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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위원장은 지난 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오지선다형 객관식 문제로는 창의성이나 사고력을 키울 수 없다”며 “수능에 서·논술형 문항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실제로 국교위는 2033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을 통해 수능·내신의 절대평가 전환과 서·논술형 평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차 위원장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대입 제도를 바꿔야 학교 교육을 바꿀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오히려 순서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국가 교육과정이 먼저 바뀌고 이를 수업에 적용한 이후 성취 수준을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한 순서라는 얘기다. 그는 “무엇을 가르칠지는 교육과정이 정하고 평가로 그 배움을 확인하며 대입은 그 평가 결과를 활용해야 한다”며 “대입을 지렛대로 수업을 바꾸려는 것은 입시가 교육을 지배해 온 구조를 되풀이하는 일”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수능·내신 서·논술형 평가 도입 시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7년의 준비 기간을 가졌던 고교학점제도 시행 후 다 과목 지도와 행정업무가 늘고, 학교와 지역에 따른 과목 선택의 격차가 커졌다”며 “정책을 설계한 사람들의 이상과 현장의 괴리 사이에서 혼란을 감당한 것은 결국 학생과 교사들”이라고 했다.
지금도 학교에서는 수행평가를 중심으로 서·논술형 평가가 시행되고 있지만 교사들은 늘어난 민원에 애를 먹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학급 간 채점 편차를 둘러싼 이의신청과 민원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학교에선 서·논술형 평가 결과를 놓고 학원의 해설을 근거로 채점을 다시 해달라거나 점수 변경을 요구하는 민원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결국 학교는 학생의 다양한 사고를 평가하기보다는 분쟁을 피하기 위한 답을 학생에게 요구하게 된다”며 “형식은 서·논술형이지만 내용은 정해진 답을 길게 쓰는 문항으로 퇴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교사의 교권과 평가권이 바로 서야 서·논술형 평가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교사 1인당 담당 학생 수를 줄이고, 충분한 출제·채점 시간과 교사 간 채점 기준 조정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며 “교사의 전문적 판단을 존중하고 보호할 제도 역시 필수”라고 했다. 교사의 평가권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논술형 평가만 도입할 경우 모든 민원을 교사 개인이 감당하게 될 것이란 우려다.
현재 교육계 일각에선 서·논술형 평가의 1차 채점을 인공지능(AI)에 맡기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김 대변인은 “AI는 채점 시간과 채점자 간 편차를 줄이는 보조 수단은 될 수 있지만 평가 기준의 정당성을 판단하거나 결과에 책임지는 주체는 될 수 없다”며 “국교위는 AI 채점 가능성을 말하기 전에 이 질문에 대한 답부터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고교 내신부터 서·논술형 평가를 도입하고 이를 안착시킨 뒤 대입 수능으로 확대하는 단계적 방안에는 동의를 표했다. 그는 “서·논술형 평가 확대에 앞서 교사의 전문적 평가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며 “학교가 감당할 조건을 만들지 않은 채 제도부터 바꾸면 이상은 현장의 혼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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