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g에 100인치 삼성TV 담았죠"…'완판 행진' 더 프리스타일

신중섭 기자I 2022.02.02 14:50:02

[인터뷰]상품기획 담당자 노민구·정승연 프로
"코로나 일상·OTT 시장 확대 계기로 상품화 시작"
독자 노하우로 스탠드·자동화면맞춤 기능 구현
"단순한 시청 넘어 '공간 메이커'로 역할 할 것"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예상보다 좋은 반응에 얼떨떨하기도 합니다.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불과 650g 무게의 제품에 삼성만의 차별화된 기술을 집약했다는 겁니다.”

노민구(왼쪽)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프로와 정승연(오른쪽) 프로가 지난달 26일 경기도 수원 삼성디지털시티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한 후 자신들이 기획한 상품 ‘더 프리스타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최근 전 세계 주요 시장에서 ‘완판 행진’을 이어가는 화제의 제품이 있다. 불과 650g 무게에 손바닥만 한 크기지만 세계 최고의 TV 기술은 물론, 시중 고성능 휴대용 블루투스 스피커에 필적하는 음향과 무드등까지 갖출 건 다 갖춘 ‘더 프리스타일’이다.

더 프리스타일을 기획한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소속 노민구 프로와 정승연 프로를 지난달 26일 경기도 수원시 삼성디지털시티에서 이데일리가 처음으로 만났다.

◇“빔프로젝터라 부르지 마라”

더 프리스타일은 지난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휴대용 빔프로젝터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포터블 스크린’(Portable Screen·휴대 가능한 스크린)이라고 지칭하며 기존의 빔프로젝터와 선을 긋는다. 노 프로는 “기존 빔프로젝터는 단순히 정해진 공간에 화면을 투사할 뿐”이라며 “더 프리스타일은 이름처럼 원하는 공간에 쉽게 설치하고 원하는 형태로 스크린을 경험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했다.

제품 기획은 코로나19 이후 일상이 변화하면서 시작됐다. 가정 내에서도 침실이나 자투리 공간 등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개인 공간이 더욱 중요해졌고, 캠핑 등 야외에서 활동하는 여가 활용에 대한 욕구 역시 점점 커졌기 때문이다. 정 프로는 “이전부터 다양한 공간을 활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있었지만 팬데믹(감염병이 전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하는 현상)과 함께 수요가 폭발했다”며 “수요를 명확하게 반영하고자 무버블(Movable·이동가능한), 퍼스널(Personal·개인적인), 스마트(Smart·똑똑한) 스크린인 ‘더 프리스타일’을 기획하게 됐다”고 했다.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인기 속에 상품화에 속도가 붙었다. OTT가 확대되기 전엔 주로 짧은 시간의 콘텐츠를 소비해 모바일 기기만으로도 충분했지만, OTT 확대로 시리즈물을 오랜 시간 제대로 보는 경향이 짙어졌다. 노 프로는 “고품질의 시리즈물을 각자만의 편안한 공간에서 오랜 시간 보고 싶어할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며 “그러면서도 기존의 ‘포터블 스크린’이라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와는 차별화를 두기 위해 고민했다”고 했다.

◇“650g에 모든 기술력 담아”

언뜻 보면 그저 디자인만 예뻐진 빔프로젝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스펙(성능)에 비해 가격(국내 출고가 119만원)이 비싼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구현된 기술력과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이들의 노력을 들어보면 생각은 달라진다. 본체 650g에 180도 스탠드·렌즈캡까지 결합한 모든 무게가 830g에 불과한 제품이지만 모든 기술력이 담겼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본체에 부착돼 투사 각도를 조절하는 ‘스탠드’와 ‘화면 자동 맞춤 기능’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더 프리스타일이라는 이름처럼 소비자가 원하는 곳으로 영상을 비춰 자유롭게 시청할 수 있는 게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여기저기 최적의 투사 위치를 찾아 책을 받치고 삼각대를 따로 부착해 힘겹게 각도를 조절하는 대신 그냥 침대 머리맡이나 침대 바로 옆에 두기만 하면 최적의 화면으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제품이 탄생했다. 노 프로는 “통합된 사용 형태를 구현하기 위해 따로 부착하거나 분리해야 하는 삼각대 대신 180도 스탠드를 개발했다”며 “본체 무게를 버티면서 6도 간격으로 조정이 가능한데 단순한 것처럼 보여도 많은 고민과 기술적 노하우가 들어갔다”고 했다. 그는 “자동 화면 맞춤 기능을 위해 자동차 안부터 호텔, 한강 다리 밑 등 다양한 환경에서 수없이 테스트를 진행했다”고도 했다.

성능의 경우 TV 업계 글로벌 1위인 삼성전자의 UHD TV 고성능 프로세서가 탑재됐고 스마트 TV의 연결성과 콘텐츠를 그대로 적용했다. 화면 자동 맞춤 기능을 위해 전용 칩셋도 넣었다. 사실상 최소 30인치에서 최대 100인치까지 자유자재로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삼성 TV’인 셈이다. 빔프로젝터로는 드물게 넷플릭스 인증을 받아 미러링 필요 없이 바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늘 옆에 두고 쓸 수 있는 제품”

기존 소형 빔프로젝터처럼 영화를 볼 때만 잠시 꺼냈다가 치워버리는 제품이 아니라 ‘늘 옆에 두고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고민도 많았다. 노 프로는 “소비자들이 제품을 치워버리는 순간 눈에 안 보이고 잘 안 쓰게 된다”며 “옆에 두고 항상 만지고 싶게 하자는 목적에서 무드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내장 배터리를 과감하게 빼버리고 그 자리에 음향 부품을 채워넣어 고성능 블루투스 스피커로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올라운드 플레이어’(All-round Player)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기존 타깃층이었던 MZ(밀레니얼+Z)세대를 넘어 중장년층에서도 관심이 커지는 이유다.

궁극적으로는 ‘삶의 동반자’(Life Companion) 경험을 준다는 게 이들의 목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설치 액세서리와 소비자 개성을 반영하는 액세서리를 준비하고 있다. 또 테이블 조명처럼 전등 소켓(E62 표준)에 끼워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인증 취득을 준비 중이다. 이미 미국 시장에선 인증을 받았다. 노 프로는 “내부 인테리어 리모델링은 더욱 자주, 빨리하는 추세인데 나중엔 이런 부분도 고려해 소비자들이 공간 활용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B2B(기업간 거래)로 카페·가구점 등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단순히 시청을 위한 제품을 넘어 ‘공간 메이커’로서 새롭게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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