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비상 의원총회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이같이 말했다. 이날 의원총회는 지난달 29일 감액안만 담은 예산안이 야당 주도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비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열렸으나 긴장감을 찾아보긴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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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하게 끝난 의총 현장에선 어김없이 남 탓을 하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회의 현장에서 친한(친한동훈)계 원외 당직자의 직함이 언급되며 윤-한 갈등을 두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책임론이 일기도 했다. 이에 친한계에서는 예산안 처리 문제는 원내의 사안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야당의 예산안은 폭주가 맞다. 검찰·경찰·감사원의 특정업무경비와 특수활동비 전액 삭감으로 국민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고 복지 예산 축소로 취약 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은 자명하다. 연구개발(R&D)예산 축소로 미래 산업 경쟁력이 약화할 수도 있다.
국회의장이 제시한 예산 협상 시한은 10일로,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의장이 이날 감액 예산안을 상정하고 야당이 의결하면 더 이상 되돌릴 수도 없다. 하지만 여당은 통과될 때를 대비한 대응방안은 찾지 못한 듯 하다. 한 초선 의원은 “(예산안이 통과될 수 있다는 건)굉장히 엄청난 일인데, 원내에도 별로 대책이 없는 것 같다”며 “10일 이후 예산안이 통과할 경우를 대비한 대응 방안에 대한 내용은 별로 없었고 우리 당은 (예산안이)그냥 통과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여당 내부에서는 지역구 의원이 많은 야당이 결국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해볼 테면 해봐라”는 식이다. 야당이 지역구 의석수가 더 많은 상황에서 관련한 민원도 더 많이 받게 되고 아쉬워하는 의원도 야당이 더 많을 것이란 분석이다. 여당은 지역구가 없나라는 질문도 하게 된다.
여야의 내년도 예산안을 둔 대립은 극한의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야당은 “정부가 증액안을 가져오면 될 일”이라고 콧방귀를 뀌고 있고, 여당은 “야당의 예산안 철회 없이는 그 어떠한 추가 협상도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예산안 상정까지 남은 시간은 6일이다. 여당은 민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구호는 어디로 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