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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기자의 괴식기]'계란+라면' 조합은 언제나 진리?

이성웅 기자I 2018.11.17 08:00:00

삼양 ''참참참 계란탕면'', 화려한 디자인 눈길vs맛은 ''심심''
끓인 뒤 가루스프 넣으니 온전히 녹지 않아
오뚜기 ''광천김 김라면'', 칼칼한 국물 김이 중화

발음에 주의하지 않으면 자칫 욕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괴식기(怪食記·괴상한 음식을 먹어본 기록)’입니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또 새로운 먹을거리가 나오죠. 배달음식부터 가정간편식(HMR)까지 새로운 맛은 넘쳐나는데 시간과 돈은 한정돼 있습니다. 대한민국 평균에 조금 못 미치는 입맛을 지닌 기자가 맛은 궁금한데, 직접 시도하기엔 꺼려지는 ‘괴랄(怪辣·괴이하고 악랄)한’ 음식 맛보기에 도전합니다.


오늘의 주인공 삼양 ‘참참참 계란탕면’(왼쪽)과 오뚜기 ‘광천김 김라면’. 사진에 등장하는 인덕션이 익숙해진 독자가 있길 바란다. (사진=이성웅 기자)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찬바람 솔솔 불어오니 바야흐로 국물 라면의 계절이 돌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전통적으로 식품업계에서 라면 성수기는 가을과 겨울이라고들 한다.

기본적으로 라면은 인스턴트 라면부터 생면으로 만든 일본 라멘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편이다. 그 중에서도 ‘최애(最愛·가장 좋아하는) 라면’은 오뚜기 ‘참깨라면’이다.

어린 시절 집에선 주로 농심 ‘안성탕면’과 삼양 ‘대관령 김치라면’을 자주 끓여 먹었다. 그 당시엔 그 두 라면이 아는 맛의 전부였다. 아주 가끔 수영장에 놀러가 친구들과 농심 ‘육개장 사발면’을 먹으면서 얇은 면발을 한가닥 씩 호로록 먹으면 별미였다. 그러다 처음 새로운 시도를 해본 라면이 바로 참깨 라면이었다.

라면에서 스프라곤 건더기 스프와 가루 스프가 전부라고 생각했었는데, 반드시 면이 익은 뒤 넣으라는 조미유와 블럭 형태의 건더기 스프는 새로운 세상이었다. 참깨와 조미유에서 오는 고소함과 컵라면에서도 계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어린 입맛에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필자의 최애(最愛) 라면 오뚜기 ‘참깨라면’ (사진=오뚜기)
현재도 새로운 라면을 맛보려다 마땅치 않으면 참깨라면을 선택한다. 최근엔 참깨라면 봉지면도 출시했지만, 1994년에 나온 컵라면의 ‘짬밥’은 무시할 수 없다. ‘짬’은 위대하다.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어김없이 라면을 사려던 어느 날이었다. 뭘 먹을까 고르던 중 눈에 확 띈 라면이 있다. 샛노란색의 포장 때문에 치즈가 들어간 라면이라고 생각했으나 집어보니 삼양의 ‘참참참 계란탕면’이었다.

포장에 적힌 ‘참깨~ 참기름이 들어가 참 고소하찌요’라는 문구가 ‘참깨라면의 미투제품인가?’라는 인상을 줬다. 과연 데뷔 24년차 참깨라면의 아성을 위협할 만한 물건인가 맛보기로 했다.

그대로 계산대로 가려는 순간, 또 다른 라면이 눈에 띄었다. 오뚜기 ‘광천김 김라면’이다. 이런 라면도 있었나 검색해 봤는데 먹어봤다는 블로거도, 출시했다는 보도자료도 찾아볼 수 없었다. 콜럼버스가 된 기분을 감추지 못한 채 함께 계산대로 가져갔다.

계란탕면부터 맛보기로 한다. 일단 맛을 차치하고 포장에 그려진 캐릭터가 취향저격이다. 닭과 계란을 합쳐놓은 듯한 이 캐릭터의 이름은 ‘찌요’다. 불닭볶음면의 캐릭터 ‘호치’에 이어 귀엽기가 카카오프렌즈 저리가라다.

별첨물은 가루스프와 조미유. 스프 봉지에도 귀여운 ‘찌요’가 그려져있다. (사진=이성웅 기자)
구성은 면과 가루스프, 참기름 향이 나는 조미유다. 참깨라면은 별도의 계란 블럭을 넣지만, 계란탕면엔 용기 내에 건조된 계란 건더기가 들어가 있다.

가루스프를 열어보니 의외였다. 당연히 참깨라면과 같은 매콤한 스프를 생각했는데, 백색에 가까운 가루 스프가 나왔다. 군데군데 참깨가 눈에 띈다. 생각해보니 계란탕은 원래 하얀 국물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는 것인데, 참깨라면에 사로잡혀 있었다.

조리 방법이 독특하다. 끓는 물을 붓고 전자레인지에 2분간 돌린 후, 다 익은 라면에 가루스프와 조미유를 넣고 섞어 먹으라고 쓰여있다. 라면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조리방법대로 끓여 먹는 것이다.

물을 넣고 전자렌지에 돌린 뒤 스프와 조미유를 넣은 후의 모습. (사진=이성웅 기자)
물을 붓고 전자레인지에 돌려 꺼내니, 면의 기름기만 뜬 멀건 국물이다. 여기에 스프와 조미유를 넣었다. 스프를 좀 섞다 보니 국물에서 약간의 점성이 느껴지면서, 중국식 계란탕스럽게 변한다. 스프에 전분이 들어간 듯하다.

대망의 시식 순간. 드디어 이 ‘괴식기’를 시작한 보람을 느꼈다. 그동안 시도한 것들이 생각보다 맛있어서 연재가 힘들어지고 있던 찰나였다.

국물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점도는 좋았지만, 밍밍하다. 밍밍해도 너무 밍밍하다. 이 라면만 단독으로 먹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불닭 먹을 때 계란찜이나 계란탕을 같이 먹는 것처럼 불닭볶음면과 함께 먹으라는 의도로 출시한 건가? 그저 고소함만이 존재의 의미로 보인다.

무슨 건더기인가 했더니, 스프가 덜 풀렸다. (사진=이성웅 기자)
게다가 조리방법에도 오류가 있다. 가뜩이나 밍밍한 라면인데, 가루스프를 나중에 넣으니 온전히 풀리지 않고, 여기저기 떡진 스프가 남아 국물에 맛이 다 반영되지 않는다.

실망감을 뒤로 하고, 김라면을 맛보기 위해 준비했다. 구성은 매콤해보이는 분말스프와, 김라면이니 말 그대로 김이 들어있다. 조미되지 않은 생김 6장이다.

계란탕면과 대조적인 붉은 스프와 말 그대로 김 6장. (사진=이성웅 기자)
분말스프를 넣고 물을 부은 뒤 면이 익으면 김을 넣어 함께 먹는 방식이다. 마치 일본식 라멘에 토핑으로 김을 올려주는 것과 같다.

국물이 상당히 칼칼하다. 농심 ‘신라면’ 이상, 팔도 ‘틈새라면’과 같거나 조금 낮은 수준이다. 스프에 김가루가 들어갔다는데, 국물에서 김 맛을 느끼기는 힘들다.

일본식 라면처럼 데코레이션해봤다. (사진=이성웅 기자)
면에 김을 싸서 먹어보기로 한다. 일단 김이 맛있다. 김의 향이 온전히 살아있다. 조금만 김이 더 컸다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은 있다. 올려놓았던 김들이 국물을 빨아들이고, 조금씩 라면과 섞이자, 라면 전체적으로도 김 향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기존에도 일반 라면을 끓여 먹을 때 김을 넣어먹곤 했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조합이라고 할 순 없으나, 기분 좋은 매콤함을 가진 라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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