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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김동연의 말(言)
자타공인 ‘경제통’인 김동연 지사의 경기도정 외적 발언은 그간 경제 분야에 중점을 뒀었다. 12·3 비상계엄사태 이전에도 김 지사는 정부 예산안을 비판하면서 ‘30조원 이상 슈퍼추경’을 촉구했고, 계엄에 이은 탄핵정국 속에서 연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슈퍼추경과 트럼프2.0 대응 등 ‘대한민국 비상 경영 3대 조치 제안’을 내놓으며 경제 분야에 치중했다. 그나마 간간이 나왔던 정치적 발언은 주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따른 ‘신(新) 삼김(김동연·김부겸·김경수)’ 또는 ‘플랜B’로 부각되면서도 산적한 당내 현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당내 주류 여론과 다른 목소리를 낸 게 있다면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방식 정도다. 이마저도 ‘선별’이라는 단어 대신 ‘보다 촘촘하고 두텁게’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조심스러웠다. 그랬던 그가 달라졌다. 정확히 이번 설 연휴가 기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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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다보스포럼에 참석하고 있을 때 공표된 여론조사가 원인이다. 일부 조사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 역전현상이 벌어졌다. 여러 조사에서도 탄핵 이후 벌어졌던 수치가 크게 좁혀졌다. 민주당은 지난 20일 당내에 ‘여론조사 검증 및 제도 개선 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여기에 김 지사는 “지금 여론조사검증위원회가 아니라 민심바로알기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대한민국 경제도 걱정이지만 과연 민주당이 지금의 이 위기를 극복할 수권정당인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또 “이제 경제의 시간이다. 이 경제의 시간에 책임지고 이곳을 맡을 수 있는 유능함이 민주당에 필요하다”는 제언도 남겼다.
며칠 뒤 김동연 지사의 발언은 한층 더 강해졌다. 27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한 김 지사는 ‘당내 민주화’ 문제를 꺼내 들었다. 그는 “당이 지난번 총선 이후 겪으면서 어쨌든 간에 단일화된 목소리와 또 하나의 단일화된 구조로 가는 것에 대해서 너무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당내 이재명 일극체제를 직격한 것이다.
김 지사는 “윤석열 대통령 구속 기소까지 됐고 이 문제가 어느 정도 한고비를 넘겼다면 이제부터는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야 될지 비전은 무엇인지 어떤 정책을 해야 될 것인지 국민통합은 어떻게 이룰 것인지 이런 것에 대해서 당내에서 고민하고 거기에 대한 해법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것들을 위해서 다양한 목소리와 다양한 세력들의 목소리를 수용하는 당내 분위기 이런 것들이 만들어져야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8일 SBS 유튜브 ‘정치컨설팅 스토브리그’에 출연해서는 “성급하게 대선에서 또는 정권의 쟁취에 너무 성급한 모습을 보이는 모습이거나 또는 수권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서 우선 민주당이 성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경제와 글로벌, 누구보다 비교우위”
대권 도전에 대한 숱한 질문에 김동연 지사의 대답은 늘 ‘지금은 그런 말 할 때가 아니다’였다. 다보스포럼에서 만난 외신들 앞에서도 그는 “수레를 말 앞에 놓을 수는 없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물론 여지는 남겼다. 이같은 태도도 설을 기점으로 달라졌다. ‘정치컨설팅 스토브리그’에서 김 지사는 1%대에 놓인 자신의 지지율에 대해 “거기에 이렇게 깊게 연연해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실망하지 않는다. 어차피 옥석가리기 나올 것”이라며 “자신 있다”고 말했다.
자신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야구에서 1등 하는 팀이 우승하는 거 아니다.” 이재명 대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선 경쟁력이 약하다는 점을 짚은 패널에게 맞받아친 김동연 지사의 말이다. 김 지사는 “미국 예를 들면 대학 축구에서 이번에 우승한 팀은 8등 하는 팀이 우승했다. 결국 플레이오프라고 한다”며 “나라와 국가를 위해서 그리고 역량을 보여주면서 뚜벅뚜벅 제 갈 길 가면 반드시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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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제가 경제부총리까지 하면서 대한민국 경제를 총괄했던 경험과 또 국정 전반을 다뤘던 실제 경험이 오랫동안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다른 후보보다 비교우위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동연 지사는 또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관련해서 “만약에 2심에서 당선 무효형 선거가 나온다면 상당히 그것 때문에 (대선 출마에) 지장은 있을 거라고 저는 예측은 한다”며 “물론 당내에서 단단한 지지 기반을 통해서 끌고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지지도 최근의 상황을 놓고 볼 적에 또 국민들의 도덕성이나 사법리스크에 대한 정서로 봤을 적에 만약에 2심에서 당선무효형이 나온다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최대약점 ‘행정가 이미지’... 해법은?
설 연휴를 기점으로 달라진 김동연 지사가 보여준 언어의 ‘탈 관료화’는 결국 대권을 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치평론가들은 대권주자로서 김동연 지사의 약점으로 ‘행정가 이미지’를 꼽았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민주당 지지자들이나 중도층에서 바라볼 때 김동연 지사의 품격이나 업무능력, 도덕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특히 김 지사의 스토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존경할 수 있는 인물”이라면서도 “약점은 행정가 이미지”라고 분석했다.
박 평론가는 “이재명 대표는 바로 치고 들어가서 결단을 내린다. 우리 사회가 평상시라면 몰라도 지금은 준전시, 전체적인 내전상태다. 이럴 땐 강력한 카리스마를 원한다”며 “그런데 김동연 지사는 그런 (스타일의) 리더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 또한 “김동연 지사 같은 경우 정치인보다는 그냥 행정 관료가 어울리는 그런 사람으로 아직 머물러 있다”고 바라봤다. 이 평론가는 “(김동연 지사의) 행정역량은 충분하다. 그런데 정치인 또는 대선 후보로서 매력도가 떨어진다”며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일단 정치적인 판을 만들어가는 능력이 부족한 것과 대표상품이 없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종훈 평론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과 대운하, 이재명 대표는 기본사회 등 대표상품이 있는데 김동연 하면 뭔가 딱 떠오르는 것이 없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도 이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민주화와 같은 논쟁거리가 될 상품이 있어야 인지도가 올라갈 수 있다. 단순히 성실하고 열심히 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김 지사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한 의견도 있었다. 다만 이재명 대표의 대선 불출마라는 전제가 깔린다. 박상병 평론가는 “만약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이 나올 경우에는 대선에 못 나올 수 있다. 민주당 플랜B가 나올 땐 김동연이 1순위”라며 “민주당 외 중도층에서도 지지할 것이기 때문에 김동연 지사가 후보로 나오게 되면 대선에서는 압승을 거둘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