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했다. 지난 7월과 8월 두 차례 연속 금리를 올려 2.50%에서 3.00%까지 끌어올린 뒤 한 차례 쉬어가는 선택이다. 연속 인상의 영향이 물가와 경기, 가계부채에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펴보겠다는 의미로 평가된다. 현시점에서 필요한 속도 조절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동결을 긴축의 끝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섣부르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로 한국은행 목표치 2%를 여전히 웃돈다. 반도체 호황과 소비 회복이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고, 중동 불안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압력도 변수다.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 역시 금융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시장이 11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이유다. 결국 이번 동결은 긴축의 종료라기보다 선제 인상의 효과를 확인하는 중간 점검에 가깝다.
문제는 한은만 긴축의 짐을 져서는 안 된다는 데 있다. 정부는 내년 총지출을 올해 본예산보다 12.8% 늘린 820조 9000억원으로 편성했다. 경기와 취약계층을 지원할 필요는 있겠지만, 한쪽에서 재정이 수요를 자극하고 다른 쪽에서는 통화정책이 이를 억누르는 식의 엇박자다. 하지만 재정 확대가 불가피하다면 생산성 향상과 공급능력 확충에 집중해야지 물가를 자극하는 현금성·소비성 지출을 늘려서는 곤란하다. 고금리 부담은 이미 가계와 기업에 누적되고 있다. 그렇다고 물가가 충분히 안정되기 전에 금리를 성급히 낮추면 더 큰 비용을 치를 수 있다. 정부는 저금리 복귀를 전제로 정책을 짤 게 아니라 높은 금리가 예상보다 오래갈 가능성까지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가계부채 관리, 부동산 안정, 재정 건전성, 에너지 가격 대책을 함께 챙겨야 한다.
금통위의 이번 동결은 긴축 시기가 끝났다는 신호가 아니다. 오히려 앞으로 더 길어질 수도 있는 고금리 국면에 대비할 시간을 번 결정에 가깝다. 한은이 속도를 조절하며 시간을 번 만큼 정부는 그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물가 안정은 중앙은행의 목표이지만 한은만의 책임은 아니다. 재정과 통화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리면 물가도 성장도 지키기 어렵다. 정부는 긴축의 현실을 직시하고 재정 운용과 구조개혁으로 제 역할을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