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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강도 전과자가 육아도우미를…`500만원이면 됩니다`

노컷뉴스 기자I 2012.06.24 20:53:35
[노컷뉴스 제공]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맞벌이 주부 A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갓난 아기 때부터 5년 가까이 자녀를 돌봐주던 입주육아도우미 이 모(63·여)씨가 갑자기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중국동포였던 이 씨는 2003년 10월 위자료를 받기 위해 전 남편을 감금하고 폭행한 혐의(특수강도)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중국으로 강제 퇴거됐다.

하지만 이 씨는 중국에서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이름과 생년월일을 바꾸는 이른바 ‘신분세탁’을 한 뒤 2007년 재입국해 한국 국적까지 취득했고, 신분을 숨긴 채 육아도우미로 일하다 최근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검찰은 이 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했다.

'전과자' 이 씨가 신분을 세탁해 자신의 집에서 일해 왔다는 사실을 검찰로부터 전해들은 A씨는 충격에 빠졌다.

A씨는 "구직사이트를 통해 이 씨를 고용했는데 범죄전력이 있다는 것은 전혀 몰랐다"며 "인건비 때문에 다시 중국동포 육아도우미를 구했는데 우리가 그 사람의 범죄전력을 확인할 방법은 없느냐"며 불안해했다.

◈ 신분세탁 중국 국적자 130명 적발, 11명 구속

강력범죄를 저질러 추방된 뒤 신분을 세탁해 재입국한 중국인은 이 씨뿐만이 아니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이흥락 부장검사)는 최근 법무부 출입국 이민특수조사대와의 공조를 통해, 2007년 1월~9월 입국한 뒤 귀화나 외국인등록을 마친 중국동포 9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기존 강제퇴거자들과의 사진 대조작업을 진행했다. 이 결과 114명의 신분세탁범이 적발됐다.

검찰은 아울러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살인·강도, 여권 위조 등 중범죄로 처벌받고 추방된 중국 국적자 약 800명의 재입국 여부도 조사해 16명을 추가로 적발했다.

이 과정에는 얼굴의 윤곽과 이목구비 비율 등을 분석해 동일인 여부를 판독하는 안면인식시스템이 활용됐다. 이 시스템은 올해 1월부터 전국 공항·항만에서 운영 중이다.

검찰은 적발된 중국동포 130명 가운데 30명을 입건하고, 이 중 11명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성폭력과 마약, 특수강도 등 사법처리된 신분세탁범들은 다양한 전과를 지니고 있었다.

2003년 7월, 카페 여종업원을 흉기로 찌른 뒤 성폭행해 강제 추방된 김 모(44)씨는 생년월일을 한달 늦추고 이름을 바꿔 3년 만에 재입국했다.

1999년부터 불법체류하면서 마약 밀매를 저지르다 검거돼 실형 복역을 마친 뒤 2003년 9월 추방당했던 이 모(47)씨는 이름과 생년월일을 바꾼 뒤 2009년 다시 국내로 들어왔다.

외국인등록증 위조 등 범죄로 2000년과 2004년 두차례 추방당했던 신 모(61)씨는 재입국 때마다 신분을 바꿔가며 김씨 또는 양씨로 행세한 것으로 드러났다. 절도 등으로 추방당했던 유 모(61)씨는 무려 15살이나 늙도록 신분을 조작했다 들통났다.

원 모(55·여)씨는 위장결혼 사실이 드러나 추방당한 2년여 뒤인 2008년 2월 신분세탁으로 재입국한 데 이어, 함께 추방됐던 남편의 신분도 세탁해 불러들여 국내에서 지내다 적발됐다.

◈ 500만원이면 새 신분증, 중국의 허술한 행정체계

범죄전력으로 강제 추방된 외국인은 국내에 재입국이 불가능하다는 점에 따라 이들은 중국 브로커에게 수백만원을 주며 신분세탁을 벌였다.

이들은 브로커에게 한국 돈 400만~500만원을 주고 '호구부'를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의 주민등록부에 해당하는 중국의 호구부는 전산화가 미비한 데다, 브로커와 현지 공무원들의 유착 탓에 손쉽게 조작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호구부를 위조해 정식 여권을 발급받은 뒤 재입국한 중국인 일부는 한국 국적이나 영주권까지도 취득했다.

검찰 관계자는 "오원춘 사건 등 외국인 범죄 증가로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외국인 혐오 분위기가 확산됨에 따라 이번 수사에 착수했다"며 "향후 중국 뿐 아니라 다른 나라 국적자들에 대해서도 신분세탁 단속을 지속적으로 벌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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