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22조원 풀면서..정부 "설 물가 잡겠다"

윤진섭 기자I 2011.01.11 10:00:00

설명절 대책 발표..농축산물 확대·자금지원 확대
13일 물가안정대책..가격 인상억제·세금지원 가닥
`통화긴축`배제한 70~80년대식 `통제대책` 효과 의문

[이데일리 윤진섭 기자] 정부가 11일 설 명절 민생안정대책을 내놨다. 또 13일에는 국민경제대책회의를 통해 서민물가 안정대책을 내놓는다.

중앙 및 지방 공공요금 억제, 그리고 세제지원, 식료품 가격이 동시 인상 방지, 농축산물 비축량 방출 등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들은 명절을 앞두고 매번 재탕 삼탕 식으로 나오고, 짜깁기 식이여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과감한 통화 긴축을 통한 물가 잡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경기 위축 우려 때문에 정책 당국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 농산물 공급 확대·매일 현장조사...구제역 음식업체 부가세 기한 연장

11일 발표된 설 민생대책은 농축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평상시보다 공급량을 1.7배 이상 늘리는 한편 취약계층에 대한 자금 지원이 핵심이다. 정부는 우선 12일부터 내달 1일까지 16개 농축 수산물의 공급 물량을 평시보다 1.7배 확대 공급하기로 했다.

무, 배추, 사과, 마늘, 배는 농협의 계약재배물량을 방출하고 명태, 고등어 들은 수협의 비축물량을 푼다. 닭고기, 달걀, 밤 등은 각 지역 조합의 보유량을 출하한다.

12일부터 22개 특별 점검 품목으로 지정, 매일 물가 조사를 실시하고 가격 급등 조짐이 보일 경우 신속히 물량을 공급한다. 가격특별점검대상은 쌀, 무, 배추, 양파, 사과,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달걀, 밤, 대추, 명태, 고등어, 조기, 갈치, 오징어 등 농축수산물과 이·미용료, 목욕료, 삼겹살 등 개인서비스다.

이밖에 설맞이 직거래 장터, 특판 행사를 전국 2502곳에 개설해, 시중가격보다 10~30% 저렴하게 판매할 계획이다.

설 전후 중소기업과 영세민 등 취약계층의 자금 수요를 적극 지원하기 위해 금융기관 등을 통해 자금 및 보증지원이 약 22조원 가량 이뤄진다. 우선 중기청 재정자금을 4000억원 지원하고, 한은, 국책은행을 통해 1~2월 중 중소기업에 설 특별자금 8조1000억원이 공급된다.

지역신보를 통해 자영업자에 대한 보증이 2월까지 7300억 원이 시행되고, 비정규직, 일용직 등 저소득 근로자 및 자영업자에 대해 햇살론 사업, 생계자금으로 2월까지 800억 원이 지원된다.

특히 구제역으로 피해를 입은 사료공급업체, 음식업체 등이 1월 부가가치세 신고시 납부기한을 최대 9개월까지 연장을 요청할 경우 이를 수용키로 했다. 이밖에 부처합동 물가안정대책 회의를 매주 개최하고, 장, 차관을 중심으로 민생현장방문을 강화하기로 했다.
 
◇ 등록금, 유치원비 등 가격 인상 억제..세금 지원으로 물가안정 유도  

13일 발표 예정인 물가 안정대책은 대학등록금, 유치원 등 중앙 및 지방 공공요금 인상 억제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행정안전부와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학교 등에 행, 재정 지원 등 인센티브를 강화할 방침이다. 또 행안부는 1월 중 이 같은 내용의 지방공공요금 안정관리 종합지침을 발표한다. 또 음료, 스낵 등 식료품 가격 인상과 관련, 식료품회사 들과 협의해 가격 인상 시기를 분산시킬 계획이다.

이와는 별도로 정부는 개인서비스요금의 자발적인 인상 억제를 위해 물가 모범업소에 대해 부가가치세 신고를 면제하거나, 상수도 요금을 감면해주는 인센티브 지원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반면 최근 가격이 급등한 업소는 지자체와 세무서 등으로부터 강력한 단속 및 징계를 받을 방침이다.

국토해양부는 전·월세 등 주거비 안정을 위해 소형·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한다. 공급관련 규제 완화와 주택기금 지원 확대를 추진하고 임대주택에 대한 세제지원 요건을 개선해 민간 임대사업 활성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 70~80년대 가격 통제식 물가안정 우려..통화긴축 시사점 커

정부의 이 같은 물가 대책이 원가 압박 요인을 제거하지 못한 채 공권력과 세금 지원을 동원한 인위적인 방법이란 점에서 효과가 단기적이고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간 연구소 한 관계자는 “행정력을 동원한 전방위 물가 안정대책, 세금을 통한 지자체 지원 등은 흡사 70~80년대 물가 대책을 연상케 한다”며 “하지만 이 당시 정부가 나서서 공급자들에게 압박을 가하는 방식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물가 안정은 과감한 통화긴축을 편 전두환 정부가 안정시켰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 1970~79년 사이 연평균 8.2%의 고성장을 했던 당시 우리나라는 연평균 15%나 되는 소비자 물가 급등이 경제에 있어 가장 큰 부담이었다.

제2차 석유파동(오일쇼크)가 진행되던 80년 소비자 물가는 28.7%나 뛰었고, 81년에는 21.4%나 솟구쳤다. 정부가 쉼 없이 단속을 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이른바 거시안정화 정책을 시행했던 83년에는 물가 상승률이 3.4%로 떨어졌고, 이후 2%대의 안정세를 정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물론 전두환 정부도 행정력을 동원하기는 했지만, 물가 고삐를 잡은 가장 큰 힘은 과감한 통화긴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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