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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사형 폐지국' 30년…인권위 "사형제 존치 논의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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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하 기자I 2026.10.10 10: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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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사형 폐지의 날' 인권위원장 성명
1997년 12월 이후 사형집행 중단
인권위, 사형제 존치 여부 논의 촉구
세계 145개국 법률상·사실상 폐지

교도소 수감자들 모습 (사진=연합뉴스)
교도소 수감자들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사형집행 중단 30년을 앞두고 사형제 폐지를 위한 법·제도적 논의를 진전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력범죄 피해자 보호와 국민 안전을 함께 고려하되, 사형제를 법률상 유지할지는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권위는 10일 ‘세계 사형 폐지의 날’을 맞아 안창호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내년이면 집행 중단 30년을 맞는다. 법률상 사형제는 유지하고 있어 국제사회에서는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

인권위는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형사사법제도를 운영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제도의 법률상 존치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가 인용한 국제앰네스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45개국이 법률상 또는 사실상 사형을 폐지했고, 이 중 113개국은 모든 범죄에 대한 사형제를 폐지했다.

인권위는 2005년 사형제 폐지 의견을 표명하고 2018년 정부에 사형폐지 의정서 가입을 권고한 바 있다. 정부도 2020년 이후 유엔 총회의 사형집행 유예 결의에 찬성해 왔다고 인권위는 설명했다.

다만 안창호 위원장은 “사형제도에 관한 논의에서는 강력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의 고통, 그리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국민의 요구 역시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며 “사형제 폐지 논의는 피해자 보호와 국민 안전의 과제를 소홀히 하지 않는 가운데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피해자 및 그 가족의 권리를 보장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것과 국가가 형벌로서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제도를 유지하는 문제는 구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사형은 일단 집행되면 어떠한 사후적·사법적 절차로도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다. 국가가 행사할 수 있는 형벌권의 정당한 한계가 어디까지인가에 관한 문제기도 하다”고 짚었다.

안 위원장은 사형이 집행된 뒤 재심에서 무죄가 밝혀진 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두고 “사법적 오판이었음이 확인된 비극적 사례”라고 밝히면서 오판의 위험성은 결코 부차적으로 다룰 수 없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대한민국은 이미 한 세대에 가까운 기간 사형 집행 없이 형사사법제도를 운영해 왔다”며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인지, 법률과 제도의 변화로 이어갈 것인지에 관한 논의를 본격화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회가 사형폐지 의정서 가입에 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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