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달러-원 환율은 16.5원 하락하면서 작년 3월20일(18.7원) 이후 최고의 낙폭을 기록했고, 채권시장에선 국고채 3년물 금리가 1.98%로 4bp 상승했다. 뉴욕, 한국증시뿐 아니라 중국 본토증시, 홍콩 H지수도 상승 흐름을 보였다.
이날 국내 증시 상승의 일등 공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통화를 진행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무역분쟁 해결 의지를 내비쳤다. 이는 뉴욕증시뿐 아니라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
◇G2 무역갈등 끝나나…기대심리 키운 트럼프의 행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30일 “중국과 좋은 거래를 기대한다. 그렇지 못하면 대규모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다”라고 발언했다. 이어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의 긴축정책이 조금 물러서면 미국 주식시장은 2800~2900까지 다시 상승할 것이란 내용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다음날 백악관 경제 고문 래리 커들러도 “아직 중국 수입품 추가 2750억달러 규모에 대한 관세인상 정책을 확정하지 않았으며 협상이 잘 진행될 경우 관세를 철회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 주식시장이 400포인트 상승했다”며 “미국 기업들의 실적은 좋다”고 트위터를 통해 재차 발언했다.
증시가 상승한 결정적 계기는 현지시간으로 1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전화통화 진행이었다. 통화 이후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방금 길고 매우 좋은 대화를 가졌으며 정상회담 스케줄에 맞게 토론이 잘 진행됐다”고 밝혔다. 다음날 트럼프는 캐비닛에 11월말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거래를 성사하고 싶다고 언급한 뒤 중국과 협상이 가능한 잠재적 항목들을 작성해 오라고 지시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뉴욕증시는 2일(현지시간) 무역분쟁 봉합 기대와 미국의 통화긴축에 따른 불안감이 뒤섞이며 혼조세를 보였지만, 1년 가까이 끌어온 G2간 무역다툼이 어떤 식으로든 변화할 것이란 분석에 힘을 얻고 있다. 특히 29일 예정된 미중정상회담이 만찬까지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대심리가 커지고 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주식시장의 실적 눈높이를 낮추고 공포심리를 자극했던 무역정책 이슈에 미국 백악관이 완화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
다만 두 국가의 극적 협상이 현실이 될지, 6일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표심 달래기용 이벤트에 불과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무역분쟁 봉합의지를 내비치고 시장 친화적 발언을 한 트럼프의 행보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 연구원은 “트럼프의 발언이 중간선거용에 불과해 일시적으로 끝날 것인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며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뉘앙스 변화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중간선거가 끝나면 트럼프가 중국에 더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며 중국에 대한 요구 수위가 더 거세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원하는 것들을 중국이 수용할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미국이 중국에 원하는 것은 △지적재산권 보호 △사이버 보안 강화 △관세 및 산업 보조금 철폐 △기술이전 요구 철회 등이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은 글로벌 패권 경쟁이라는 장기적인 시각이 자리잡고 있고, 중국 정부가 정책적 기조를 디레버리징에서 레버리징(부채 확대를 통한 투자)으로 전환하는 등 미중무역분쟁에 대한 정책적 대비를 하고 있다”며 “시진핑 주석이 미국의 요구에 어떻게 응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무역분쟁과 별개로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가 계속될 것이란 점도 증시의 상승압력을 제한하는 요소다. 지난 2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는 통화긴축 우려를 키우기 충분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달 비농업 일자리가 전달보다 25만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달(11만8000개)보다 두 배 증가한 규모로 시장의 예상치(19만개 증가)를 크게 웃돌았다. 근로자들의 시간당 평균임금도 10년 만에 가장 큰 폭 증가했다.미국의 고용지표가 견고하다는 사실이 증명되면서 미 연준의 긴축 기조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 연구원은 “미국의 탄탄한 고용지표는 강달러 기조가 지속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약달러 기조를 기대하기엔 아직 변수가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