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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우성 I&C 사장은 과거의 영광에 만족하지 않는다. 김 사장은 “올해 에모다와 합병을 통해 외형성장을 꾀하고 변화의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특히 하반기 우량 회사인 에리트베이직을 연결 자회사로 두면 올해 실적 개선폭도 두드러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말단 사원에서 CEO로 ‘샐러리맨 성공신화’
김 사장은 말단 사원에서 출발해 최고 경영자까지 올라선 샐러리맨의 성공신화중 한명이다.
1992년 이랜드 공채로 출발해 20여년을 패션업계에서만 잔뼈가 굵었다. 이랜드에서 여성 브랜드와 글로벌소싱 전문가로 일하던 그는 지난 2009년 패션그룹 형지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2012년 우성I&C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에는 연간 100억원대 손실을 내던 적자 기업을 흑자 기업으로 바꿔 놓았다.
그는 우성I&C를 흑자기업으로 만들면서 직원들이 패배의식에서 벗어난 일이 가장 보람된 경험이라고 언급했다.
“잘나가던 회사가 갑자기 망가지면서 직원들이 패배의식이 강했습니다. 우성I&C가 실적이 부진했던 것은 영양실조가 걸렸는데 영양분을 제 때 공급을 안해줬기 때문이었죠”
김 사장은 “그룹차원에서 우성I&C를 주력 회사로 두고 투자를 시작하자 직원들 입에서 ‘이제 해볼 만하다’라는 얘기가 나왔을때 가장 보람이 컸다”고 말했다.
대표 브랜드인 예작은 그가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시대셔츠라면 60세 이상인 분들은 다 알 겁니다. 예작은 시대셔츠로 출발한 자존심 있는 브랜드입니다.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셔츠 브랜드 10여개중 국내 순수 토종 브랜드는 예작뿐 입니다”
형지그룹이 우성I&C를 인수할 당시, 가장 가치를 둔 브랜드도 예작이다. 국내 셔츠시장에서 닥스, 듀퐁에 이어 3위에 올라있는 예작은 연간 32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는 “예작의 역사가 오래됐음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점은 아쉽다”며 “닥스나 듀퐁은 토탈 패션브랜드다보니 소비자들이 쉽게 기억하는데 예작은 유일한 셔츠 전문브랜드임에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의 좌우명은 그리스의 스파르타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진 ‘칼이 짧으면 일보 전진하고 능력이 부족하면 노력을 배가하라’다.
지금부터 16년전 IMF시절 일화는 그의 이런 원칙을 잘 보여준다. IMF 당시 구조조정붐이 일어 브랜드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 돼 회사측에서 매출 300억원을 내고 TV광고까지 했던 브랜드를 없애려고 했다. 아끼던 브랜드가 사라지는 게 너무나 아쉬웠던 그는 직원 5명을 데리고 동대문에 가서 돈을 입금하면 제품을 주는 방식인 무재고 시스템, 소위 ‘주문형 사입제(ODM)’를 도입했다. 1년후 브랜드는 정상화됐고, 현재도 100여개 매장을 보유한 브랜드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성장 원년, 에모다·에리트베이직 실적 성장 견인
우성I&C는 지난 1980년 남성복 업체로 설립, 1998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한때 ‘닥스’ 브랜드 의류를 생산하기도 했지만 창업주가 작고하면서 사세가 기울었다. 지난 2012년 형지그룹으로 인수된 우성 I&C는 최근 여성복 전문기업인 에모다와 합병했다.
김 사장은 “남성복만으로는 매출 규모 1000억원 넘지 못하기 때문에 합병을 결정하게 됐다”며 “합병을 통해 올해 매출 1000억원, 영업이익 40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20%, 10%가량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성복에서 여성복으로 비즈니스를 다각화하고 백화점 입점 브랜드인 캐리스노트를 통해 백화점 전문브랜드로 자리매김할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김 사장은 앞으로도 기업인수합병(M&A)을 통해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외형 성장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적당한 매물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잡화, 제화, 유아동, 침구류 등 대상 기업들을 물색중”이라며 “특히 최근 들어 시장이 커지고 있는 남성잡화를 가장 관심있게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하반기에는 우량 기업인 에리트 베이직을 연결 자회사로 두면서 실적개선에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교복 전문 브랜드인 에리트베이직은 순자산이 540억원으로 매출 1000억원, 영업익 50억원 가량을 꾸준히 내고 있는 알짜기업으로 꼽힌다.
그는 “형지가 보유하고 있는 워런트를 추가로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지분 20% 이상을 보유해 지분법 이익으로 연결할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반기는 에모다를 통해, 하반기는 에리트베이직을 통해 우성 I&C의 실적을 견인하겠다는 게 김 사장의 생각이다.
해외진출에 대한 계획도 털어놨다. 중국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남성복시장에서 돌파구를 찾는다는 게 김 사장의 계획이다. 6월에 ‘본 지 플로어’가 대만에서 오픈하고, 패션유통 무역기업 콜린스가 업무 파트너를 맡는다.
우성I&C는 중국시장에 독자적으로 진출해서 성공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현재 중국시장을 공략할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다. 김 사장은 현재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고 가는 기업도 있다며 중국시장에서 3년내 100개 매장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는 국내시장과 중국시장에서 각각 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다.
그는 “중국시장에서 여성복은 포화상태인 반면 남성복은 걸음마 단계”라며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표하에 올해 상반기에 진출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일 ‘본지 플로어’가 중국 소주지역에서 시장점유율 2위에 올라있는 태화백화점에 입점한 것을 시작으로 8월에는 일본홍콩계 백화점인 지욱강 백화점에도 입점할 예정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우성I&C에 대해 턴어라운드 기대감이 높은 동시에 형지그룹에서 어느 위치에 설 것인가에 대한 물음표가 있는 상황이다. 형지그룹은 장기적으로 우성I&C를 지주사로 만들어 중심축으로 두고 추가적인 M&A를 통해 외형성장을 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는 “그룹내에서 상장사는 우성I&C와 에리트베이직 뿐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것 같다”며 “M&A를 중심으로 한 확장 전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재무적투자자(FI)와 함께 M&A를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패션산업이 블루오션일때는 없었다. 늘 레드오션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브랜드는 상품으로 이야기해야 한다”며 “양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고, 고객에게 가치를 주는 브랜드가 되면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을수 있을 것”이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김인규 사장은
김인규 우성I&C 사장은 부산 금성고등학교, 부산대학교 자연과학대학 물리학과를 졸업한 부산토박이다. 1992년 이랜드 그룹 로엠사업부 구매부에 입사해, 여성복 ‘로엠’ 사업부 구매 부서장, 캐쥬얼 브랜드 ‘더데이’ 본부장, 로엠 사업부 구매·생산 총괄 부서장을 거쳐 이랜드 유통 사업부 패션총괄 부문장, 이랜드 월드 여성사업부 글로벌 소싱 부서장을 지냈다. 2009년 패션그룹형지 글로벌소싱 총괄 이사, 패션그룹형지 전략기획 본부장을 역임한 이후, 2012년 6월 우성아이앤씨 대표이사로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