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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처리 불발 규탄’ 집회에서 참석한 김진우(44·사진)씨는 급한 기색이 역력했다. 19년차 자영업자인 김씨는 “오늘은 직원이 쉬는 날이라 홀로 장사 준비를 해야 한다”며 집회가 끝나자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하고 지하철역으로 종종걸음을 했다. 결국 김씨의 인터뷰는 며칠에 걸쳐 늦은 저녁 전화와 문자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 플랫폼 지출만 수백만원…배민 ‘깃발’ 비용만 88만원
대형 피자 브랜드 가맹(프랜차이즈)점주였던 김씨는 2년 전부터 ‘브로스키친’이라는 소형 가맹점주로 요식업을 하고 있는 자영업자다. 장사를 시작한 지 올해로 19년째다. 김씨가 주문의 대부분을 배달 앱을 통해서 받게 된 것은 코로나19가 발발한 작년 초부터다.
그는 “지금 플랫폼 의존도가 사실상 99%라고 보면 된다. 더 넘는 것 같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에는 그래도 60~70% 정도였는데 지금은 사실상 100%”라며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띵동까지 모두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띵동은 서울시 등 지자체와 민간이 손잡고 운영하는 공공배달앱으로 저렴한 수수료가 특징이나 주문량은 많지 않다.
플랫폼 의존도가 사실상 100%에 육박하는 만큼 김씨가 플랫폼에 쏟아붓는 금액도 상당하다. 배달의민족의 경우 ‘일반주문’과 ‘배민1’ 수수료 체계가 다른데, 일반주문에서는 다수 소비자에게 울트라콜 상단에 노출되기 위해 이른바 ‘깃발’을 많이 구매해야 한다. 깃발은 한 달에 개당 약 8만 8000원으로, 김씨는 10개 이상을 구매하고 있어 매달 최소 약 90만원을 지불한다.
이외에 ‘배민1’, ‘요기요’, ‘쿠팡이츠’는 주문금액의 10% 중반 안팎의 수수료와 3%대의 카드수수료 그리고 배달비를 별도로 받는다. 쿠팡이츠는 현재 프로모션 기간이라 1000원 정도 정액요금을 내고 있으나 계약서상 수수료는 10%대 후반이라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정확한 계산은 어려우나 플랫폼 수수료 비용으로만 수 백만원이 나간다.
김씨는 “제일 힘든 게 배달의민족의 ‘깃발’이다. 깃발을 많이 구매할수록 매장 인근 다수의 소비자에게 타 음식점보다 상위에 노출될 수 있어 출혈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며 “한때 경쟁이 치열할 때는 15개까지 구매했다. 처음에는 무료였던 깃발은 3만 3000원, 5만 5000원으로 계속 오르더니 지금은 8만 8000원이 됐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온라인 카페에는 깃발을 몇 개 구매해야 하느냐, 깃발 수를 줄였다가 매출에 바로 타격이 있어서 급히 재구매했다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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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플랫폼으로 나가는 비용 및 배달료가 너무 많아 수익률이 5%도 안되는 것 같다. 제 인건비를 제외하면 남는 게 없을 때도, 심지어 적자일 때도 있다”며 “하루 15시간씩 쉬는 날 없이 일해도 300만원이 남을지 모르겠다. 근무시간으로 보면 최저임금도 못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럴 바에는 오토바이 배달로 전직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 국회 온플법 제동에 분노…“소상공인 죽어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에도 김씨가 집회에 참석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그가 전국 가맹점주협의회 집행위원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금도 많이 늦은 온플법 처리를 국회가 다시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노와 실망감 때문이다.
플랫폼 입점업체 보호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정부 입법한 온플법은 국회 과방위(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서 같은 취지의 법안(플랫폼 이용자보호법)을 내면서 부처 중복규제 우려로 1년 가까이 공회전했다. 최근 청와대까지 나선 끝에 공정위-방통위(과기부)가 합의안을 마련했으나 국회 첫 소위원회 논의과정에서 다시 제동이 걸렸다. 대선 등의 일정을 고려하면 오는 9일 종료되는 정기국회 회기 중 처리되지 않으면 온플법은 사실상 연내 처리를 장담할 수 없다. 정무위는 아직 다음 소위 일정도 잡히지 않았다.
김씨는 “지금도 너무 지체됐는데 국회가 다시 또 시간을 끄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며 “제대로 논의 후 입법하자는 의견이 있다고 하는데 국회가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또 “올해를 넘겨 논의하면 다시 처음부터 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고 언제 처리될지 알 수도 없다”며 “먼저 입법하고 문제점은 고쳐도 되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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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가 온플법 통과로 가장 기대하는 부분은 플랫폼업체의 일방통보 관행 개선이다. 현재는 플랫폼업체가 일방적으로 수수료율이나 계약조건을 바꾼 뒤 바로 통보해도 입점업체는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아쉬울 것 없는 플랫폼업체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나가라고 한다”고 했다. 온플법의 핵심내용인 표준계약서 작성이 의무화될 경우 상당 부분 개선될 수 있다. 또 플랫폼 내 상위 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한 알고리즘 공개 등도 김씨가 원하는 변화다.
그는 추후 온플법에 적정한 플랫폼 수수료율을 논의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되길 바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SNS에 12번째 소확행 공약으로 ‘온라인플랫폼 수수료 공개 추진안’을 발표하고 “신용카드사가 법에 따라 가맹수수료를 공개하고 3년마다 적정성 여부를 점검 및 조정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한 바 있다.
김씨는 “저처럼 플랫폼에 지쳐 오토바이 배달로 전직할까 하는 생각을 하는 소상공인 많아질수록 서민 생태계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 지금 많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더 이상 온플법이 국회에서 지체되지 않고 하루 빨리 처리되길 바란다. 민주당도 180석을 확보한 이유는 무엇인지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