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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사흘간 진행되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앞서 4·27 판문점 정상회담을 통해 제1차 북미정상회담의 가교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이번 중재자의 역할은 조금 더 까다롭게 됐다. 앞서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간 첫번째 정상회담인 4·27 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대북특사단을 통해 확인한 북한의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 의지를 성사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이미 열린 대화에서 확인된 북미간 입장차를 조율해 대화가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적극적인 협상가의 역할을 발휘해야 한다.
관건은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종전선언과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북한의 진전된 비핵화 조치간 교환의 접점을 찾는 일이다. 김 위원장은 이달 초 우리 대북특사단과 면담에서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전후로 이미 취한 비핵화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로 종전선언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재확인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 역시 지난 15일 “칼을 들고 달려드는 강도 앞에서 일방적으로 방패를 내려놓을 수 없지 않는가”라며 “결자해지의 원칙에서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신뢰성있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은 미국이며 종전선언에 제일 큰 책임과 의무를 지니고 있는 것도 다름아닌 미국”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은 종전선언을 위해서는 북한의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 15일 외무성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방일한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미일간 협의에서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전 종전선언은 시기상조라는 데 양국이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평양 정상회담을 앞두고 여전히 북미간 의견차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북한의 ‘현재핵’ 폐기 촉구 언급이 북미간 조율점을 찾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13일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북한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핵물질, 핵시설, 핵프로그램을 폐기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래핵, 현재핵, 과거핵을 한번에 신고하는 방안보다 완화된 현재핵을 동결 및 폐기하는 수준에서 종전선언과 교환하는 방안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에서 북미간 협상의 접점을 찾는다면 이달말 유엔총회 계기 한미 정상회담, 11월 미국 중간선거 전 2차 정상회담, 연내 종전선언으로 이어지는 비핵화 구상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임종석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은 “외교안보 분야에서 눈치를 보며 관행만 답습했다면 역사의 진전은 없었을 것”이라며 “그런 마음으로 이번 평양 정상회담을 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