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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어의 세계적 확산, 이제는 우물을 파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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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6.10.09 08: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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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학당 학습자 역대 최다…교원은 태부족
파견 교원 217명 중 현지어 가능 14명뿐
거점 대학서 현지인 한국어 교원 길러야
'물동이' 대신 '우물'…현지 교원 양성

[김지형 경희사이버대 한국어문화학부 교수] 요즘 세계 곳곳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기가 뜨겁다. K-팝과 드라마, 영화와 음식으로 시작된 관심은 이제 한국어와 한국문화 자체를 배우고 이해하려는 움직임으로 넓어지고 있다.

[기고] 한국어의 세계적 확산, 이제는 우물을 파야 할 때
배우려는 사람은 넘치는데…가르칠 사람이 없다

지난해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운 학습자는 온·오프라인을 합쳐 23만9020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고 한다. 한국어반을 개설한 해외 초·중등학교는 4년 사이 1806곳에서 2777곳으로 늘었고, 한국어능력시험 지원자는 5년 만에 21만명대에서 56만명대로 불어났다.

한국어를 한두 마디 익혀 한국문화 콘텐츠를 즐기던 학습자가 자신의 삶의 방향을 틀어 한국 유학을 꿈꾸고 한국어로 취업을 준비하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고 있다. 한국어 선생님이 돼 자신의 나라에서 한국을 가르치고 싶다고 말하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분명 반갑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관심이 커질수록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도 많아지고 있다. 그중에 특히 시급히 풀어야 할 문제는, 그 많은 학습자를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언어교육은 교재와 영상 콘텐츠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교육의 질은 교원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말처럼, 뜨겁게 달아오른 한국어 학습의 열기를 지속적으로 끓게 할 ‘유능한’ 교원을 확보하는 일, 이것이 시급하다.

학습자의 언어와 문화, 교육 환경을 잘 아는 교원이 있어야 교실이 살아난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만큼 녹록지 않다. 지난해 세종학당에 수강 신청을 하고도 자리가 없어 기다려야 했던 사람이 1만명을 넘고, 교원이 두 명 이하인 학당도 44곳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다.

강좌를 열고 싶어도 가르칠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한국어를 처음 접하는 지역일수록 한 명의 좋은 교원이 교육의 시작은 물론 지속 여부를 좌우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결코 가볍지 않은 숫자다.

파견만으론 한계…답은 현지인 교원

우리 정부도 세종학당을 비롯한 여러 사업을 통해 한국어 교원을 해외에 파견하고, 교육기관과 교재 개발을 지원해 왔다. 꼭 필요한 일이고, 앞으로도 꾸준히 확대해야 하는 중요한 사업이다.

그러나 마치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처럼, 한국에서 교원을 보내는 방식만으로는 급증하는 세계의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세종학당 파견 교원은 285명에 그쳤다. 사업 기간이 끝나면 교육의 연속성이 흔들리기 쉽고, 언어의 벽도 있다. 올해 6월 기준 세종학당 파견 교원 217명 가운데 현지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14명이었다고 한다.

본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해법은 현지인을 한국어 교원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현지 교원은 학습자의 모어와 학습의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그 나라의 교육 제도와 문화에 맞게 수업을 설계하는 데 한국에서 파견된 교원보다 훨씬 유리할 것이다.

사실 1000여명이 넘는 세종학당 교원 가운데 한국에서 파견한 교원은 넷 중 하나에 불과하다. 해외 한국어 교실은 이미 현지에서 채용된 교원이 주력인 셈이다. 그러므로 한국인 파견 교원과 현지 교원이 협력할 때 한국어교육은 일회성 문화 행사를 넘어 지역사회 안에 자리 잡는 진정한 교육이 된다.

그런데 지금의 정책 방향과 지원 방식은 현지 교원 양성에 충분히 집중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 파견과 단기 연수, 운영 지원도 중요하지만, 예비 교원의 체계적인 교육과 자격 취득, 수업 실습, 경력 개발까지 이어지는 장기 투자에는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거점 대학서 길러내야…이제 우물을 팔 때

대안은 현지의 대학에서 한국어 교원을 체계적으로 길러내는 것이다. 세계를 주요 거점 권역별로 나누고, 권역별로 한국어교육 수요가 큰 국가에 거점 대학을 정해, 한국어 교원 양성 과정을 정규 교육과정으로 개설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기적인 양성 교육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대학에서 교원을 길러내는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

교육과정 설계와 교수진, 온라인 강의는 오랜 양성 경험을 가진 한국의 대학이 현지 대학과 함께 맡고, 한국어 수업과 교실 운영 능력을 키울 수업 실습은 현지 학교와 세종학당, 한국교육원, 한글학교 등에서 하면 된다. 우수한 학생에게는 장학금과 한국 연수 기회를 주고, 과정을 마치면 자격을 인정해 현지 교단으로 이어 주며, 그 뒤에도 수업 자료와 재교육을 지원해야 한다.

이런 모델은 이미 실시되고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한국어 교원 양성 거점 대학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올해 3월 캄보디아 왕립 프놈펜대학교는 대한민국 교육부와 협력해 6개월 과정으로 ‘1호 현지인 한국어 교사’ 11명을 배출했다.

이런 과정을 단기 사업에 그치게 하지 말고 상설 과정으로 키워 여러 나라로 넓혀야 한다. 세종학당을 2030년까지 350곳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도 중요하지만, 현지 대학에서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한국어 교원을 길러내겠다는 중·장기적 목표도 수립돼야 한다.

한국어의 세계적 확산은 한국어를 가르치러 가는 사람의 숫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각 나라에서 한국어를 자기 언어와 문화의 토대 위에서 가르칠 수 있는 교원을 길러낼 때 비로소 오랫동안 지속 가능한 교육이 될 수 있다.

세계의 한국어 학습 열기는 지금 우리에게 좋은 기회를 주고 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이제 한국어 교원 파견의 확대와 함께, 현지인 한국어 교원 양성을 국가 한국어 교육 정책의 중심 과제로 세워야 한다.

교원 파견이 물을 길어다 주는 일이라면, 현지 교원 양성은 그 마을에 우물을 파는 일이다. 목마른 사람이 이렇게 빨리 늘어나는데 언제까지 물동이만 나를 수는 없다. 이제 우물을 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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