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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막연한 소프트웨어 혁신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는 또 하나의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다. 생성형 AI에 질문하고 답변을 받으려면 대규모 언어모델이 수많은 연산을 반복해야 한다. 한 번의 대화로도 데이터센터 내 그래픽처리장치(GPU)와 AI 반도체가 많은 전기를 사용하며 이를 수행하는 과정이 뒤따른다. 이젠 일상이 된 생성형 AI와의 대화 저변에는 발전소와 송전망, 변전소가 필요하다는 부담이 뒤따르고 있다.
정부가 현재 수립 중인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상의 잠정 전력수요 전망치가 이를 보여준다. 2040년 최대전력수요는 131.8~138.2기가와트(GW)로 2025년 100.9GW 대비 31~37% 늘어날 전망이다. 경제성장률(GDP) 전망치가 낮아지면서 통상적인 전력수요 증가 속도는 줄어들지만, AI 활용 확대와 에너지 사용의 전기화 때문에 경제성장률을 웃도는 전력 추가수요가 발생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AI 보급 속도에 따라 전력수요는 더 가파르게 늘어날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AI 데이터센터 전력소비가 2030년까지 두 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 세계 전력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에서 3.0%까지 두 배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과 중국은 두 배 이상, 유럽, 일본도 70~80%대 증가를 예상한다. 한국 역시 ‘AI 3대 강국’을 목표로 내건 만큼 AI발 전력수요 급증을 대비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AI가 필요로 하는 전력 인프라 확충 속도가 AI 산업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만 해도 이곳 초기 전력 수요를 뒷받침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와 송전망 건설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안 그래도 주민 수용성 문제로 전력 사업자의 사업 추진이 더딘 상황인데, 정부도 LNG 발전소에 대한 탄소 규제를 강화할 조짐을 보이며 발전 사업자들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동해안 지역의 발전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동서울변전소 내 HVDC 변환설비 증설 등 사업도 수년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력망 확충을 도맡은 한국전력(015760)공사의 재무위기 상황도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전은 앞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부채가 206조원까지 늘었고, 이에 따라 매년 10조원 안팎의 전력망 투자와 함께 4조원 이상의 이자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그러나 해결의 열쇠를 쥔 정부는 전기요금 현실화 같은 불편한 이슈에는 눈 감은 채 공기업의 자구노력만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가 AI 강국을 목표로 내걸었다면 AI에 대한 비전에 더해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전력공급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 장밋빛 미래를 선언하는 것만으로 이를 현실화할 순 없다. 원전이나 해상풍력 등 신규 발전소 건설이나 송·변전설비 건설, 이를 뒷받침할 전력시장 개편에는 막대한 비용과 지역주민 반발 등 어려움이 뒤따르겠지만, 이를 이겨내지 않는 한 AI 시대의 승자도 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