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표면적으로 2005년 도입한 현금영수증제도가 20여년 동안 우리 사회에 안착했다는 이유를 든다. 하지만 이보다 말하기 껄끄러운 이유도 있다. 고의든 실수든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은 영세사업자 등을 일부러 노리는 ‘파파라치’가 성행하고 있단 점이다.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업종 사업자는 10만원 이상 현금거래에 대해 소비자의 요청이 있든 없든 현금영수증을 발행해줘야 한다. 현금영수증 발급을 안해주거나 거부한 이들을 신고할 경우, 정부는 거래금액의 20%를 포상금으로 지급한다. 신고 포상금은 작년까지 1건당 최대 50만원, 1인당 1년에 최대 200만원을 줬다.
현금영수증제도가 우리 사회에 제대로 안착했다면 미발급·발급거부 신고는 줄어드는 게 순리일 듯도 싶지만 실제로는 계속 늘어났다. 30일 국회 예산정책처, 국세청 등에 따르면 현금영수증 미발급·발급거부 신고 건수는 △2019년 2만 8126건 △2021년 3만 8039건 △2023년 4만 871건으로 4만건을 돌파했다. 신고내용을 따져 포상금을 지급한 건수도 △2019년 7663건 △2021년 1만 3025건 △2023년 2만 1017건으로 덩달아 큰폭으로 증가했다. 국세청이 지급한 포상금은 2019년 13억 7800만원에서 2021년 28억 4200만원, 2023년엔 48억 7100만원으로 50억원을 육박했다.
2024년엔 6월 말까지 2만 4541건의 신고가 접수됐고 이 가운데 1만 2743건에 포상금 32억 2000만원이 지급됐다. 포상금 지급규모가 2024년엔 50억원을 훌쩍 넘었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그런데 포상금 지급건수와 수령인원 수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포상금 수령자는 2019년 5676명, 2021년 8302명, 2023년엔 1만 869명으로 집계됐다. 동일인이 수차례 신고를 했기 때문으로, 2023년 기준으로 보면 수령인원과 지급건수가 두배가량 차이가 난다.
특히 연 한도인 200만원의 포상금을 모두 챙긴 이도 계속 늘었다. 2019년엔 85명에 불과했지만 2021년엔 406명, 2023년에는 804명으로 불어났다. 2024년엔 반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611명이 200만원 한도를 챙겼다.
국세청은 현금영수증 신고 포상금 예산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2019년엔 18억 9400만원의 본예산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2022년에는 예산이 16억 6400만원에 불과해, 다른 사업에서 25억 6300만원을 이·전용해 메웠다. 본래 예산보다 더 많은 돈을 끌어다 포상금 지급에 썼단 의미다. 2023년엔 31억 5600만원으로 예산이 두배가량 늘었음에도 부족해, 22억 1600만원을 이·전용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는 포상금 지급한도가 1건당 25만원, 1인당 연 100만원으로 줄어든다. 그럼에도 가족과 지인을 동원한 ‘포상금 사냥’이 계속될 가능성은 있다.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업종은 매년 추가되고 있어 사업자들의 주의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올해는 스키장·수영장·볼링장과 그외 기타 스포츠시설 운영업, 스터디카페 등 총 13개 업종이 새롭게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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