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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으면 SNS 지워줘”…사망 뒤에도 결제되는 구독료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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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연 기자I 2026.09.19 07: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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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연구원 ‘디지털 유산 관리’ 보고서
정리 필요성 78.3% 인식·실제 준비는 4.1%
국내 계정·구독 일괄조회 제도 부재
사망보험금 청구·계정폐쇄 증빙 유사
“생보사와 연계해 사망자 계정 정리 지원해야”

[이데일리 김세연 기자] “내가 죽으면 SNS 계정부터 지워줘.”

누구나 한 번쯤 농담처럼 건네는 부탁이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비밀번호와 인증수단이 없으면 가족도 고인의 계정에 접근하기 어렵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음원·클라우드 이용료는 사망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계속 빠져나갈 수 있다. 일상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디지털 유산’이 유족에게 또 하나의 숙제가 되는 가운데, 생명보험사가 디지털 유산 정리까지 지원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생보사가 사망보험금을 지급할 때 필요한 정보가 온라인 계정을 폐쇄할 때 요구되는 증빙과 겹쳐서다.

(사진=챗GPT)
(사진=챗GPT)
18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사후 디지털자산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78.3%에 달했다. 그러나 실제 준비했다는 응답은 4.1%에 그쳤다. 중요 문서를 미리 정리했다는 응답 7.0%보다도 낮았다.

디지털 유산은 사망 이후 처리해야 할 온라인상의 흔적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이메일 계정부터 온라인에 저장한 사진·파일, 유료 구독서비스까지 범위가 넓다.

정리 대상은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 만 3세 이상 인구의 인터넷 이용률은 95.0%에 달했다. 70대 이상 이용률도 2020년 40.3%에서 지난해 70.2%로 뛰었다.

문제는 사망 이후다. 유족은 먼저 고인이 이용한 서비스를 찾아야 한다. 계정을 발견해도 비밀번호나 휴대전화 인증수단이 없으면 접근하기 어렵다. 사망 사실과 상속인 관계를 입증하는 절차도 서비스마다 달라 같은 서류를 반복해서 제출해야 한다.

구독서비스는 금전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업체가 이용자의 사망 사실을 자동으로 알 수 없어 유족이 직접 해지할 때까지 요금이 계속 청구될 수 있어서다. 일본에서는 고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몰라 구독서비스를 곧바로 해지하지 못한 상담 사례도 나왔다.

한국에는 디지털 계정과 구독계약을 한꺼번에 조회·정리하는 제도가 없다. 사망자의 금융·부동산 등 재산을 일괄 조회하는 정부의 ‘안심상속 원스톱서비스’와 대조적이다. 명확한 법적 기준도 없어 고인의 계정과 데이터는 개별 사업자의 약관에 따라 처리된다.

구글·애플·메타와 삼성전자는 이용자가 생전에 데이터 처리 방법이나 이를 맡길 사람을 지정하도록 지원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상속인의 요청을 받아 계정을 폐쇄하거나 공개 게시물을 백업해준다. 다만 계정 접속권은 제공하지 않는다.

보험연구원은 생명보험사가 이런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봤다. 생보사는 사망보험금을 지급할 때 사망진단서와 기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확인한다. 온라인 계정을 폐쇄할 때 필요한 증빙과 상당 부분 겹친다. 이를 활용해 계정 폐쇄와 구독 해지를 안내하거나 전문업체에 연결하면 유족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보험과 디지털 유산 관리가 결합하고 있다. 메트라이프와 시큐리언파이낸셜은 전문업체와 제휴해 단체생명보험 수익자의 계정 폐쇄와 구독 해지 등을 지원한다. 트랜스아메리카는 일부 생명보험 가입자와 수익자에게 생전 준비와 사후 유족지원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 푸르덴셜도 유언장 작성과 디지털 금고 서비스 업체와 손잡았다.

국내 도입을 위해서는 개인정보 활용 범위와 보험사의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관련 서비스를 수행할 전문업체도 필요하다.

정수정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관련 법적 기준과 전문 서비스 기반이 마련되면 디지털 사후관리는 생명보험의 보장 경험을 보험금 지급 이후의 유족지원으로 확장하는 부가서비스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 남겨야 할 것은 재산 목록만이 아니다. 휴대전화 안에 쌓인 계정과 사진, 매달 결제되는 구독서비스도 누군가가 정리해야 할 유산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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