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언론은 ‘막장’이라고 떠들었고, 피해 직원들은 한순간에 대국민 사기극의 주인공이 돼 버렸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우리의 유일한 무기는 ‘진실’ 뿐이다.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다는 구절을 되뇌며 사법부의 공의롭고 지혜로운 판단을 기다리겠다.”
정명훈 전 예술감독의 보좌역을 맡았던 백수현(40) 서울시립교향악단 차장이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의 명예훼손에 관한 경찰의 수사발표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백 차장은 지난 3일 경찰 조사 결과, 박 전 대표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해 명예 훼손을 한 혐의를 받아 불구속 기소 처리됐다.
백 차장은 10일 SNS 매체 인사이트에 ‘서울시향 사태를 둘러싼 소름돋는 진실과 대한민국 사법정의’이란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그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글을 쓰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임신 중 압수수색 과정에서 몸수색까지 당했고, 피해자인 동료직원에게 오히려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믿기지 않는 광경을 보면서 그동안 더 큰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두렵고 무서워 침묵했다”며 “다섯달 된 아들에게 떳떳한 엄마이고 싶어 용기를 냈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경찰 조사결과에 대해 진실을 무력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백 차장은 “경찰은 박 전 대표가 잦은 질책을 했던 것은 맞지만, 직장에서 용인될 정도의 업무상 질책으로 판단된다고 결론지었다”며 “이미 언론에도 공개된 ‘저능아, X랄, 새끼, 년, 처먹다’ 등의 언사가 과연 대한민국의 공공기관에서, 아니 일반적인 직장에서도 용인되는 수준의 것인가”라며 2014년도 한 매체 기사를 통해 박 전대표의 폭언은 이전 직장에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특히 상식적으로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30~40대 성인들이 형사상의 위험을 감수하고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 거짓으로 대표를 무고할 수 있는지 되물었다. 그는 “보장된 직장도 없이 무작정 퇴사한 것이 누가 시켜서 할 수 있는 일이냐”며 “단지 우리들의 잘못이 있다면 미리 조금 더 조직적으로 ‘학대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녹음과 영상증거로 다수 확보하지 못한 점”이라고 한탄했다.
정 감독의 부인 구순열씨의 사주에 관해서는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했다. 백 차장은 “박 전 대표의 심각한 인권유린에 대해 직원들은 나를 통해 정 전 감독에게 도움을 청했다. 나와 구 여사가 개인적으로 나눈 메시지가 문제가 되지만, 문자 내용 어디에도 사건을 조작하고 없는 죄를 꾸며서 뒤집어씌우라는 내용은 없다. 박 전 대표에 대해 함께 분노했던 내용이 전부”라며 “직원들을 꼭두각시 거짓말쟁이로 치부하는 대단한 모욕”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또한 “호소문에 대해 직원들이 거짓을 모의한 증거는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또 그런 적도 없었다. 진실만을 이야기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 일을 통해 두려움 앞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어떻게 양심을 팔고 합리화해가는지를 지켜봤다. 우리의 유일하고 강력한 무기는 ‘진실’ 뿐이다. 사법부의 공의로운 판단을 기다리겠다”며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