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본부장의 오전 일과는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국가별로 뜨고 있는 스타트업 아이템을 정리해 올리는 일로 시작한다. 이 정보가 신사업구상에 도움이 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모니터 하려는 한 본부장의 추종자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 값비싼 정보를 무료로 받아볼 수 있으니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한 본부장이 수장인 하나은행 신사업본부는 올해 성과가 좋다. 영국의 금융전문월간지 ‘더 뱅커(The Banker)’가 주최한 ‘제4회 글로벌 프라이빗 뱅킹 어워즈 2012’에서 하나은행의 스마트 비즈니스가 부문별 3관왕을 수상했다. 계좌가 없는 타 은행 고객일지라도 영업점 방문 없이 간단한 절차만 거치면 개설할 수 있는 가상계좌로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하나N월렛’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사업 모델이 기존의 금융업의 틀을 허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래시장을 끊임없이 분석·예측해온 한 본부장은 “내년은 앞서느냐 뒤쳐지느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1년이 될 것”이라며 신사업 구상을 위한 3가지 제언을 했다.
먼저 신사업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맨땅에 헤딩하지 마라’이다. 한 본부장은 “내가 가진 사업내용을 재구성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사업을 음악에 비유할 때 새로운 음악이란 리듬의 재구성이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새로운 생각과 이론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재구성된 생각과 이론이 있는 것이다. 한 본부장은 “기존 사업 자원이 50개라면, 이를 재조립하는 과정에서 또다른 5개의 신사업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며 “이런 방식은 기업들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으로 기존의 시장 논리를 거꾸로 뒤집어 보라는 것이다. 한 본부장은 “히딩크가 월드컵 대표선수 감독으로 부임한 뒤 한국선수들은 기술은 뛰어난데 체력이 약하다는 말을 했다”며 이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내로라하는 한국 축구전문가들은 ‘한국 대표선수들이 체력은 강한데 기술이 떨어진다’며 히딩크와 상반되는 평가를 해 왔다. 시장을 오랫동안 지배해온 이론과 질서가 있다면 히딩크처럼 정반대의 관점에서도 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는 게 한 본부장의 생각이다.
가까운 예로 2000년 초반 금융기업들이 앞다퉈 도입한 인터넷뱅킹시스템을 들었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뱅킹을 통한 고객거래가 은행 운영비를 절감해준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인터넷금융거래량은 10년 전 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영업점을 찾아오는 고객이 크게 줄면서 은행은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팔 기회가 덩달아 줄었다. TV 광고나 전단 등을 총동원한 마케팅 비용이 오히려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옴니 채널’ 전략도 강조한다. 여기서 옴니란 ‘모든 것’이라는 뜻으로, 인터넷과 오프라인 매장, 모바일 등 다양한 채널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고객에게 접근하는 마케팅 전략을 뜻한다. 한 본부장은 “채널 간 연계성을 통해 서비스 비용을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더 좋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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