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약 700년 전인 1385년에 쓴 정몽주 편지 발견 소식에 관련학계가 들썩이고 있다.
정몽주가 1385년 지인에게 쓴 것으로 보이는 편지가 일제강점기 아사미 린타로에 의해 반출됐다가 최근 국내에 들어왔다.
편지는 9행 127자로 나라가 망해가도 손쓸 수 없는 충신의 절절한 마음을 종이에 행초서로 써내려갔다. 수신자는 알 수 없으나 ‘족하(足下)’라는 경칭으로 볼 때 지인에게 보낸 서신으로 추정된다.
정몽주 편지 내용에는 “울타리 아래는 꽃이 피고 술독에 술이 익어가니 당신은 흥취가 적지 않으시리라 생각한다. 이 늙은이는 나랏일에 매여 있어 당신과 더불어 이 즐거움을 함께할 수 없으니 하늘은 무슨 뜻인지 멀리서 바라보며 부러워할 뿐이다”, “회옹(주자)의 책은 이미 다 보셨을 터이니 돌려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홍무 18년(1385) 7월 16일 몽주”라는 등의 글귀가 담겨있다.
정몽주 편지는 일제강점기 서울에서 판사로 일한 아사미 린타로(1869~1943)에 의해 반출된 것으로 국내 한 고미술 관계자가 입수해 한국으로 들여왔다.
전문가들은 정몽주 편지에 대해 “저명한 고문서 수집가였던 아사미 린타로의 소장품이라는 게 역설적으로 이 유물의 가치를 말해준다”면서도 “정몽주 친필 실물이 워낙 희귀해 글씨만으로 진위 여부를 결론 내기는 어렵다”고 신중론을 폈다.
그러나 종이 재질을 분석한 결과 진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서지 보존처리 전문가는 “종이를 빛에 투과해 발의 간격이 조선시대 이후의 종이보다 넓고 섬유질이 고르지 않게 뭉쳐 있는 등 14~15세기 종이의 특징이 확인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