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연도 연차보고서 제출 지연으로 공식적인 미준수 통지를 받은 가운데 경영권 분쟁과 대규모 채무불이행 위험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모기업인 코스피 상장사 인스코비(006490)의 경영 정상화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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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리스크가 부른 ‘상폐 옐로카드’...“.LF의 낙인”
24일 업계 및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NYSE 아메리칸은 지난 17일(현지 시간) 아피메즈 US가 2025 회계연도 연차보고서(Form 10-K)를 법정 기한 내에 제출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 상장 유지 요건 미준수(Non-compliance) 통지를 공식적으로 전달했다.
이번 통지의 후속 조치로 아피메즈 US의 종목 티커(APUS) 뒤에는 지연 제출 기업임을 뜻하는 LF(Late Filer) 꼬리표가 붙게 됐다. 이는 미국 자본시장에서 해당 기업의 회계 투명성에 심각한 결함이 발생했음을 알리는 일종의 공식적 낙인으로 여겨진다. 거래소는 아피메즈 US에 오는 10월 15일까지 약 6개월의 유예 기간을 부여하며 회생 기회를 줬다. 하지만 시장의 신뢰는 이미 바닥을 치고 있다.
아피메즈 US 측은 “이달 30일까지 보고서 제출을 완료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동시에 제출 기한을 확신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미 지난 4월 2일부터 경영 지배구조 문제로 주식 거래가 정지된 상태에서 터진 이번 회계 리스크는 사실상 상장 폐지 절차를 가속하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아피메즈 US와 미국 디지털 자산 기업 마인드웨이브(MindWave) 간의 석연치 않은 합병 과정에서 시작됐다. 당초 인스코비는 마인드웨이브와의 합병을 통해 막대한 가상자산을 확보하고 재무 구조를 개선하려 했다. 하지만 마인드웨이브가 보유했다고 주장한 비트코인 1000개(약 900억원 상당)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갈등이 폭발했다.
인스코비는 지난달 20일 서면 결의(Written Consent)를 통해 비트코인 실체 확인에 소극적이었던 기존 이사진을 전격 해임하며 경영권 장악에 나섰다. 그러나 해임된 경영진이 “인스코비가 합병 당시 약속한 의결권 위임 약정을 위반했다”며 뉴욕주 남부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사태는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현지 법정 공방이 길어지면서 외부 감사인은 재무제표의 확정성과 소송에 따른 우발 채무 산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것이 결국 10-K 보고서 제출 지연이라는 악수로 이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자금줄마저 막혔다. 아피메즈 US의 주요 투자자인 알토펀드는 이번 이사회 구조의 임의 변경을 중대한 계약 위반으로 규정했다. 알토 측은 대여금 약 2208만달러(약 327억원)에 대해 즉각적인 원리금 상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유동성이 고갈된 아피메즈 US는 물론 모기업인 인스코비 역시 이 거액을 즉시 상환할 여력이 부족하다. 인스코비의 연결 기준 자본금은 지난해 말 기준 629억원을 나타냈다. 하지만 자기자본은 349억원에 불과해 자본잠식률이 46%에 달한다.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자본잠식률이 50%를 웃돌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런 상황이 2년 연속 지속될 경우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사실상 퇴출의 턱밑까지 차오를 정도로 상황이 긴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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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개편 승부수...골관절염 치료제 3상 분수령
절체절명의 순간 인스코비는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코스닥 상장사 KS인더스트리(101000)가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하며 인스코비의 새로운 최대주주로 올라선 것이다. KS인더스트리는 인스코비의 알뜰폰(MVNO) 사업부문이 가진 안정적인 현금 창출 능력에 주목해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스코비는 지난 6일 법무 및 리스크 관리 전문가인 박호진 KS인더스트리 법무팀장을 경영지배인으로 선임하며 방어 기지를 구축했다. 박 경영지배인은 자금 관리 전권과 대내외 계약 체결권을 부여받아 미국 현지 소송과 NYSE 상장 유지 리스크를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최근 구원투수로 등판한 KS인더스트리의 행보는 재무 구조 개선의 변수로 꼽힌다. KS인더스트리가 납입한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대금은 자본잉여금으로 편입돼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효과를 낸다. 바이오업계에서는 이번 증자 대금이 재무제표에 반영될 경우 46%에 육박했던 자본잠식률이 일정 부분 희석돼 관리종목 지정 위험권에서 당분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안심하기 이르다고 지적한다. 아피메즈 US가 알토펀드로부터 요구받은 325억원 규모의 조기 상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디폴트(채무불이행)가 현실화될 경우 모기업인 인스코비가 짊어져야 할 우발 채무나 지분법 손실 규모가 증자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막대하기 때문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아피메즈 상장 당시 조달했던 1350만달러(약 200억원)는 이미 임상 3상 비용과 운영비로 상당 부분 소진된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박 경영지배인이 이끄는 새로운 경영진이 알토펀드와의 협상을 어떻게 이끌어내고 빠른 정상화로 시장에 신뢰를 줄 수 있느냐가 인스코비의 사활을 결정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경영 외적 난항 속에서도 아피메즈 US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골관절염(OA) 치료제 ‘LT-100(아피톡스)’은 운명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 내달 4일로 예정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의 타입(Type) C 미팅은 임상 3상의 방향성과 상업적 가치를 재확인할 수 있는 중대한 분수령으로 여겨진다.
LT-100은 정제된 벌독 기반 바이오의약품으로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았다. 아피메즈 US는 기존 임상 및 비임상 데이터를 미국 규제 기준에 맞춰 재정비하고 제조공정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스코비 관계자는 “현재 모든 역량을 미국 법적 대응과 회계 감사 정상화에 쏟고 있다”며 “최대주주 변경을 기점으로 재무 구조 개선과 지배구조 안정화를 빠르게 이뤄내 주주 가치 훼손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