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도 아니고"...'착불'로 쓰레기 보내놓고 산불 구호물품?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경북 지역을 휩쓴 산불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돕기 위한 손길이 모이고 있는 가운데, 쓸모없는 물건을 ‘착불’로 보내는 일도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31일 경북 청송군 진보면 기곡리 한 마을이 산불에 초토화가 된 가운데 마을 주민이 주택 폐허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북 청송군에선 지난달 22일부터 28일까지 일주일간 번진 산불로 주택 770채가 불에 타면서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이 발생했다.

맨몸으로 빠져나온 이재민들을 위한 기부 물품이 현장에 이어지고 있는데, 9일 TBC에 따르면 낡아 해진 옷이나 기름때 가득한 국자 등 차마 사용할 수 없는 물품들도 많았다.

지역 주민들은 “쓰레기 모아서 무엇하나”, “도와주는 마음은 좋은데, 우리가 거지도 아니고”라며 씁쓸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청송군으로 모인 구호품 중 못 쓰고 버려진 양만 무려 11t으로, 처리 비용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송군 한 비영리단체 앞으로 헌 옷 상자들이 착불로 배송되는 일도 벌어졌다.

단체 관계자는 “쓰레기로 버리는 것들을 보내줬다”며 “진짜 눈물 나고 속상하다. 전부 다 착불로 보내 70만 원 넘게 나왔다”라고 말했다.

지난 2019년 고성군, 속초 일대 등 강원도 산불 피해 때도 구호 물품으로 들어온 헌 옷 53t 중 30t이 버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해당 지역에선 헌 옷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와 보관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헌 옷을 보내지 마라”라고 당부했다. 헌 옷 관련 문의가 많이 들어와 정작 필요한 구호 물품을 접수하는 전화를 받지 못하는 등 해프닝까지 있었다.

튀르키예에 강진이 발생한 2023년 2월 주한튀르키예대사관은 “중고물품은 받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강진으로 보건 의료 체계까지 무너진 튀르키예에 입거나 쓰던 중고물품이 전해지면 위생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이번 산불 사태로 전국에서 모인 성금이 1100억 원을 넘어섰다.

경북도에 따르면 산불 피해의 복구와 지원을 위해 전국에서 모인 구호 성금이 지난 7일 오후 기준 1124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동해안 산불 당시 성금 800억 원을 뛰어넘는 것으로, 역대 재난 구호 성금 모금액 중 최대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