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제 튼튼..필요하다면 공격적 금리인상"
전문가들 "8월 FOMC서 50bp 인상 일어날 수도"
[edaily 하정민기자] "일시적 경기둔화 조짐에 너무 겁먹지 마"
역시 그린스펀이다. 종전과 비슷한 발언을 내놓으면서도 수위를 강화해 세계 금융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20일(현지시간) 시장 예상보다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반기 통화정책을 설명한 그린스펀은 "6월 경제지표 둔화는 일시적인 것"이라고 못박고 "미국 경제는 점진적이지 않은 금리인상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금리 시대는 막을 내려야 한다"며 큰 폭의 금리인상이 뒤따를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린스펀의 발언은 사실 지난 6월 4년만에 연방기금금리를 25bp 인상할 당시 내놨던 경기진단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고용, 산업생산, 소비자물가 등 주요 경제지표가 모두 예상치를 하회하는 부진을 나타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예상보다 강한 톤임은 분명하다. 7월 내내 월가를 휘어잡았던 "미국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있으며 금리인상 속도도 느려질 것"이란 분석과 그린스펀의 관점은 상당한 차이가 있음이 분명해졌다.
결국 그린스펀은 "미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고용이 회복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경기를 살리는 일보다 경기 확장에 따른 물가 불안을 사전 차단하는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한 셈이다.
◆미국 경제 건실..고용 부진은 일시적
그린스펀은 미국 경제가 강력한 성장 모멘텀을 유지하고 있다는 낙관론을 거듭 피력했다. 6월 지표부진은 고유가 문제가 야기한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며 7월부터 다시 지표 개선 추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가장 많은 우려를 낳았던 고용 부진은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린스펀은 "지표 부진이 누적되고 있다는 신호를 찾을 수 없다"며 "6월 고용지표가 다소 부진했지만 이것이 미국 경제의 위축을 나타내는 신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6월 고용 부진이 연속적이라면 신규실업수당 신청건수가 크게 늘었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며 "7월부터 고용지표는 다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스펀 연설 전 일각에서 제기했던 "연준이 올해 미국 성장률 예상치를 대폭 하향조정할 것"이란 전망도 빗나갔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일부 언론은 연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00%~4.50%로 낮출 것이라고 보도해왔다.
그러나 연준은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4.50%~4.75%로 제시했다. 2월 전망치 4.50%~5.00%보다 박스권 상단이 조금 낮아졌지만 기조 자체는 변함이 없다.
고용회복 예상에 근거해 실업률 전망치는 더욱 낮췄다. 연준은 현재 5.60%인 미국 실업률이 올 연말 5.25%, 내년 말 5.00%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2월 보고서에서 실업률 예상치는 5.25%~5.50%였다.
◆그린스펀 발언수위 왜 높아졌나..고유가, 자산버블 우려
그린스펀의 발언 수위가 예상보다 높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가 다시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인플레 압력이 점증할 가능성이 커진데다 세계적으로 자산버블 붕괴 가능성이 속속 나오고 있는 것을 반영한 현상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6월 소비자물가가 예상 외로 낮았지만 최근 국제 유가가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어 인플레 압력이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20일 뉴욕시장에서 국제 유가는 7주만에 장중 42달러를 돌파하는 오름세를 나타냈다.
유가를 배제해도 인플레이션 경고 신호를 찾아볼 수 있다. CNN머니에 따르면 미국의 핵심 도매물가는 지난 6개월간 전년비 2.5% 상승했다. 최근 3개월 동안에는 2.9%로 더 많이 뛰었다. 지난해 전체로 핵심 도매물가 상승률은 1.8%에 불과하다. 최근 몇몇 경제지표가 안 좋다고 해서 인플레 압력마저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점이 뚜렷하다.
자산 버블붕괴 우려가 커지는 것도 그린스펀에게 상당한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 전일 모건스탠리 스티븐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거품이 증시 버블보다 더 심각하며 현재 미국 경제는 1990년대 말보다 더 큰 위기에 처해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 미국 경제는 소득이 아닌 자산을 근거로 부를 창출하는 `자산경제(asset economy)` 형태로 변화했다"며 부동산 경기 둔화 시 미국 경제가 입을 타격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골드만삭스 역시 미국 부동산시장이 10% 고평가 상태라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비슷한 입장이다. IMF는 미국 경제가 생산 증가율보다 빠른 속도를 보이는 국내 수요를 바탕으로 성장해 왔으나 자산 버블이 발생할 경우 이 기조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1996년부터 2005년까지 10년간 미국의 실질 국내 수요가 3.8% 늘어나 실질 생산 증가율 3.5%를 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버블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미국 경제성장의 활기를 감안하면 통화정책이란 대포에 `실탄`을 장전할 때"라고 지적한다. 나스닥 시장 붕괴에서 알 수 있듯 연준이 적절한 시점에서의 금리인상을 외면할 경우 그 댓가는 훨씬 혹독하게 돌아온다는 논리다.
◆전문가들 "8월 50bp 금리인상 가능"
월가 전문가들은 모든 상황을 고려할 때 연준이 8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50bp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불과 2주 전 6월 고용지표 부진으로 "8월은 건너뛸 것"이란 분석이 나왔던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푸트남펀드의 최고 투자책임자(CIO) 케빈 크로닌은 "그린스펀은 금융시장에 8월 50bp 인상을 준비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미국 단기물 국채수익률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UBS증권의 마크 마호니 스트래티지스트역시 "과거 경험을 되돌아볼 때 현재 미국 경제가 확장국면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다시 50bp 인상 전망으로 되돌아 왔다"고 평가했다. RBS그리니치캐피탈의 스티븐 스탠리 이코노미스트도 "그린스펀의 발언이 예상보다 공격적(hawkish)"이라며 "6월 지표부진이 대혼란을 낳았지만 연준은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1990년~현재 미국 연방기금금리 추이

최근 연준 관계자들의 발언에서도 이같은 시각을 확인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FOMC 투표권을 갖고 있는 수잔 비에스 연준 이사는 16일 "올해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당초 예상보다 커지고 있다"며 "연준은 인플레 압력 증가를 주의깊게 관찰하고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로버트 맥티어 댈라스 연방은행 총재도 "지난 2~3개월간 인플레이션이 우리가 예상하고 목표했던 수준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향후 2~3개월 동안에도 높은 물가 상승이 나타난다면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우려가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경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보다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