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t 쓰레기’만 남긴 한남동 집회…주민은 트라우마 호소

박순엽 기자I 2025.01.19 13:00:08

대통령 체포 이후 고요 되찾아…경찰 대부분 철수
집회 당시 대량 쓰레기 배출에 거리 화환 등 골치
‘尹 구속영장 발부’에 당분간 한남동 집회 없을 듯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와 탄핵을 두고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대규모 집회가 열린 대통령 관저 앞에선 집회 기간 총 100톤(t)이 넘는 쓰레기가 배출됐다. 아직 처리되지 않은 화환과 집회 물품도 여전히 집회의 후유증처럼 남아 있다. 관저 인근 주민들은 이른바 ‘집회 지옥’에서 벗어나게 돼 다행이라면서도 소음 등에 따른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 앞 한남대로의 차량 통행이 원활하게 이어지고 있다. (사진=박순엽 기자)
이데일리가 찾은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은 올해 들어 가장 고요한 모습이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5일 체포된 이후 대통령 탄핵을 찬성·반대하는 대규모 집회 참가자들은 물론, 이들을 촬영하는 취재진과 유튜버들도 사라지면서다. 집회가 열렸던 왕복 10차로의 한남대로도 모처럼 막힘 없이 차량 통행이 원활했다.

집회 간 충돌을 막고자 관저 인근 곳곳에 배치됐던 경찰 버스와 인원들도 철수했다. 도로 곳곳에 놓여 있던 경찰의 질서 유지선은 차량에 실려 옮겨졌다. 관저 정문 앞 역시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남아 소규모 농성을 이어가고 있을 뿐 한적했다. 경호처 직원들도 평소 근무 인력만 나와 관저 정문을 지키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에 대한 첫 체포영장을 발부된 지난해 12월 30일 이후 16일간 이어졌던 관저 앞 집회가 남긴 상처는 아물지 못했다. 집회에서 배출된 쓰레기만 해도 약 130t에 이를 정도로 주변 환경이 망가졌기 때문이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한남동에서 대규모 집회가 발생한 이후 지난 15일까지 현장에서 하루 평균 8t의 생활폐기물을 거둬들였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관저 앞 거리에 남은 화환과 방치된 일부 집회 물품을 더하면 쓰레기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보낸 화환은 오랜 기간 거리에 방치돼 부서지면서 도시 경관을 해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용산구청은 대통령실과 관저 앞에 놓인 화환 일부를 조만간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 앞 보행로 한편에 윤 대통령을 응원하는 화환이 세워져 있다. (사진=박순엽 기자)
장기간 이어진 대규모 집회에 불안에 시달리던 주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집회 기간 주민들은 소음, 교통 체증 등 생활에서의 불편과 함께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밤잠을 설쳐왔다. 일부 주민은 집회가 끝나고 나서도 환청이 들리는 등의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관저 인근 주민인 김모(65)씨는 “한남동에서 40여년 가까이 살았지만, 이 동네가 이렇게 시끄러운 적이 없었다”며 “집회가 끝나고 나서도 밤에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주민인 최모(45)씨는 “집회 참가자들이 골목마다 버리고 간 쓰레기 때문에 불쾌했다”고 말했다.

용산구청은 지난 9일부터 한남동 집회와 관련해 전담 대책반을 구성·운영해 구민 불편 해소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순찰을 강화해 청소와 쓰레기 수거 상태를 확인하고 청소 관련 민원과 수거되지 않은 폐기물을 직영 기동반을 활용해 처리한다. 또 보행자 통행 안전을 위해 적치된 집회 물품이 방치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한편, 법원이 19일 오전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윤 대통령이 없는 대통령 관저 앞은 한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서울구치소 구인 피의자 대기실에서 대기하던 윤 대통령은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쳐 수용된다. 윤 대통령은 체포 기간을 포함해 최대 20일간 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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