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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가 돈을 버는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드라마나 영화를 제작해 방송사에 판매하거나 극장에서 흥행하는 것이 주된 수익원이었다면 이제는 하나의 콘텐츠가 세계 각국으로 유통되고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로 확장된다. 인기 웹소설이 웹툰으로 제작되고 다시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식이다. 한번 만들어낸 지식재산권(IP)이 여러 차례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문제는 이처럼 돈을 버는 자산을 금융권이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은행은 통상 기업에 돈을 빌려줄 때 재무 상태와 상환 능력, 담보 가치 등을 살핀다. 공장이나 부동산은 담보 가치를 상대적으로 쉽게 평가할 수 있지만 드라마의 저작권이나 캐릭터의 미래 수익은 다르다. 작품의 흥행 여부에 따라 수익이 크게 달라지고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돈을 벌어들일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콘텐츠 기업 입장에서는 성장 가능성이 높더라도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KB경영연구소 역시 국내 콘텐츠 산업이 빠르게 성장했음에도 자금조달은 여전히 정책보증이나 담보대출 위주의 보수적인 간접금융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권 입장에서도 새로운 수익원을 놓칠 수 있다. K콘텐츠의 성공은 일회성 흥행을 넘어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산업 구조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K-플라이휠’ 안에서 새로운 수익을 찾아야 한다. 국내 콘텐츠 완성도를 높이고 해외 흥행으로 유입된 자본과 인재를 다시 제작 시스템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에서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산업에 금융회사가 참여하려면 돈을 빌려주는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게 KB금융연구소 제언이다. 대표적인 대안은 콘텐츠 IP 유동화다. 드라마나 음악 등에서 앞으로 발생할 저작권 수익을 바탕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제작사는 수익이 발생하기 전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고 투자자는 향후 발생하는 수익을 나눠 받을 수 있다.
은행과 증권사, 자산운용사가 역할을 나눠 투자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은행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대출을 제공하고 증권·자산운용사는 더 높은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추가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금융그룹 차원에서 위험을 분산하면서 콘텐츠 산업에 자금을 공급하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서는 콘텐츠의 미래 가치를 평가하는 역량이 필수적이다. 이에 앞서 장르별 매출과 현금흐름 데이터를 축적하고 전문 평가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콘텐츠 IP를 독립적인 투자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와 금융 인프라도 구축해야 한다.
K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시대다. 이제 금융권에도 새로운 질문이 던져진다. 세계가 돈을 내고 사는 콘텐츠의 가치를 은행은 얼마로 평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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