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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라면은 인스턴트 라면부터 생면으로 만든 일본 라멘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편이다. 그 중에서도 ‘최애(最愛·가장 좋아하는) 라면’은 오뚜기 ‘참깨라면’이다.
어린 시절 집에선 주로 농심 ‘안성탕면’과 삼양 ‘대관령 김치라면’을 자주 끓여 먹었다. 그 당시엔 그 두 라면이 아는 맛의 전부였다. 아주 가끔 수영장에 놀러가 친구들과 농심 ‘육개장 사발면’을 먹으면서 얇은 면발을 한가닥 씩 호로록 먹으면 별미였다. 그러다 처음 새로운 시도를 해본 라면이 바로 참깨 라면이었다.
라면에서 스프라곤 건더기 스프와 가루 스프가 전부라고 생각했었는데, 반드시 면이 익은 뒤 넣으라는 조미유와 블럭 형태의 건더기 스프는 새로운 세상이었다. 참깨와 조미유에서 오는 고소함과 컵라면에서도 계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어린 입맛에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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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어김없이 라면을 사려던 어느 날이었다. 뭘 먹을까 고르던 중 눈에 확 띈 라면이 있다. 샛노란색의 포장 때문에 치즈가 들어간 라면이라고 생각했으나 집어보니 삼양의 ‘참참참 계란탕면’이었다.
포장에 적힌 ‘참깨~ 참기름이 들어가 참 고소하찌요’라는 문구가 ‘참깨라면의 미투제품인가?’라는 인상을 줬다. 과연 데뷔 24년차 참깨라면의 아성을 위협할 만한 물건인가 맛보기로 했다.
그대로 계산대로 가려는 순간, 또 다른 라면이 눈에 띄었다. 오뚜기 ‘광천김 김라면’이다. 이런 라면도 있었나 검색해 봤는데 먹어봤다는 블로거도, 출시했다는 보도자료도 찾아볼 수 없었다. 콜럼버스가 된 기분을 감추지 못한 채 함께 계산대로 가져갔다.
계란탕면부터 맛보기로 한다. 일단 맛을 차치하고 포장에 그려진 캐릭터가 취향저격이다. 닭과 계란을 합쳐놓은 듯한 이 캐릭터의 이름은 ‘찌요’다. 불닭볶음면의 캐릭터 ‘호치’에 이어 귀엽기가 카카오프렌즈 저리가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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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스프를 열어보니 의외였다. 당연히 참깨라면과 같은 매콤한 스프를 생각했는데, 백색에 가까운 가루 스프가 나왔다. 군데군데 참깨가 눈에 띈다. 생각해보니 계란탕은 원래 하얀 국물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는 것인데, 참깨라면에 사로잡혀 있었다.
조리 방법이 독특하다. 끓는 물을 붓고 전자레인지에 2분간 돌린 후, 다 익은 라면에 가루스프와 조미유를 넣고 섞어 먹으라고 쓰여있다. 라면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조리방법대로 끓여 먹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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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시식 순간. 드디어 이 ‘괴식기’를 시작한 보람을 느꼈다. 그동안 시도한 것들이 생각보다 맛있어서 연재가 힘들어지고 있던 찰나였다.
국물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점도는 좋았지만, 밍밍하다. 밍밍해도 너무 밍밍하다. 이 라면만 단독으로 먹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불닭 먹을 때 계란찜이나 계란탕을 같이 먹는 것처럼 불닭볶음면과 함께 먹으라는 의도로 출시한 건가? 그저 고소함만이 존재의 의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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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이 상당히 칼칼하다. 농심 ‘신라면’ 이상, 팔도 ‘틈새라면’과 같거나 조금 낮은 수준이다. 스프에 김가루가 들어갔다는데, 국물에서 김 맛을 느끼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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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도 일반 라면을 끓여 먹을 때 김을 넣어먹곤 했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조합이라고 할 순 없으나, 기분 좋은 매콤함을 가진 라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