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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맥·테라스·루프탑 모두 ‘불법’...‘夜놀이터’ 된 편의점의 ‘민낯’

박성의 기자I 2017.07.10 09:04:43

'편맥' 인기에 노상 테이블, 루프탑 갖춘 편의점↑
편의점 음주와 신고 외 시설물 설치 모두 불법
점주와 유통업체 '안하무인' 대응에 골목상권만 '억울'
단속 나선 공무원, '법이 非현실적' 토로

[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편의점이 주변 골목상권을 해치는 ‘얌체 영업’을 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간편 조리식과 수입 맥주 등으로 무장한 편의점이 구청 허가를 받지 않고 노상 테이블과 ‘루프탑’ 등 불법 시설물을 마련, 전방위 호객행위에 나선 탓이다. 이에 주변 골목상인들이 편의점 ‘꼼수 장사’ 탓에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지만, 단속에 나서야 할 공무원들은 점주들의 ‘안하무인 태도’과 ‘솜방망이 규제’ 사이에서 애를 먹고 있다.

◇ 테이블에 루프탑까지…진화하는 편의점

서울 시내 한 편의점 앞. 매장 밖 보도에 파라솔과 플라스틱 의자 등이 깔려있다.
6일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 한 편의점. 오후 10시를 넘긴 시간, 매장 앞에 놓인 테이블 4개는 넥타이를 푼 손님들이 점령했다. 편의점에서 산 냉동식품과 과자 몇 개, 수입 캔맥주 수개가 테이블 위에 그득하다. 무더운 여름철 매일 같이 벌어지는 이 같은 풍경이 낯설지 않다. 테이블이 만석을 이루는 날엔 편의점 매출도 덩달아 뛴다.

서울 종로 인근 CU 편의점주 전민기(43·가명) 씨는 “여름철 심야매출의 30~40%가 테이블 자리에서 나온다고 보면 된다”며 “테이블에 앉은 손님 대부분이 맥주부터 안주, 과자, 담배까지 ‘패키지 구매’를 하기 때문에 점주입장에서는 (테이블이) 효자인 셈”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편의점 대부분이 플라스틱 의자와 테이블을 매장 앞에 임시로 ‘깔아놓고’ 장사를 한다. 여름철 반짝 장사를 위해 업자로부터 노상 테이블과 의자를 임대해 오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 몇몇 편의점은 루프탑 형태의 영업장까지 마련했다. 서울 중구 한 편의점은 옥상에 나무 테이블 수개와 흡연실을 마련해 놓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 편의점 음주·테이블·루프탑 모두 ‘불법’

서울 시내 한 편의점 건물 옥상. 나무로 된 의자와 흡연실 등을 설치해 ‘루프탑’ 형태의 영업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편의점의 ‘요식업체 화(化)’는 나쁘지 않다. 얇은 지갑사정에 저렴한 안주와 주류를 맘 편히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 광화문 인근 편의점에서 만난 직장인 최필립(34·가명) 씨는 “일반 음식점 테라스를 이용하려면 긴 줄을 감내하거나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며 “편의점은 맘 편히 떠들기도 좋고 값도 싸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편의점 시설물 대부분이 불법이라는 점이다. 도로교통법 제65조에 따르면 지자체에 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도로와 인도를 점용해 파라솔·테이블을 설치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게 돼 있다. 루프탑도 마찬가지다. 지붕과 건축물을 증축하면 불법이다. 일상화된 ‘편맥’(편의점에서 맥주를 먹는 것) 역시 불법이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휴게음식점으로 등록된 편의점에서는 음주가 허용되지 않는다.

점주들과 직영 편의점을 운영하는 대기업은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방관하고 있다. 편의점 체인을 운영 중인 유통기업 한 관계자는 “루프탑은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영업장으로 보는 데는 무리가 있다”며 “상품을 구매하지 않은 고객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 휴식시설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 편의점 꼼수 영업에 골목상권 ‘전전긍긍’...단속은 ‘유명무실’

편의점의 여름철 ‘꼼수 영업’ 피해는 고스란히 인근 골목상권에 돌아가고 있다. ‘넥타이 부대’와 대학생들이 편의점 노상 테이블로 향하면서, 인근 호프집과 요식업체의 매출이 ‘야금야금’ 떨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편의점에서 곱창이나 족발 등 과거에는 볼 수 없던 고급안주까지 파는 마당에, 편의점이 ‘영업장’까지 확장한 것은 명백한 상권 침해라는 주장이 나온다.

단속에 나서야 할 해당 구청은 점주들의 인식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규제가 강화되지 않는 이상, 모든 편의점을 일일이 단속하기는 무리라는 것이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신고를 받더라도 현장을 직접 보고 단속에 나서야 하는데, 한정된 인력으로 모든 편의점을 방문하기란 무리”라며 “불법 영업을 적발하더라도 시정명령을 하는데 그친다. 실제 벌금을 집행하려다가 점주와 법적 분쟁까지 이어지는 일도 부지기수”라고 했다. 이어 “제재를 강화할 수 없다면 노상 취식에 대한 시민의 수요가 있는 만큼, 편의점을 요식업과 같은 범주에 넣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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