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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나라 곳간 빼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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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기자I 2026.05.06 05:00:00

구재이 한국세무사회 회장 기고
무자격 불법 세무신고 대행, 환급 거짓광고 플랫폼 기승
나라 곳간 축내는 탈세행각, 대다수 성실 납세자만 피해
정부 나서 국민권익 지켜야

[구재이 한국세무사회 회장] 3월 26일 이른 아침, 울산에 있는 한 세무서 구내에서 택배노조 50대 지회장이 분신을 시도했다. 1인당 1억원에 달하는 세금폭탄을 맞은 조합원들의 세금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며 세무서를 찾았다가 해결 방법이 없다는 말을 듣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이 비극은 수년 전부터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 등 세금 신고를 맡기면 세금을 확 줄여준다는 ‘신박한 무자격자’ 입소문에 조합원인 택배기사 수천 명이 세금 신고를 맡기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영세사업자인 만큼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쉽사리 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가짜 경비와 가짜 세금계산서까지 넣어 세금을 줄여 신고했다. 하지만 결국 1000억원이 넘는 탈세가 적발돼 1인당 1억원씩 감당하지 못할 세금에 탈세범으로 형사처벌까지 받을 위기에 처했다.

이처럼 영세사업자 세무 신고를 불법으로 도맡아 하면서 수수료를 벌어온 무자격자가 개입된 탈세 행각은 택배노조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국의 수많은 사업자와 단체는 물론 우리 국민 대부분은 오로지 자기 이익을 위해 나라 곳간을 빼먹으려는 불법적인 탈세 유혹에 노출돼 있다.

요즘 문자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세금을 확 줄이고 고액의 세금 환급을 받을 수 있다고 거짓 과장 기만광고로 국민을 현혹하는 세무 플랫폼은 탈세 유혹의 끝판왕이다.

지난해 5월 한 세무 플랫폼은 플랫폼 노동자 수천 명의 종합소득세 신고를 대리했다가 신고 기한을 놓쳐 절세와 감면은커녕 가산세까지 물게 하는 황당한 사고를 냈다. 신고 기한 경과 후 세금을 납부하는 과정에서 실시한 세무조사로 적지 않은 이들이 가짜 경비를 넣어 탈세 신고한 사실도 백일하에 드러났다. 하지만 사고를 친 세무 플랫폼에는 책임을 묻지도 못하고 피해 국민만 고통 속에서 속앓이하고 있다.

사업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한 회사원은 또 다른 세무 플랫폼으로부터 부양가족공제가 누락돼 ‘환급금 173만원’을 받는다는 유도광고 문자에 들어갔다가 수수료를 내고 연말정산 경정청구로 환급을 받았다. 하지만 곧 국세청 조사로 환급받은 금액이 부당공제로 확인돼 이를 반환한 것은 물론 고액의 가산세까지 내야 했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세무 플랫폼 유도광고로 연말정산 경정청구한 1443건을 국세청이 전수조사한 결과 99%인 1423건이 부당공제로 환급받아 40억원 넘게 추징했다. 세무 플랫폼에 속아 1인당 286만원씩을 추징당했지만 탈세를 주도한 세무 플랫폼은 납세자가 직접 한 것이라고 주장해 세금 부담도 처벌도 없었다.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이 또 돌아왔다. 또다시 수많은 세무 플랫폼이 문자와 SNS를 통해 세금 환급과 싼값에 세무 신고를 해준다는 광고를 쏟아내고 있다.

몇몇 세무 플랫폼은 가산세 폭탄을 걱정하는 국민을 안심시킬 요량으로 ‘안심보상제’를 내놓았다. 하지만 안심보상제는 하자보증이 아니라 걸리면 가산세를 대신 부담해줄 테니 같이 나라 곳간을 빼먹자는 미끼일 뿐이다.

나라 곳간을 축내 나눠 먹는 것은 ‘사업’이 될 수 없다. 탈세 이익을 나누는 이들과 시스템을 허용한다면 정당하게 세금을 내는 대다수 성실 납세자만 피해를 보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더 이상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나라 곳간을 축내고 국민을 눈물짓게 하는 세무 플랫폼과 무자격자를 방치할 수 없다.

세무사법은 전문 자격사인 세무사에게 국민의 성실 납세를 책임지고 납세자 권익보호를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세무사와 함께 성실 납세하는 대다수 국민이 억울하지 않으려면 숭숭 뚫린 나라 곳간과 무방비로 노출된 국민의 권익을 방치해선 안 된다. 이제 정부가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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