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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엑세스] 잠자던 유럽 딥테크, 스케일업 자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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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6.09.26 08: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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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엥레손·테드 페르손 EQT 파트너

빅토르 엥레손 EQT 파트너 겸 스케일업 유럽 펀드 공동대표
빅토르 엥레손 EQT 파트너 겸 스케일업 유럽 펀드 공동대표
[빅토르 엥레손·테드 페르손 EQT 파트너 겸 스케일업 유럽 펀드 공동대표] 현대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이 된 ‘트랜스포머’ 논문(Attention Is All You Need)의 저자 8명 중 5명이 유럽인이라는 점은 유럽의 기초 기술 역량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유럽은 이러한 기술·인재 기반이 창출한 가치를 충분히 경제적 가치로 연결하지 못했다. 최근 50년간 미국이 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의 상장기업을 241개 배출하는 동안 유럽연합(EU)은 단 14개를 만드는 데 그친 것이 단적인 예다. EU 기업들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미국 기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며, 자본 수익률도 4%포인트 낮다. 최근의 생성형 AI 투자 역시 유럽은 미국의 7% 수준에 머물러 있다.

유럽 기술기업의 성장을 제약하는 핵심 과제로는 파편화된 시장 규제와 성장 단계(스케일업) 자금의 공백을 들 수 있다. 지난 10년간 거래 건수가 4배 이상 증가하며 초기 벤처 투자는 점차 활성화됐으나, 1억유로 이상 대형 지분 투자를 주도할 유럽 내 자본 파트너가 부족했다. 이로 인해 2008년부터 2021년 사이 유럽에서 탄생한 유니콘 기업의 약 30%가 본사를 해외(주로 미국)로 이전했다. 역내 거래 장벽 또한 상품은 평균 44%, 서비스는 110%의 관세에 이르는 비용 마찰을 일으키며 기업의 국경 간 확장에 상당한 장벽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러한 난항 속에서도 낙관할 이유는 충분하다. 최근 유럽은 탄탄한 산업 기반과 독보적인 연구 기관, 우수한 인적 자원이라는 본질적 강점을 바탕으로, 민관 차원의 구조적 개혁을 본격화하고 있다. 우선 규제 면에서는 27개 회원국의 복잡한 규제를 단일화하고 단일 시장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 통합 법인 체제인 ‘제28의 제도’(28th Regime)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는 EU 전체에서 통용되는 온라인 법인 등록 체계, 디지털·영문 기반의 중앙 등록 시스템, 표준화된 스톡옵션 및 투자 서식을 제공해 법인 설립, 기업 성장과 자금 조달의 마찰을 대폭 줄이기 위함이다.

동시에 유럽은 스타트업에서 스케일업으로 도약하는 기업들이 겪는 고질적인 자금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에 나서고 있다. 유럽집행위원회(EC)와 주요 기관투자자들은 유럽의 스케일업 자금 공백을 메우기 위해 ‘EU 스타트업 및 스케일업 전략’(EU Startup and Scaleup Strategy)의 일환으로 대규모 스케일업 이니셔티브를 출범시켰으며, EQT를 우선협상 투자 자문사 겸 펀드 운용사로 선정해 본격적인 집행에 돌입했다. 그 결과 최근 단행된 초기 투자는 이미 AI, 우주, 헬스케어, 반도체 등 유럽 핵심 기술 생태계 전반을 폭넓게 아우르고 있다.

이번 이니셔티브는 동원되는 자본의 규모를 넘어, 유럽이 스케일업 생태계를 육성하는 패러다임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유망한 초기 기업들이 해외로 떠나지 않고도 유럽 내에서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객관적 토대가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단순한 유동성 공급에 그치지 않고, 기업 간 파트너십과 심층적인 인재 네트워크, 민관 협력을 결합해 딥테크 생태계 전반의 자생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테드 페르손 EQT 파트너 겸 스케일업 유럽 펀드 공동대표
테드 페르손 EQT 파트너 겸 스케일업 유럽 펀드 공동대표
이러한 규제 개혁과 성장 자본(growth capital)의 확충 흐름 속에서, 유럽은 이미 AI, 로보틱스, 에너지 등 차세대 핵심 전략 기술 전반에서 유망 스케일업 기업군을 빠르게 배출하고 있다. 현재 시리즈 C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며 총 6750억유로 규모의 최종 시장을 공략 중인 스케일업 기업은 약 650개에 달한다. 수백 개의 차세대 유니콘 후보군이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스케일업 기업 수는 2030년까지 2.5배 이상 늘어나 약 1900개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유럽은 단순 소프트웨어를 넘어 독자적인 산업적 강점과 연계된 6대 핵심 기술 영역에서 독보적인 기회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나 중국과 차별화되는 기존의 강점 산업(소프트웨어, 제약, 전통 제조·로보틱스)에서 축적한 인재와 노하우를 접목해 유망하거나, 에너지·바이오·방산처럼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해 민관 협력이 필수적인 영역들이다.

우선, 기존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시장을 기반으로 한 ‘AI 응용 레이어’와 전통적인 의료 및 제약 산업의 과학적 역량과 AI 혁신을 결합한 ‘바이오테크’ 분야가 눈에 띈다. 미국 대비 2~3배에 달하는 높은 에너지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융합,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전력망 중심의 ‘에너지 기술’ 영역 역시 급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이 분야에서만 50개 이상의 잠재적 유니콘 기업 파이프라인이 형성돼 있을 정도로 성장 잠재력이 크다. 아울러 국방비 증액 흐름 속에 자율 시스템과 위성 정보를 결합하는 ‘방산·우주’ 및 전통 제조업 기반의 ‘산업용 AI·자동화’ 분야도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등의 연구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한 ‘양자 및 반도체’ 기술이 더해져 유럽 특유의 산업형 딥테크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제도 통합과 자본 확충, 산업 인프라가 결합되며 재편되는 유럽 시장의 환경은 국내 투자자와 기업들에도 새로운 전략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현재 유럽에 부족한 것은 성장 단계 기업의 실질적 가치를 높여줄 ‘가치 창출형 자본’(Value-add capital)이다. 독보적인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도 스케일업 자금과 사업적 파트너십을 갈망하는 유럽 유망 기업들을 대상으로 전략적 투자와 기술 제휴, 현지 대기업 프로젝트 및 공공 조달 진출 등 다각도의 협력 모델을 적극 모색해야 할 때다. 유럽의 스케일업 생태계가 성숙해짐에 따라, 유럽의 딥테크 역량과 아시아 및 국내 기업 네트워크가 만들어낼 시너지는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본 투자전략은 투자 참고자료이며, 해당 전문가들의 투자전략은 당사의 견해와는 무관합니다. 또한 EQT 내 모든 운용팀의 견해를 나타내지 않습니다. 정보 제공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특정 증권 및 상품의 매수·매도 권유, 투자 조언 또는 추천으로 해석되어선 안됩니다. 이 자료에서 언급한 어떤 전망이나 견해도 실현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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