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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23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최근 러시아의 동향은 조금씩 레드라인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저희가 이번에 경고를 한 것”이라고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재검토를 발표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는 한·러 관계에 대해 “우리 혼자 관리하는 것이 아니고 러시아도 상응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한·러 관계를 (우크라이나) 전쟁 후 복원 시키고 발전시키고 싶으면 러시아 측이 (러북 군사협력을) 심사숙고해라”고 요구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 21일 북·러가 군사동맹에 준하는 내용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 조약)을 체결한 것을 규탄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를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러·북 협력에 강경한 메시지를 발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베트남 순방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무기 지원 재검토 조치를 언급하며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공급하는 것은 아주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맞대응했다.
장 실장은 북·러 협약에 대해 “침략을 먼저 일으킨 두 나라가 일어나지도 않은 걸 대비해서 군사협력 약속을 한다는 게 말이 안된다”며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안보리 제재의 대표국가와 협력하는 게 상임이사국 자격이 있다고 보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북·러 군사협력이 심화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다양한 무기를 공급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언급했다. 장 실장은 “우리가 밝힌 경고에 대해 러시아가 앞으로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의 무기 지원이 달라질 것”이라며 “살상이든 비살상무기든 기술적 진보 면에서 여러 단계 조합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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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북·러 간 무기거래는 차단하되, 우리 정부가 러시아에 강경한 기조로 압박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러시아 대사를 지낸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주최한 ‘표류하는 한·러 관계’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 참석해 “북·러 밀착은 한국 외교의 실패”라며 “이것을 덮겠다고 강경하게만 대처하면 악순환에 빠져 외교적 옵션을 잃게 된다”고 대증적인 대러 외교를 자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한·러 관계를 양자 차원에서보다 미·러·중 간의 역학구도 속에서 다뤄야 한다”며 “미·러, 미·중에 대해 통합되고 조율된 한국의 대응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엄구호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러시아 측의 ‘레드라인’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 무기 제공은 하지 말아야 한다”며 “러시아를 향해서도 북한에 핵 관련 군사기술 제공을 하는 것을 한국 측의 ‘레드라인’으로 삼아 이를 어기지 않도록 천명해야 한다”고 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러·북 정상회담 결과 평가 및 對 한반도 파급 영향’ 보고서에서 “한·러간 고위급 정치·외교 외교채널을 가동하여 러시아 측의 성의 있는 해명을 요구하고 향후 러시아의 첨단 무기 기술의 북한 이전을 차단해야 할 것이며 이를 기준으로 한·러관계 현안에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 정부는 한미 동맹과 한미일 연대를 통해 북·러 밀착을 견제한다는 계획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미·일 외교장관과 통화에서 “북의 위험에 대응해 굳건한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해 나가면서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을 주도해 나가기 위해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음달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에서도 북·러 문제를 논의할 방침이다. 장 실장은 “북·러 간 군사협력 문제는 이미 한반도나 동북아시아 문제가 아니라 유럽을 포함한 국제적 문제가 됐다”며 “당연히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