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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99명 체포”…판치는 가짜뉴스에 깊어지는 갈등[12·3이 바꾼 사회]

박동현 기자I 2025.01.29 10:00:00

■12.3 계엄, 우리 사회에 남긴 것⑤
‘선거연수원 중국인 99명 체포’ 등 가짜뉴스 횡행
선관위·주한미군 등 '즉각 반박'…해당 매체 고발까지
전문가 "독자가 주도적으로 다양한 매체 봐야"

[이데일리 박동현 기자]“선거연수원 체포 중국인 99명 주일미군기지 압송됐다”

계엄사태 이후 극우단체를 중심으로 부정선거와 관련된 가짜뉴스가 빠르게 퍼져 나가는 양상이다. 문제는 유튜버와 SNS를 넘어 일부 언론 매체까지 가짜뉴스 생산에 가담하며 사회의 양극화를 부추기는 점이다. 전문가는 검증 없이 퍼지는 가짜뉴스가 여론을 왜곡하며 갈등을 일으키는 만큼 독자들이 스스로 다양한 매체에서 정보를 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후 서부지법 내부가 파손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6일 한 인터넷 매체가 ‘선거연수원 체포 중국인 99명 주일미군기지 압송됐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해당 기사에서는 12·3 계엄 당시 계엄군이 미군과 공동 작전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에서 99명의 중국인 간첩을 체포했다는 내용이 이어졌다. 또한 체포된 중국인 간첩 일당이 일본 오키나와에 위치한 주일미군 기지에 억류됐고 이후 심문 과정에서 선거개입 혐의를 모두 자백했다는 등 근거가 불분명한 내용까지 포함됐다.

이 보도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사실 무근’이라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선관위는 기사 보도 당일인 16일 “계엄 당시 선거연수원에서는 선관위 공무원 총 119명을 대상으로 5급 승진자 과정과 6급 보직자 과정 등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었다”면서 “해당 기사 내용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선관위의 선긋기에도 ‘부정선거 음모론’을 맹신하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확신은 더욱 커져 갔다. 해당 기사의 보도 이후 윤 대통령 지지자 커뮤니티에서는 ‘결국 우리 말이 맞았다’, ‘우리가 더 힘을 모아 대통령을 지켜 부정선거를 밝혀내야 한다’ 등의 글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결집을 다졌다. 윤 대통령 측 또한 지난 16일에 열린 탄핵심판 2차 변론에서 해당 기사를 인용하며 “미국 오키나와 미군 부대 시설 내에 가서 조사를 받았고 부정선거에 대해서 다 자백을 했다는 뉴스가 나왔다”고 말하며 해당 기사를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미군까지 해명하는 상황까지 전개됐다. 지난 20일 주한미군 측은 “주한미군에 대한 묘사가 언급된 한국 언론 기사의 주장은 전적으로 거짓”이라며 “국민의 신뢰를 해칠 수 있는 잘못된 정보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책임 있는 보도와 사실 확인을 촉구한다”고 입장을 냈다.

20일 선관위는 음모론이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해당 언론사와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고발했다. 고발된 혐의로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명예훼손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정보통신망법상 등이 해당됐다. 선관위는 고발에 나서는 동시에 언론중재위원회에 잘못된 기사를 바로 잡는 제도인 정정보도를 함께 청구했다.

그럼에도 극우 성향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자신들이 듣고 싶은 보도를 하는 매체에만 눈과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다. 부정선거 관련 가짜뉴스는 유튜브를 통해 더 양산되고 있고, 진보성향 단체가 경찰을 때려 경찰관이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내용의 근거 없는 가짜뉴스가 퍼지기도 했다. 극성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윤 대통령의 체포 당시 입장문 이후 “뉴스 대신 유튜브만 보라”는 말이 더 확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가짜뉴스가 지난 19일 일어난 서부지법 소요 사태와 같은 폭력적 집단 행동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는 사회적 양극화를 부추기는 편향적 뉴스에 대해선 독자들의 경각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짜뉴스 우려로 공권력이 언론을 검열하거나 탄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독자들이 기사 속 출처를 꼼꼼히 살피는 등 가짜뉴스에 대한 문해력을 키우면서 편향된 정보에만 치중되지 않도록 다양한 매체에서 정보를 얻도록 노력하는 게 최우선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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