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베센트 지명자는 강성파인 캔터 CEO와 달리 과거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등 상대적으로 온건파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재무부 장관 지명 과정에서 양측이 심각한 갈등을 표출한 점을 고려하면 두 수장이 트럼프 2기에서 상당히 충돌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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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2일 베센트를 미 재무장관으로 지명하면서 “베센트는 오랫동안 ‘미국 우선주의 의제’를 강력히 지지해 왔다”며 “위대한 미국의 건국 250주년을 앞두고 그는 내가 세계 최고의 경제, 혁신과 기업가 정신의 중심지, 자본의 목적지로서 미국의 입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의심의 여지 없이 미국 달러를 세계 기축 통화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황금기를 여는 것을 도울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베센트는 미국의 경쟁력을 높이고, 불공정 무역 불균형을 막고, 특히 다가오는 세계 에너지 시장 지배를 통해 성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나의 정책을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재무장관은 연방 예산, 조세정책을 기본적으로 다루고 국채발행 및 국가부채를 관리한다. 아울러 은행 및 금융기관을 규제하고, 미국 화폐 발행 및 유통 관리를 하고 외환시장 정책을 조정하는 등 미국 행정부 내 최고위 경제 정책 부처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무역적자를 줄이는 방안으로 환율 조작 여부에 초점을 잡을 예정인데, 환율 조작 여부를 조사하는 재무부의 역할이 막중하다. 지난 14일 환율관찰 대상국에 재지정된 한국은 추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보복관세나 무역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통상압박의 키를 베센트 지명자가 쥔 상황이다.
베센트 지명자는 최근 폭스뉴스에 기고를 통해 트럼프의 관세정책을 추켜 세운 바 있다. 그는 “미국은 전 세계에 시장을 개방했지만, 그 결과 중국의 경제 성장은 독재정권을 더욱 공고히 했고 그 사이 미국의 제조업은 텅 비었고, 국가 안보 취약점을 만들었다”며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개방성을 너무 오랫동안 이용해 왔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관세는 이제 미국인을 옹호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관세를 전략적으로 사용하면 재무부의 수입을 늘리고, 기업의 생산 회복을 장려하고, 전략적 라이벌의 산업생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상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러트닉은 상무부의 관세 부과 조사 및 수입제한, 기술수출 통제 기존 권한에 더해 무역협상을 총괄하는 무역대표부(USTR)까지 총괄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베센트와 호흡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지난달 CNBC방송 인터뷰에서는 “관세는 대통령이 사용할 수 있는 놀라운 도구”라며, 차기 행정부는 “미국을 세우기 위해 관세를 사용해야 한다. 우리가 무엇을 미국에서 만들기를 원한다면 관세를 매겨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경제수장 ‘투톱’이 관세와 환율제재, 무역협상 등을 무기로 삼아 새로운 무역전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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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트럼프 당선인이 재무장관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베센트와 러트닉 지명자가 심각한 갈등을 겪으면서 ‘투톱’의 호흡이 예상만큼 물 흐르듯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베센트 지명자 측근들은 2015년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지원했다며 비난했고, 러트닉 지명자 측근들은 베센트가 민주당의 핵심 기부자인 헤지펀드 대부 조지 소로스의 ‘오른팔’이었다는 점을 꼬집었다. 여기에 베센트 지명자가 지난 10월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제 일반적인 견해는 결국 트럼프는 자유 무역주의자라는 것이다”고 밝히는 등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을 진정으로 믿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 베센트 지명자는 기본적으로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인물로, 러트닉 지명자에 비해 온건한 정책을 펼 것이라는 예상이 적잖게 나오고 있다.
이를테면 월가에서는 베센트 지명자는 관세나 환율제재를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이끌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큰 반면, 러트닉 지명자는 실제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쪽에 초점을 잡으면서 양측이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2기 경제팀은 당선인의 경제 의제 방향에 대해 서로 다른 세계관을 가진 자문위원들이 충돌했던 1기와 마찬가지로 근본적인 정책 불일치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며 “일부는 모든 미국산 수입품에 전면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일부는 관세부과를 무역협상에서 지렛대로만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