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WAIC는 7월 17일부터 20일까지 상하이 세 곳에서 동시에 열렸다. 전시 면적은 처음으로 10만㎡를 넘어섰고 1100여 개 기업이 3000여 점의 제품과 기술을 선보였다. 그중 300여 개가 세계 최초 공개였고 피지컬 AI 분야에만 200여 개 기업이 참여했다. 규모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로봇이 이미 일상 속에 들어와 있고 이를 익숙하게 바라보는 중국인들의 태도였다.
푸두(普渡)의 식당 서빙 로봇과 키논(擎朗智能)의 배송 로봇은 이미 중국 곳곳에서 일하고 있다. 식당과 쇼핑몰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치는 물건이 됐다. 이 익숙함이 하루아침에 생긴 것은 아니다. 중국의 도로에 전기차가 처음 달릴 때도 그랬다. 소리 없이 미끄러지는 차를 사람들은 신기하게 바라봤고 충전이며 주행거리를 두고 말이 많았다. 그 이질감이 사라지는 데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지금은 전기차가 더는 신기한 물건이 아니다. 그저 자동차다. 낯선 기술이 일상이 되는 과정을 한 번 경험한 사회는 다음 낯선 기술 앞에서 덜 망설인다. 안마로봇 부스 앞에 종일 사람들이 줄을 서고 체험을 마친 뒤 제품 구매를 상담하는 모습을 보면서 로봇은 이미 ‘구경하는 기술’에서 ‘써보는 상품’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지난해 세계 상업용 서비스로봇(배송·청소) 출하량 1위는 중국 키논로보틱스가 차지했고 전체 시장은 15만 대를 넘어섰다. 식당과 호텔, 물류·청소 현장에서 실제로 움직이는 로봇이 늘어나면서 기업들은 연구실이 아닌 현실에서 데이터를 쌓고 있다. 사람이 오가는 식당에서는 아이가 갑자기 뛰어들고 호텔 복도에는 예상하지 못한 장애물이 놓인다. 물류 현장에서는 같은 공간에서도 사람과 물건의 움직임이 계속 달라진다. 피지컬 AI가 배워야 할 것은 정돈된 실험실이 아니라 바로 이런 예측 불가능한 현실이다.
한국의 로봇 밀도는 세계 1위다. 제조업 종사자 1만 명당 산업용 로봇 1220대, 공장 안에서 우리는 이미 로봇과 함께 일한다. 2024년 국내 로봇 시장에서 제조업용 로봇 매출은 3조 1000억원, 전문·개인 서비스용 로봇은 1조원 규모였다. 다만 그 로봇은 대부분 생산 현장에 집중돼 있다. 중국에서는 로봇의 활동 무대가 공장 밖으로 빠르게 넓어졌다. 한국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로봇청소기의 상당 부분을 중국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다. 그 차이가 두 나라 로봇 산업의 발전 방향까지 갈라놓고 있다. 중국은 로봇을 사람들이 실제로 써보는 사회로 빠르게 만들고 있다.
WAIC를 다녀온 뒤 가장 오래 머릿속에 남은 장면은 쏟아져 나온 신제품도, 화려한 휴머노이드도 아니었다. 로봇이 건넨 음료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던 관람객이었다. 기업이 로봇을 만들어 내놓고, 사람들이 그것을 직접 써보고, 그 과정에서 기술이 개선되고, 다시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한다. 사람들은 그 시간 동안 점점 정교해지는 기계에 익숙해질 기회를 얻었고 그렇게 축적한 시간이 지금 중국 AI 산업의 토양이 되고 있다. 알고리즘은 어디서나 만들 수 있어도 그것을 낯설어하지 않은 사회는 하루아침에 만들 수 없다. WAIC에서 본 중국은 바로 그 ‘낯설지 않은 사회’를 먼저 만들어가고 있었다는 점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