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성리학자들이 집을 지었다. 건축가이면서 시인인 저자가 그들의 옛집 이야기를 한다. 이언적, 윤선도, 이황, 김장생 등이 직접 지은 집 9곳을 골라 답사했다. 철학자들이 집짓기에 나섰다는 걸 알린 일부터 생경하지만 그 자체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들의 마음까지 읽어낸 거다.
송시열은 죽은 왕의 집터를 잘못 잡는 바람에 정계에서 쫓겨난다. 괴산 화양리 금사담의 바위에 `암서재(巖棲齋)`를 짓고 은거한다. 하지만 그곳은 다시 벼슬길에 오르기를 기다리는 암중모색의 집이었다. 이황은 가장 많은 건축물을 남겼다. 안동에만 다섯 채를 지었다. 집이 많았던 것은 그의 학문적 추이가 복잡했기 때문이다. 도선서원에서야 그는 가장 완숙한 정신세계를 드러낸다.
건축은 집에 한정되지 않는다. 집을 지은 사람, 그의 삶, 때론 그가 좋아하는 시 한편에 미칠 수 있다. 다 듣지 않고선 그 집을 온전히 안다고 할 수 없다. 책이 그렇게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