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짜라짜라짜 짜~파게티~일요일은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
주말에 앞치마를 두르고 짜파게티를 끓이는 아빠, 가족에게 짜파게티를 끓여주는 아들 등 따뜻하고 유쾌한 분위기의 광고 카피. 짜파게티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문구다. 해당 카피가 큰 효과를 거두며 짜파게티는 주말에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한 끼 식사로 자리잡았다.
1984년 출시한 짜파게티는 농심이 ‘한국인이 좋아하는 짜장면을 집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로 탄생한 결과물이다. 농심의 짜장라면 도전은 1970년 출시한 농심 ‘짜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이는 국내 최초로 개발한 짜장라면이었다. 연구원들이 직접 발로 뛰어 전국의 짜장면 맛집을 돌아다니고, 레시피를 전수받아 만들었다. 농심 ‘짜장면’은 출시 직후 불티나게 팔렸지만 미투제품이 쏟아지면서 판매가 위축됐다.
1980년대 들어 농심은 새로운 공법으로 품질을 업그레이드해 아무나 모방할 수 없는 짜장라면을 내놓기로 했다. 당시 신제품 개발 주요 포인트 세가지는 △면에 잘 비벼지는 스프를 개발할 것 △한층 진한 맛을 구현할 것 △독창적인 제품명이었다.
‘면에 잘 비벼지는 스프’는 의외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어느 날 연구원이 커피를 마시다가 ‘커피 알갱이처럼 모두 같은 맛이 나는 스프를 만들 수 없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후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국내 최초로 스프 제조에 ‘그래뉼 공법’을 도입, 모래처럼 고운 가루타입의 과립 스프를 짜파게티에 도입했다. 스프 알갱이 맛이 모두 같아 면과 스프가 잘 섞이면서도 균일한 맛을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맛도 끌어올렸다. 춘장과 양파를 볶아 만든 스프, 푸짐한 건더기, 조미유로 중국집 주방에서 화덕으로 볶은 간짜장 풍미를 그대로 살렸다.
신제품 이름은 ‘짜파게티’로 정했다. ‘짜장면’과 ‘스파게티’의 합성어로, 당시 출시된 짜장라면의 이름이 대부분 ‘00짜장’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이름이었다. 감각적인 제품명으로 짜장면의 최대 소비층인 어린이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거뒀다. 짜파게티는 출시 당시 기존 150원대 제품보다 50원 높은 200원대 가격에도 불구하고 출시 초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경쟁사의 미투제품들이 쏟아졌지만,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출시 40년이 지난 현재까지 독보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짜파구리, 짜계치 등 유명 레시피를 중심으로 짜파게티와 어울리는 토핑을 찾아 파김치, 치즈, 계란, 삼겹살을 얹어먹고, 촉촉하게 혹은 꾸덕하게 먹고, 볶아먹거나 비벼먹고, 마라짜파게티나 짜파떡볶이 등 자신의 취향이 담긴 독특한 레시피들을 자발적으로 공유하기 때문이다.
짜파게티의 가장 대표적인 모디슈머 레시피인 ‘짜파구리’는 지난 2009년, 농심이 운영했던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 소비자가 자신만의 이색 레시피로 소개하며 처음 등장했다. 이후 2013년 공중파 예능프로그램인 ‘아빠어디가’에서 소개되며 화제를 모으며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이어 2020년 2월,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며 영화에 등장했던 짜파구리가 국내를 넘어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는 계기가 됐다. 수상 직후 짜파구리 조리법에 대한 외국 소비자들의 문의가 쇄도해 농심이 직접 11개국 언어로 번역해 소개하기도 했고, 일부 레스토랑은 영화 속 ‘채끝짜파구리’를 정식 메뉴로 운영하기도 했다.
농심은 지난해 4월 짜파게티 40주년을 맞아 신제품 ‘짜파게티 더 블랙’을 출시했다. 기존 짜파게티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면과 스프 모두 새로운 변화를 주며 더 깊고 진한 맛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같은해 12월에는 최근 유행하는 메뉴인 ‘마라’에 짜파게티를 접목한 ‘마라 짜파게티’를 출시하기도 했다.
농심 관계자는 “출시 후 41년 간 판매된 94억개의 짜파게티는 곧 소비자들이 즐긴 94억개의 요리라고 볼 수 있다”며 “국민 모두의 추억과 함께해 온 짜파게티가 미래의 즐거움으로 계속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