 필요한 모래마대를 이곳에서 구입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서울 주요 자치구 등이 우리가 만든 모래 마대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기존에 주로 사용하는) pp마대는 1년이면 다 나가 떨어지는데 이건 3년이 지나도 터지지 않는다. 낭비를 줄이려면 (현수막으로 만든) 모래 마대만한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폐현수막에 붙어 있는 나무막대기, 노끈까지 버릴 것이 하나 없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사실 현수막 재활용 사업은 큰 돈을 만질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하지만 김 대표는 환경을 지킬 수 있는 행동이라는 생각에 20년째 이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김 대표가 가장 아쉬워 하는 대목은 정치권의 비협조적인 태도다. 폐현수막 재활용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 접촉을 시도했지만 정치권의 시큰둥한 반응에 좌절했던 경험을 들려줬다. 그는 “선거관리위원회에 몇 년 전부터 후보별로 재활용 가능한 현수막을 만들어 재사용하면 선거 비용을 일정부분 절감해주는 등의 제안을 했었다”면서도 “아무런 반응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또 “국회의원과 구청장들을 찾아가서 요즘 선거 현수막이 재질이 좋으니까 가방 등을 만들어서 당원들에게 5000원~1만원에 팔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는데, 다들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변화도 있다. 폐현수막을 재활용하려는 기업 등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지금은 많은 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해서 그런지 조금씩 관심을 갖는 기업들이 생기고 있다”면서 “현수막을 후원하고 재활용 제품으로 얻어가려고 하는 기업들도 여러 군데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 현수막을 후원한 기업은 식목일을 기념해서 가방을 제작해 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묵묵히 이 길을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처음부터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니고 자발적으로 뛰어들었다”면서 “‘저 친구 돈이 안 되니까 그만두는구나’하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지금껏 하고 있다. 처음에 먹었던 마음 그대로, 최소한의 이익을 창출하는 범위 내에서 묵묵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