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끊기면 폐업하는 관광벤처 多"…관광 벤처 생태계 위한 해법은?

이민하 기자I 2025.01.30 08:00:06

한국관광스타트업협회 신년 포럼
벤처 기업 지원 개선 방향 제시
OTA 과점 깨는 NDC 기술 주목
K뷰티, 관광 산업 新 성장 동력

신학승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교수가 지난 20일 서울관광플라자 4층에서 진행된 한국관광스타트업협회 신년포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민하 기자)
[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관광벤처가 지원을 받더라도 영세한 비즈니스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해, 지원금이 종료되면 폐업하는 사례가 여전히 많습니다.”

신학승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교수는 지난 20일 서울관광플라자 4층에서 진행된 한국관광스타트업협회 신년포럼에서 관광 벤처 지원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의 관광 벤처 지원 제도는 지난 13년간 1500개 기업을 새로 발굴하고 약 4200개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긍정적인 성과를 냈지만, 지원 제도를 통해 스케일업(Scale-up) 단계로 도약하고 글로벌 시장을 진출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특히 ‘관광벤처’ 용어에 대한 모호성이 문제로 지적됐다. 신 교수는 “관광벤처를 타 부처나 산업에서 인정해 주지 않는 상황에서 관광벤처 인증이 오히려 업체의 가치를 약화하고 있다”라며 “법정 용어인 ‘벤처기업’에 관광벤처가 포함되지 않아 기본적인 정책적 혜택도 누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과도한 행정 절차가 스타트업의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으며, 지원 기간이 짧아 장기적인 성장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지원 정책의 개선 방향을 ‘명확화, 특성화, 장기화’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그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지원 대상의 일관성을 유지하고(명확화), 스타트업의 유형과 성장 단계에 맞춘 특화된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하며(특성화), 단기적 지원을 넘어 장기적인 성장 모델을 마련해 기업이 지속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장기화)”고 조언했다.

정명 키로스벤처투자 대표가 지난 20일 서울관광플라자 4층에서 진행된 한국관광스타트업협회 신년포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민하 기자)
이어 발표를 한 정명 키로스벤처투자 대표는 관광벤처가 투자 유치를 받기 위해 반드시 주목해야 할 투자 트렌드를 짚었다. 정명 대표는 270억원 상당의 ‘케이비-키로스 관광벤처조합’을 KB증권과 함께 공동 운용하고 있다. 정 대표는 “현재 글로벌 관광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항공권 예약이며, 그 뒤를 호텔 숙박, 투어·액티비티(T&A), 외식(F&B), 관광 기념품이 차지하고 있다”며 “미국의 부킹홀딩스와 익스피디아 그룹 등 글로벌 OTA(온라인 여행사)가 대규모 마케팅 비용과 최저가 정책을 앞세워 과점하고 있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정 대표는 NDC(신규 유통 역량) 도입이 과점 시장을 깨고 국내 스타트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과거 전 세계 항공권의 90%가 GDS(글로벌 유통 시스템)를 통해 판매되었지만, 이제 항공사 자체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여행사 및 OTA(온라인 여행 플랫폼)와 연동해 직거래할 수 있는 NDC를 통해 중개 과정이 단축되고, 더 개인화된 항공권 상품과 가격 정책이 가능해졌다”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벤처 기업 두 곳이 NDC 기술 최고 등급을 획득했으며, 이 중 한 기업은 작년 11월 130억 원의 투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마친 상태다. 정 대표는 “NDC 변환 흐름은 기존의 거대 OTA 플랫폼이 장악했던 관광 시장에 한국 벤처기업이 뛰어들 기회를 열어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대표는 또 다른 관광 산업의 주요 변화로 K뷰티의 부상을 강조했다. 그는 “K-뷰티는 이제 단순한 화장품 시장을 넘어 20~30대 해외 관광객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주요 동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의 뷰티 테크 기업 에이피알(APR)이 관광 펀드를 통해 투자를 유치한 후, 지난해 시가총액 2조 505억 원의 가치를 인정받아 상장한 것은 관광과 K뷰티 산업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K-뷰티가 성형외과, 피부과, 한방 병원 등 의료 관광으로 확장되면서 더욱 큰 가능성을 지닌다고 덧붙였다. 그는 “의료 관광객들은 일반 관광객보다 체류 기간이 길고 소비 규모도 두 배 이상 크다”며 “의료관광 시장을 공략하는 스타트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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