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준비 중인 위성정당이 합당의 촉진제가 됐다고 보고 있다. 실제 위성정당이 창당되면 지역구는 물론 비례의석에서도 소수 정당이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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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남 개혁신당 정책위의장,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이원욱 원칙과상식 의원은 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합당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4인의 서명이 담긴 합의문을 통해 빅텐트 구성을 알렸다.
합의문에 따르면 통합신당의 당명은 ‘개혁신당’이다. 이들은 당명 합의를 놓고 전날 밤까지 토론했고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가 양보를 하면서 ‘개혁신당’으로 결정됐다. 당 대표는 이준석·이낙연 대표가 공동으로 맡기로 했다.
당 지도부 명칭은 ‘최고위원회’다. 최고위원은 각각 4개 당에서 추천한 인물이 된다.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낙연 대표가 맡는다. 이외 구체적인 합의는 설 연휴가 끝난 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원칙과상식 이원욱 의원은 합의문 낭독에 앞서 “드디어 오늘 국민 여러분께 풍성한 선물을 드리게 됐다”고 환영 의사를 밝혔다. 금태섭 새로운공동대표는 “저희 3지대가 새로운 정치를 보여드리는 방법은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성정당의 출현, 제3지대 빅텐트 촉진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제3지대 내 빅텐트 형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특히 이낙연 대표와 이준석 대표 간 합당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각각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당 대표를 경험했고 진보와 보수 정치권을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이준석 대표도 공개 발언 등을 통해 민주당계 신당들을 비판하곤 했다.
그러나 비례위성정당의 출현이 이들의 통합을 촉진했다. 위성정당 창당에 부정적이었던 민주당이 그전의 입장을 뒤집고 소수 정당과 연합한 위성정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위성정당 창당은 기정사실이 됐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창당 절차에 들어갔다. 오는 15일께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당 대표까지 추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때 국민의힘에서 이동할 현역의원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민주당은 선거연합연석회의를 제안했다. 진보 3당인 녹색정의당과 정의당, 새진보연합에 참여를 공식 제안했다. 이중 새진보연합은 거의 확정적으로 민주당의 제안에 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이 되면서 제3지대 정당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커졌다. 지역구는 물론 비례의석까지 양당에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이를 의식하듯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는 이날 “점점 양 당의 반칙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에 국민 분노와 불신이 가득 찼다”며 “위성정당이 바로 그 오만과 독선의 상징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김용남 개혁신당 정책위의장은 “거대정당이 각기 위성정당을 만들어 선거에 임하겠다는 이런 반칙에 대해 제3지대 모든 정치세력이 힘을 합쳐 우리나라의 상식과 원칙을 지키는 자세로 이번 선거에 임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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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지대 빅텐트가 어렵게 합의됐지만 실제 합당 과정은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권은 물론 지역구, 비례대표 공천까지 쉽지 않을 수 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합당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두 사람의 정치적 목적이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들을 한꺼번에 묶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특히 금태섭 공동대표가 이끄는 새로운선택과 이준석 대표가 있는 개혁신당 간 합당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다. 민주당을 탈당한 한 인사는 “새로운선택에 류호정 전 의원이 있고, 이들과 함께 나온 정의당 사람들이 있다”면서 “이들이 과연 이준석 신당과 함께할까? 거의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민주당 내 한 원외 인사는 새롭게 만들어질 통합신당의 지분경쟁에 각각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다. 그는 “당권과 공천권 등을 놓고 더 큰 갈등을 겪게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용혜인 새진보연합 선대위원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런 걸 두고 선거공학적 이합집산, 통합도 연합도 아닌 야합이라고 하는 것”이라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평가절하했다.