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만테크는 컴퓨터 냉각장치, 이른바 쿨러 사업으로 유명하다. 지난 1999년 창업 이후 검증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을 석권했다. 현재 52개 이상 국가에 수출하는 글로벌 2위 업체로 해외 매출 비중은 80%를 웃돈다.
저소음 기능과 우수한 디자인을 갖춘 고급 제품으로 차별에도 성공했다. `잘만`이라는 브랜드는 쿨러의 대명사가 됐다. 쿨러 사업만으로도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3D 산업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 계기는 2006년으로 거슬러간다.
이 대표는 "예전에 2006년 10월 킨텍스에서 열린 박람회에 참석했는데 행사장 구석에 부스를 설치하고 3D 모니터를 전시하는 회사가 있었다"며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 이거다 싶어 바로 지분 50%를 확보해 자회사로 편입했다"고 설명했다.
잘만테크는 LCD화면에서 3D영상을 구현할 수 있는 3D LCD 패널 원천기술을 보유한 비노시스라는 업체를 인수하며 2007년 3D산업에 본격 뛰어든다.
이 대표는 또 하나의 직업이 있다. 리앤목 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재직중이다. 기술을 보는 남다른 안목은 여기서 비롯됐다. 컴퓨터 냉각장치 산업도 후배 변리사의 아이디어에 착안해 창업에 나섰다.
신규 사업에 뛰어든 만큼 시행착오도 겪었다. 3D 모니터를 16:10 비율로 제작했지만 LCD 사이즈 판매 변화 추세에 안 맞아 판매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는 고스란히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지난해 매출액은 390억원, 영업손실 49억원, 당기순손실 48억원을 기록했다.
이 대표는 "작년에 3D 모니터가 잘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4000대 가량을 생산했는데, 주 고객인 게임 유저들에게 사양이 맞지가 않는 것을 뒤늦게 확인했다"며 "작년에 이같은 악성재고를 모두 처리하느라 실적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이 대표는 작년과 달리 영업 여건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대표는 "3D 분야는 그동안 콘텐츠 보급이 안됐는데 삼성전자 등 3D TV 등에 진출하고 있기 때문에 콘텐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대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전략은 무엇일가. 잘만테크는 자사 제품이 일종의 틈새를 노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기업들이 주력하는 LCD나 LED TV형 대형 모니터가 아니라 24~32인치 수준의 중소형 모니터다.
이 대표는 "우리는 3D 편광필터 원천기술을 일본 아리사와사 함께 독자 보유하고 있다"며 "이 기술을 도입한 패시브 타입 3D TV는 대형화면보다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화면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당장 대형 3D TV로 교체하기 부담스러워하는 고객층이 대형 TV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잘만테크의 저렴한 중소형 모니터 구입을 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대표는 "3D TV와 안경을 기본으로 검안기기(시력측정)와 일반 컴퓨터 모니터에 3D를 적용한 제품 등도 하반기까지 차례로 상용화할 예정"이라며 "장기적으로 무안경식 3D 모니터와 모바일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 3D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에 따라 3D 관련 매출이 작년 25억원에서 올해 150억원까지 증가하며 전체적으로 670억원 매출과 영업이익 5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대표는 "쿨러와 3D 부문을 잇는 제 3의 사업 구상도 갖고 있다"며 "3D 분야에 대한 투자자금 마련을 위해 올해 안에 100억원 가량의 증자 계획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현재 3D 테마주에 묶이며 주가가 급등하고 있지만 실적이 뒤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하반기 이후에는 분명 달라진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 이영필 잘만테크 대표이사 약력
-1948년생
-경북고등학교 졸업
-서울대 항공 공학과 학사과정 수료
-1976~1981년 삼성항공산업 근무
-1983~1985년 목 특허법률사무소 근무
-1985~2001년 이영필 합동 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2001~현재 잘만테크 대표이사
-2002~현재 리앤목 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재직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