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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정부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수요 억제를 통한 가격 안정’이라는 사고방식이다. 그 중심에 조세가 있다. 세금이 본래 기능을 넘어 집값을 잡고 다주택자의 행동과 주택 소유구조까지 바꾸는 수단으로 동원된다. 지난 20여 년의 경험은 이 방식의 한계를 이미 보여줬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한 데 이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도 시행했다. 보유와 양도에 무겁게 과세하면 투기 수요가 줄고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보유 부담과 양도세를 함께 높이자 집을 시장에 내놓기보다 버티는 것이 유리해졌다. 팔도록 압박하려고 세금을 올렸는데 오히려 팔지 않는 ‘매물 잠김(Lock-in)’이 발생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 기간 서울 아파트 가격은 56.5%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 실험의 강도를 훨씬 높였다. 다주택자 종부세 최고세율을 6%까지 높이고 공시가격 현실화를 추진했다.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 양도세에는 기본세율에 2주택 20%포인트, 3주택 이상 30%포인트를 가산했고 취득세율도 최고 12%까지 올렸다. 보유해도 사도 팔아도 무거운 세금을 부담하게 한 것이다. 시장은 또 다른 출구를 찾았다. 양도세가 높아지자 증여를 택했고 보유세가 무거워지자 지방이나 외곽 주택을 처분하고 서울 핵심지역의 ‘똘똘한 한 채’로 몰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0년 서울 아파트 증여는 2만 3675건으로 역대 최대였다. 다주택을 억제하려던 정책이 핵심지역 고가주택으로 자산을 집중시키는 유인을 만든 것이다.
세금 부담은 집주인에게서 끝나지도 않았다. 보유비용 증가를 임대료에 일부 전가시키는 ‘조세 전가(Tax Shifting)’가 일어났다. 임대차 규제까지 겹치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빨라졌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정책의 비용을 무주택 청년과 서민이 부담하는 역설이 나타났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도 두 정부가 실패한 실험을 다시 시도하고 있다. 지난 5월 9일, 2022년부터 이어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끝냈다. 이에 따라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파는 다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포인트(2주택), 30%포인트(3주택 이상)가 다시 가산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받을 수 없게 됐다. 8월 3일 발표된 2026년 세제개편안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종부세를 주택 가액과 거주 여부 중심으로 바꾸면서 1세대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거주 주택은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이는 반면 비거주 주택은 9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내놓았다. 다주택자는 현행 9억원 공제를 기본 4억원에 거주 주택가액 비중에 따른 추가공제를 더하는 방식으로 바꾼다. 특히 주목할 것은 ‘똘똘한 한 채’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똘똘한 한 채’가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고 효율적으로 투기할 기회를 만든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1주택이라도 ‘거주용’과 ‘투자·투기용’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세금으로 정부가 원하는 대로 국민의 선택을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정책 의도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잘못된 것으로 보는 발상이다. 높은 양도세 때문에 집을 팔지 않고 버티거나 다주택 중과를 피해 ‘똘똘한 한 채’를 지키고 비거주 주택을 계속 보유하는 것은 그 자체로 죄악이 아니다. 국민은 자신의 사정과 정부가 만든 제도 안에서 선택할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 세금을 올려 ‘똘똘한 한 채’ 선호를 키웠고 이재명 정부는 그 부작용을 지적하면서 그 ‘똘똘한 한 채’까지 세금으로 누르려 한다. 세금이 만든 왜곡을 또 다른 세금으로 고치려는 셈이다.
세금으로 사람의 행동을 교정하려다 엉뚱한 결과를 낳은 사례는 역사에도 많이 등장한다. 1696년 영국은 창문 수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창문세(Window Tax)’를 도입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세금내는 대신 창문을 벽돌로 막았다. 반대로 로마의 아우구스투스는 자의적인 징세 관행을 정비하고 센서스를 토대로 과세기준과 징세체계를 명확히 했다. 이렇게 세제를 단순화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인 것은 로마의 안정과 번영을 뒷받침했다. 두 사례가 주는 교훈은 같다. 좋은 세금은 사람의 행동을 억지로 바꾸려 하지 않고 단순하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
세금은 복잡하고 자주 바꿀수록 경제주체의 선택을 왜곡하고 불확실성을 키운다. 그런데 부동산 정책은 정반대였다. 집계 기준에 차이는 있지만 노무현 정부에서는 많게는 20여 차례, 문재인 정부에서는 28차례로 집계될 정도로 부동산 대책이 반복됐다. 이재명 정부도 6·27 대출규제, 9·7 공급대책,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올해 1·29 도심 공급대책에 이어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와 세제개편안까지 잇따라 내놓았다. 대책마다 대출·세금·규제 기준이 달라지니 시장은 ‘다음 대책’을 예측하며 움직인다. 잦은 대책이 불확실성을 키우고 복잡한 세제가 시장을 다시 왜곡하는 악순환이다.
이제 조세 만능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장 안정의 정공법은 수요가 있는 곳에 양질의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주택은 인허가에서 완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시간 비탄력적(Time-Inelastic)’ 재화다. 수요 억제에 매달리다 집값이 오른 뒤 공공부지를 급히 찾아내는 ‘벼락치기 공급’으로는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용산공원 같은 미래 세대의 핵심 도심 녹지까지 단기 집값 대책의 대상으로 삼아서도 안 된다.
그래서 시장 원리를 복원하는 세 가지 정상화가 필요하다. 첫째, 징벌적 부동산 세제를 정상화하고 단순화해야 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해 거래의 퇴로를 열고 종부세와 재산세의 관계도 정비해야 한다. 둘째, 도심 민간 정비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안전진단 등 규제를 합리화하고 역세권 용적률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 셋째, 민간 임대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 다주택자를 일정한 요건을 갖춘 장기 임대 공급자로 인정하고 정권에 흔들리지 않는 장기 주거 인프라 로드맵을 확립해야 한다.
정부가 바꿔야 할 것은 국민의 선택이 아니라 그 선택을 왜곡하는 정책이다. 세금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세 번째 실험보다 지난 두 번의 실패를 기억하는 것이 먼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